인천지법 판결

인천지방법원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자신의 해임과 관련된 공고물을 권한 없이 떼어냈다는 혐의로 기소된 아파트 전 입주자대표회장에게 법원이 1심에서의 무죄 판결을 뒤집고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선고했다.

인천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홍창우 부장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인천 부평구 A아파트 전 입주자대표회장 B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 B씨를 벌금 50만원에 처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B씨는 2016년 9월 8일 A아파트 C동 동대표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 선출됐으나 2016년 11월 15일 직무 유기 및 독단적인 대표회의 운영 등을 이유로 대표회의에서 해임 결의됐다.

이후 대표회장 권한대행으로 선임된 D씨는 그해 11월 21일 아파트 게시판과 엘리베이터 게시판에 B씨 해임안 결과 등과 관련된 공고물을 부착했다.

이에 B씨는 이틀 뒤인 11월 23일 해당 공고물 중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B씨 해임안 결과’와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B씨 해임공고’, ‘대표회장 권한대행 D씨 감사 선임’이라는 공고물을 떼어냈고, 며칠 뒤인 11월 29일에는 ‘E동 2호라인 하자보수 안내’라는 공고물을, 12월 14일에는 ‘주민에게 알리는 말씀’이라는 공고물을 떼어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피고인 B씨는 적법하고 유효한 해임절차에 따라 동대표 및 대표회장 지위에서 해임됐다고 할 수 없으므로, 공고문 게시 당시 여전히 동대표 및 대표회장 지위에 있었다 할 수 있다”며 “동대표 및 대표회장으로서 아파트 내의 게시물을 관리하는 행위는 그 권한을 행사한 것이거나 적어도 대표회의 업무를 방해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 B씨의 공사사실 기재 행위가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없는 등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는 위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근거로 재판부는 “A아파트 관리규약에 의하면 대표회의를 구성하는 동대표의 총 정원은 2명이고, 대표회의 구성원 과반수 찬성으로 대표회의 임원의 직위를 해임할 수 있는데, 피고인 B씨는 동대표로 선출된 대표회의 구성원인 반면, 그 외 임원으로 있었던 감사, 총무, 이사의 경우 임명직으로서 동대표가 아니므로 관리규약이나 그 명칭과 관계없이 관계법령상 대표회의 구성원이라고 할 수 없다”며 “동대표가 아닌 임원들의 결의로 동대표인 피고인 B씨를 해임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결국 피고인 B씨를 해임하기 위해서는 해당 선거구 10분의 1 이상의 입주자 등의 서면동의를 얻어 선거관리위원회에 해임절차를 진행하는 수밖에 없는데, 피고인 B씨가 그와 같은 절차를 거쳐 동대표 겸 대표회장에서 해임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이후 감사 D씨가 대표회장 권한대행으로 이 사건 공고문을 게시했으나, D씨가 별도로 동대표로 선출된 사실이 없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 B씨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함에도 원심이 이를 무죄로 판단한 것은 사실을 오인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1심과 다른 판단을 내렸다.

그 근거로 재판부는 “이 사건 당시 대표회의 감사였던 D씨는 아파트 공금 횡령 등에 관한 문제제기를 한 상태였고, 관리규약에 의해 대표회의 임원회의 및 입주자들의 서면동의를 얻어 피고인 B씨에 대한 해임안 절차를 진행했다”며 “D씨는 이와 같은 절차를 거쳐 회장 권한대행으로 선임됐고, 그러한 공적 지위에서 그 과정 및 결과를 입주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이 사건 공고물들을 작성‧부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재판부는 “피고인 B씨에 대한 해임절차 및 D씨의 권한대행이 관련 규정에 따른 유효한 것인지 또는 그 적법성 여부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형법상 보호라는 측면에서 위와 같은 공고물 부착이 보호가치 없는 업무라거나 사회생활상 도저히 용인할 수 없을 정도로 반사회성을 띤다고 할 수 없고, 해임절차나 권한대행이 당연무효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피고인 B씨는 대표회의에서 자신의 지위를 명백히 하거나 D씨의 권한대행자 지위를 다투기 위한 절차로서 대표회의 개최를 통해 입주민들의 투표를 실시하는 방법을 강구할 수 있었고, 기존의 공고문을 떼어내지 않고 별개로 자신의 입장을 기재한 공고문을 추가로 부착하는 등 자신의 의사와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었음에도 반복적으로 공고문을 떼어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피고인 B씨가 이 사건 공고문을 즉시 제거해야 할 긴급한 사정을 찾을 수 없고, 공고문 등을 직접 부착하고 떼어내는 등의 행위는 통상 관리업체가 하는 것이므로, 피고인 B씨에게 공고문을 임의로 제거할 권한까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으며, “피고인 B씨의 행위가 정당행위 인정을 위한 법익균형성,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긴급성 등의 요건을 갖췄다 보기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재판부는 양형이유로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 B씨가 위법한 방법으로 대표회의 공고문을 떼어낸 것으로, 죄질이 불량하고 비난 가능성이 높으며, 피고인 B씨는 사기 등 다수의 형사처벌 전력이 있다”면서 “다만 고소인 D씨가 피고인 B씨에 대한 고소를 취소했고, 현재 이 아파트에서의 쌍방의 분쟁은 대체로 원만하게 종결된 것으로 보여 피고인 B씨에게 벌금 50만원형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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