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관리규약에 따라 통신사 중계기 설치 임차료·주차장 사용료를 특별수선충당금으로 적립해 절차에 맞춰 사용해야 함에도 관리소장이 부녀회 지원금 등으로 사용한 가운데 이를 방조한 입주자대표회장에게 법원이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최규현 부장판사)는 최근 서울 용산구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B씨에 대한 업무상횡령방조 항소심에서 “피고인 B씨를 벌금 100만원에 처한다는 1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 B씨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A아파트 관리규약 등에 의하면 통신사 중계기 설치 및 주차장 사용에 대한 수입은 특별수선충당금으로만 적립해 사용해야 한다.

그럼에도 관리소장 C씨는 2010년 3월 중계기 설치장소 임차료 명목으로 업체로부터 대표회의 명의의 관리비 계좌에 520만원을 입금받아 업무상 보관하던 중 100만원을 부녀회 지원금으로 임의 사용해 횡령했다. C씨는 이를 비롯해 2016년 6월까지 총 4740만원을 특별수선충당금으로 적립해 사용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

대표회장 B씨는 2014년 7월 관리소장 C씨가 관리비 계좌에서 14만여원을 회식비로 임의 사용할 때 이를 묵인하고 결재해줬다. 또 C씨가 2510만원을 횡령하는 것을 방조했다.

이에 따라 관리소장 C씨는 업무상횡령, 대표회장 B씨는 업무상횡령방조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서울시 관리규약준칙과 A아파트 관리규약에 중계기 설치 임차료 등을 부녀회 지원금이나 회식비, 회장 판공비 등에 사용할 수 있는 근거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관리소장 C씨는 중계기 임차료와 주차장 사용료를 특별수선충당금으로 적립한 다음 특별수선충당금 사용절차에 따라 사용하지 않고 부녀회 지원금, 회식비, 회장판공비 등으로 사용했으며 피고인 B씨는 이를 제지하지 않은 채 결재했다”며 이들에게 횡령 내지 횡령방조 고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이들이 중계기 설치 임차료 등을 개인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점 등을 참작해 관리소장 C씨에게 벌금 200만원, 대표회장 B씨에게 벌금 100만원의 형을 선고했으나, B씨는 이에 불복해 방조 고의가 없고 원심의 형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2심 재판부는 검사가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고 법원이 이를 허가해 심판대상이 변경됨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한편, “피고인 B씨는 관리소장 C씨의 지출행위를 제지하지 않은 방조범에 불과하고 피고인 B씨가 횡령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점, 범죄전력이 없는 점 등의 양형조건을 참작해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며 B씨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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