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판결

임대의무기간 한정 시
적립주체 부재

적립종기 포괄 위임에 관한
위헌심판제청청구 ‘기각’

[아파트관리신문=이인영 기자] 임대주택의 임대사업자가 적립해야 하는 특별수선충당금의 적립종기에 대해 법원이 분양전환 종료 전날까지 적립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임대사업자는 이 사건에서 주요 쟁점이 됐던 특별수선충당금 적립기간과 적립종기를 법률에서 구체적인 기준 없이 위임했다며 위헌여부를 심판해달라고 제청신청을 했지만 법원은 기각 결정을 내렸다.

대구지방법원 제14민사부(재판장 이덕환 부장판사)는 최근 경북 경산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사업주체이자 임대사업자인 B사를 상대로 제기한 특별수선충당금 청구소송과 B사가 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본재확인 청구소송에서 “B사는 대표회의에 3억4555만9080원을 지급하라”며 “B사의 반소 청구는 각하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B사는 2001년 11월 이 아파트 340세대 신축에 대한 사업계획승인을 받아 신축 후 2003년 9월 사용승인을 받았고 임대사업자로서 이 아파트를 관리해왔다. B사는 이 아파트에 대한 5년의 임대의무기간이 만료된 2008년 9월 7일 이후 2016년 3월 11일 경산시장으로부터 분양전환 승인을 받았고 그 해 5~6월 분양전환계약을 체결하면서 340세대의 분양전환이 종료됐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2016년 11월 29일 구성됐고 B사는 2017년 1월 31일 대표회의에 관리업무를 인계했다.

그런데 이 아파트 분양전환 전 임대사업자에 의무가 있었던 특별수선충당금 적립종기를 두고 다툼이 벌어졌다.

대표회의는 “B사는 이 아파트의 사용승인인인 2003년 9월 8일로부터 1년이 경과한 날인 2004년 9월 8일부터 분양전환이 종료되기 전날인 2016년 6월 12일까지 관련 법령에 따라 계산된 특별수선충당금을 적립할 의무가 있고 이를 대표회의에 인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B사는 “구 임대주택법은 임대주택을 분양전환하기 위해서는 적립한 특별수선충당금을 인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적립한 특별수선충당금을 인계해야 하는지는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특별수선충당금의 적립종기는 임대의무기간 만료일인 2008년 9월 7일로 봐야 한다”며 “따라서 B사는 그 기간까지 적립한 특별수선충당금 1억2878만2965원을 초과하는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특별수선충당금의 적립종기는 이 아파트의 분양전환이 종료되기 전날이라고 봐야 한다”며 대표회의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임대목적의 공동주택은 임대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공동주택에 비해 건축비가 저렴해 건축자재 등 주요시설의 설비가 열등한 경우가 많아 파손 및 교체의 개연성이 크고, 임대주택 임차인의 경우 소유자인 분양주택 입주자에 비해 시설물에 대한 애착이나 공유의식이 약해 시설물의 파손이 빈번해 특별수선충당금 적립의 필요성이 더욱 크다”며 “이 아파트 임대의무기간이 만료된 후 분양전환이 종료되기 전날까지 특별수선충당금 적립의 필요성이 소멸한다고 볼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B사의 특별수선충당금 적립의무가 이 아파트 임대의무기간에 한정되는 것으로 본다면 이 아파트의 임대의무기간이 만료된 후부터 분양전환이 종료되기 전날까지 특별수선충당금 적립의 주체가 부재하게 되고, 그와 같은 상황에서 분양전환이 늦어지게 되는 경우 특별수선충당금의 적립미비상태도 그만큼 오래 지속돼 뒤늦게 이 아파트를 분양받은 입주자가 건물노후화로 인한 부담을 일시에 혼자서 떠안게 돼 특별수선충당금 적립제도의 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B사는 “장기수선충당금은 통상 ‘실제로 필요한 수선비’를 기준으로 입주자들이 요율을 자율적으로 결정해 적립되는 반면 임대사업자는 ‘표준건축비’를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특별수선충당금을 적립해야 하고 그 금액이 지나치게 크므로 임대사업자의 특별수선충당금 적립의무는 임대의무기간 내로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동주택 장기수선충당금의 경우에도 그 요율의 산정이 전적으로 입주자들의 자율에 맡겨진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다수의 소유자가 장기수선충당금을 적립해야 하는 공동주택과 달리 임대주택의 경우에는 임대사업자 단독으로 특별수선충당금을 적립해야 하므로 임대사업자의 자율에 맡기지 않고 일정한 기준으로 적립금액을 특정할 필요성이 있다”며 “신설된 구 주택법 시행령 제66조 제1항 단서에 따르면 임대를 목적으로 건설한 공동주택을 분양전환한 이후 관리업무를 인계하기 전까지 장기수선충당금 요율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제43조 제3항 등에 따른 특별수선충당금 적립요율에 따라야 하므로 이 기간 동안에는 장기수선충당금과 특별수선충당금의 적립금액에 차이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B사는 또 이 사건 소송 중 “구 임대주택법(2005.7.13. 법률 제75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의3 제1항, 제2항, 제3항(특별수선충당금의 적립)은 특별수선충당금의 적립시기와 적립종기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인 기준의 설정 없이 시행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했다”며 위헌심판 제청신청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먼저 특별수선충당금 적립시기에 관해 “행정부로 하여금 장기수선계획의 변동 내용, 당해 건축업계의 여건, 물가상승률, 주택임대차상황, 경제사정의 변동 등 제반여건을 고려해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게 특별수선충당금의 적립시기를 정하도록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임대사업자는 건설사업의 전문가로서 기존의 통계 및 시공법을 토대로 주요시설의 수선주기와 교체비용, 이에 따른 특별수선충당금의 산정방식 등에 관한 지식을 갖추고 있어 업계의 기준을 토대로 특별수선충당금 적립시기를 도저히 예상할 수 없다거나 특별수선충당금의 적립시기를 특정하지 않아 행정부의 자의적 법집행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봤다.

특별수선충당금 적립종기에 관해서도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의미하는 특별수선충당금의 적립종기가 ‘임대주택의 분양전환이 종료되기 전날’임을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므로 이 법률조항의 의미 내용이 불명확해 수범자의 예측가능성을 저해한다거나 법집행 당국의 자의적인 해석과 집행을 가능하게 한다고 볼 수 없고 특별수선충당금의 종기에 관한 내용을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또 “특별수선충당금의 적립은 장기수선계획의 실시에 대비하고 건물의 노후화를 방지함으로써 국민주거생활의 안정을 도모하는데 그 입법목적이 있으므로 B사의 재산권 및 계약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볼 수 없고, 임대사업자에게 독점적인 분양전환권이 있다거나 사실상 특별수선충당금을 인계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 신뢰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소급입법금지원칙 및 신뢰보호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며 B사의 위험법률심판제청신청은 이유 없다고 결정했다.

한편 B사는 이 같은 1심 판결에 불복, 지난 4일 항소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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