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판결

대가일 경우 횡령죄 인정 안 돼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 야시장 개최 계약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전 입주자대표회장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표회장이 받아 챙긴 돈의 성격이 계약금이 아닌 수의계약 성사를 위한 대가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횡령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수원지방법원(판사 김효연)은 횡령 혐의로 기소된 경기 용인시 A아파트 전 입주자대표회장 B씨에 대한 선고심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인 B씨는 무죄”라고 판결했다.

B씨는 2016년 1월 27일과 2월 26일 두 차례에 걸쳐, 이벤트 업체 운영자인 C씨로부터 A아파트 야시장 개최 계약금 총 350만원을 받아 아파트 관리소장 D씨를 위해 보관하던 중 관리사무소에 전달하지 않고 마음대로 소비해 횡령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2007년 12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A아파트 대표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재판부에 따르면 B씨는 2015년 11월경 C씨로부터 2016년 봄과 가을 2회에 걸쳐 A아파트 단지에서 야시장을 개최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고, C씨가 지급할 총 금액을 600만원으로 정했다. 이후 C씨는 2016년 1월 27일 200만원, 2월 26일 150만원을 각 현금으로 B씨에게 지급한 후, 그해 3월 3일경 관리소장 D씨와 사이에 ‘행사날짜 2016년 봄 1회, 가을 1회, 금액 200만원’ 등의 내용이 기재된 이벤트(바자회) 계약서를 작성하고, 그에 따라 200만원을 계좌이체했다. 또한 B씨는 C씨로부터 받은 350만원을 임의로 소비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금원 350만원은 피고인 B씨에게 수의계약 체결의 대가(리베이트)로서 지급된 금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위 금원이 아파트 관리주체(관리소장)에게 귀속돼야 할 행사금액(야시장 개최비용)의 일부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횡령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A아파트 관리규약이 따르고 있는 국토교통부 고시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선정지침에 의하면, 광고게재 등 잡수입과 관련한 계약의 경우 관리주체가 계약 당사자가 되고 사업자 선정방법은 원칙적으로 경쟁입찰 및 최고낙찰제에 의하도록 하되, 다만 수입금액이 300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수의계약에 의해 사업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C씨의 진술에 의하면, C씨는 2회의 야시장 개최비용으로 600만원을 지급했다는 것이므로 1회당 개최비용으로 나눠 볼 경우 300만원 이하로서 수의계약 대상이 된다고 해석할 여지도 없지 않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C씨는 한 번에 2016년 2회의 행사를 모두 확보하는 의미로 하나의 계약을 체결했고, 전체 개최비용으로 600만원이 적정하다고 생각해 해당 금액을 지급하기로 약정했다고 진술했는 바, 이와 같은 계약은 사업자 선정에 있어 300만원이 초과되는 경우로서 수의계약이 허용되지 않고 경쟁입찰이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따라서 A아파트 관리규약 및 사업자선정지침에 의하면, C씨는 수의계약의 방법으로는 A아파트 관리주체와 야시장 계약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부는 “C씨는 여러 아파트 단지에서 야시장 개최 등 행사를 위한 계약을 체결한 경험이 있어, 개최비용 600만원으로는 관리주체와 수의계약의 방법으로 계약을 할 수 없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C씨 스스로도 이 법정에서 ‘통상 야시장 계약과 관련해 입주자대표에게 현금으로 지급하는 돈과 계좌로 이체하는 돈은 구분된다’는 취지로 진술하면서, 변호인의 ‘현금으로 준 부분은 계약서에 안 쓰지요’라는 질문에 ‘당연히 안 쓰는 것이다’라는 취지로 답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C씨는 법정에서 ‘본인은 600만원에 야시장을 2회 개최하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B씨의 지시에 따라 지급방법만을 달리했을 뿐이며, 그것을 누가 어떻게 받아 사용하는지는 관여할 이유도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으나, 재판부는 “C씨 입장에서 보더라도 300만원 이하로 계약서를 작성할 동기와 실익은 충분히 존재했다”며 “따라서 교부자인 C씨 역시 이 사건 금원 350만원을 관리주체에게 지급될 야시장 개최비용이 아니라 수의계약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에 대한 대가로 인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결국 이 사건 금원이 관리주체 소유의 재물이었다거나 피고인 B씨가 관리주체를 위해 이를 보관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 B씨가 이 사건 금원을 수령하고 임의로 사용한 행위는 적어도 횡령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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