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미세먼지 기승 야외근로자 건강 '적신호'...보호대책 시급

마스크 미착용 경비원 다수
구매비 부담은 누가?
관리비로 보급한 아파트 ‘귀감’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경비원 A씨는 쓰레기 분리수거 등 야외근무가 잦다. A씨는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는 날이면 마스크를 쓰고 일을 하고 싶지만 외관상 보기 좋지 않다는 문제로 입주민의 눈치가 보여 이마저도 쉽지 않다.

또 다른 경비원 B씨는 미세먼지로부터 자신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직접 마스크를 구매해 착용하고 있다.

3월 초 며칠 연속 미세먼지 농도가 100㎍/㎥를 넘었고 한 달 내내 미세먼지 수치가 ‘보통’ 이상으로 유지되는 등 전국이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외출 전 미세먼지 수치를 검색하는 것도 일상이 됐다.

미세먼지란 공기 중의 고체상태의 입자와 액적(液滴) 상태 입자의 혼합물로 다량의 중금속을 포함하고 있고 입자가 매우 작아 인체에 치명적인 질병을 야기하는 1급 발암물질이다.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 시 기관지염, 천식 등의 호흡기 질환과 결막염, 피부염, 심혈관계질환 등이 나타날 수 있어 야외활동이 잦을 경우 더욱 위험하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업주는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유지·증진시키고 국가의 산업재해 예방시책을 따를 의무가 있으며, 분진 등의 유해인자에 의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사업주는 초미세먼지 경보가 내려질 경우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옥외작업자에게 마스크를 의무 지급하고 착용하도록 지도·관리해야 한다. 사업주가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거나, 작업자가 착용하지 않은 경우에는 처벌이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 ‘옥외작업자를 위한 미세먼지 대응 건강보호 가이드’를 마련해 배포했다.

가이드에 따르면 사업주는 옥외작업자 중 폐질환이나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 고령자 등 미세먼지에 노출됐을 경우 건강에 영향을 받기 쉬운 노동자를 미리 파악하고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작업시간 제한이나 건강이상자 긴급보고 등을 위한 비상연락망을 구축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방진마스크 착용법 교육 등을 실시하고 마스크를 비치해 옥외작업자가 마스크 착용을 원하는 경우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마스크는 안전보건공단 인증 방진마스크 또는 식약처 인증(KF80 이상) 보건용 마스크로 구비하고 미세먼지용 보건용 마스크도 산업안전보건관리비로 사용 가능함을 언급했다.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된 경우 옥외작업자에게 방진마스크를 지급하고 착용하도록 하며, 휴식시간을 자주 갖도록 조치토록 했다.

이에 따라 아파트에서도 야외근무를 주로 하는 경비·청소원, 조경 관리자 등 근로자들을 미세먼지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전히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입주민, 관리업체 등 관계자들의 인식은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시 소재 아파트 관리소장 C씨는 “미세먼지 대응 건강보호 조치사항을 들어본 바 없다”며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고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도 야외근로자들은 마스크 없이 그냥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비용역업체 관계자도 “미세먼지 문제는 최근에 대두된 문제라 따로 조치가 이뤄지진 않고 있다”고 전했다.

마스크를 누가 구매해야 하는지도 논란거리다. 경비용역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했을 경우 비용 부담을 업체가 할 것인지, 입주민(관리비)이 해야 하는지에 대해 서로 책임을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입주민은 경비원의 사용자가 경비업체이므로 마스크 보급 의무도 업체에게 있다고 보고 있는 반면, 업체에서는 손해를 보면서 용역비에 책정되지 않은 마스크 구입비를 지불하기는 어려워 관리비로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비업체 관계자는 “현재 장갑 구매 등 경비원 소모품비는 용역비에 산정돼 있어 구매할 수 있는 소모품에 마스크를 추가하고 그 금액만큼 아파트에서 용역비를 추가 부담하면 구매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파트 경비업체 입찰에서 낙찰되기 위해 비용 추가 없이 소모품에 마스크를 포함하겠다고 하면서 실제로 구매하지 않는 허위의 가격경쟁으로 번질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가운데 경기 안양시 평촌삼성래미안아파트는 관리비로 마스크를 구매·보급해 귀감이 되고 있다.

이 아파트는 기존에 미세먼지 수치가 높은 날에도 경비원 등 야외근로자에게 마스크를 보급하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본 입주민들이 “건강 보호를 위해 착용해 달라”며 경비원들에게 자신의 마스크를 직접 제공했고 소식을 들은 관리사무소는 아파트에서 자체적으로 관리비를 사용해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했다.

이 아파트 송용민 관리소장은 “우리 단지는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사무소에 신뢰를 갖고 직원에 대해 배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어 가능했던 부분”이라며 “관리비를 사용하기 때문에 아파트에서는 예민한 문제일 수 있지만 입주민이 먼저 나서줘 우리도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리주체에서 소신을 갖고 입주민들에게 마스크 구매 필요성을 인식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역별 미세먼지 농도는 환경부 제공 대기오염 실시간 공개 시스템(에어코리아, www.airkorea.or.kr) 또는 스마트폰 앱 ‘우리 동네 대기정보’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TV, 라디오, 재난문자를 통해 미세먼지 경보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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