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리어 있다.~’
대표적 모더니스트 시인인 김광균이 80년 전 일제강점기 시절 쓴 ‘와사등(瓦斯燈)’의 첫 구절이다. 와사등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 뭔 말인가 의아했던 기억이 난다. 와사등은 ‘가스등’을 말한다. 제목부터가 고풍스럽고 이국적이다. 19세기 후반 유럽 대도시에 있던 가로등은 도시가스를 이용하는 가스등이었단다. 시인이 쓴 와사등에서는 어떤 가스를 썼는지 잘 모르겠지만 시 제목은 거기서 차용한 듯하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사는 사람들에게 보일러 없는 일상생활은 상상하기 힘들다. 보일러 연료로 연탄을 사용하는 곳도 아직 있지만 대부분은 도시가스로 가동된다. 난방과 온수, 취사를 위해 도시가스는 필수다.

‘도시가스란 천연가스, 배관을 통해 공급되는 석유가스, 나프타부생가스, 바이오가스 또는 합성천연가스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 도시가스사업법에 나오는 ‘도시가스의 정의’다. 생각했던 것보다 도시가스의 종류가 다양하다. 그렇지만 우리가 보통 도시가스라고 할 때는 LNG를 기화시켜 각 가정으로 공급하는 가스를 말한다.

그런데 아파트 도시가스비가 지역별로 차이가 많이 난다. 지역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다른 곳과 달리 많이 부과됐다든지, 평소와 달리 많이 나왔다는 하소연이 종종 올라온다.

전기요금이 한국전력공사라는 대표적 공기업을 통해 공급되고 단일화된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익숙해 있어, 가스요금도 그러려니 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출발부터 차이가 있다. 전기는 한국전력이 공급도 하고 요금에 대해 책임지고 있다. 반면, 도시가스는 한국가스공사 등이 도매공급을 하지만 아파트 등에 직접적 소매공급은 지역별로 정해진 민영기업들이 맡고 있다. 현재 수도권 7개사를 포함, 전국적으로 34개사가 공급하고 있다. 이들 도시가스 공급사업자는 해당 지역 내에서 각각 독점적인 지위를 갖고 있다.

지역별로 공급자가 다르듯이 소매기본요금도 다르다. 도시가스 요금체계를 살펴보면 이 차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지역별로 소매기본요금이 1MJ(메가줄)당 750원부터 2533원까지 차이도 크다. 전문가들은 지역적 차이 이유의 하나로 중앙정부의 ‘소극적 태도’를 지적한다. 지역 간 요금격차 완화와 전국적 가격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그 외 검침비, 고지서발송비, 송달비, 기타경비 등 구성요소에서도 차이가 있다. 도시가스회사에서는 관리사무소의 검침대행을 원하지만 관리소에서는 책임문제 등 복잡한 일이 따르는데다가 검침대행료 지원은 얼마 되지 않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비용 인하를 위해 격월검침 등 검침방식의 변경을 제시하고 있다.

개별 수요자인 입주민들의 주의와 관심도 필요하다. 도시가스 사용 대부분은 가스계량기로 검침한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검침하는 때도 원격검침이 아닌 경우 확률은 적겠지만 간혹 실수할 수도 있다. 검침숫자를 잘못 읽고 기록하는 경우도 있고, 다른 가구의 검침값을 기재하는 경우도 있다. 가스계량기의 숫자를 헷갈리거나 잘못 보기도 한다.

입주민들이 이런 구조를 잘 이해하고, 평소와 달리 사용량보다 더 많은 요금이 나왔다면 계량기를 한 번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요금을 내는 입주민 입장에서는 꼼꼼히 체크하고 대조해 착오를 줄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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