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법 강릉지원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관리업체가 공동주택관리법령 및 위·수탁 관리계약에서 정한 의무를 위반했다며 공동주택관리법령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한 입주자대표회의의 계약 해지통보는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제2민사부(재판장 김정곤 부장판사)는 최근 강원 동해시 A아파트 위탁관리업체 B사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계약해지 무효 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 B사와 피고 대표회의 사이에 체결된 공동주택 위·수탁 관리계약에 관해 피고 대표회의가 원고 B사에게 한 두 차례의 해지는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관리업체 B사는 2016년 8월 A아파트 사업주체 C사와 2016년 11월부터 2017년 10월까지를 계약기간으로 하는 위·수탁 관리계약을 체결하고 그해 12월 관리소장을 고용, 2017년 2월 관리소장을 통해 시공사 D사로부터 각종 인·허가 서류 등 주요시설물을 인계받았다.

2017년 3월 B사는 A아파트 대표회의와 2017년 3월부터 2020년 3월까지를 계약기간으로 해 위·수탁 관리계약을 체결하고 관리소장을 유임한 상태로 유지보수 및 안전관리 등 관리업무를 수행했다.

A아파트 관리규약에 따르면 이 아파트에서는 6개 선거구에서 각 1명씩 총 6명의 입주자대표를 선출해 대표회의를 구성하도록 돼 있어 대표회의는 2017년 2월 동대표 선거에서 4명의 동대표가 선출됨으로써 구성됐다.

그중 동대표 2명은 대표회의에게 동대표 사임 의사를 표시해 2017년 8월 사임 효력이 발생했고 대표회의는 결원 보충을 위해 3차례에 걸쳐 동대표 4명에 대한 보궐선거 및 재선거를 진행했으며, 이에 지난해 1월 2명의 동대표가 추가로 선출됐다.

2017년 12월 대표회의는 B사와 위·수탁 관리계약을 해지하고 관리방법을 위탁관리에서 자치관리로 변경하는 것에 대한 입주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내용의 안건을 회의에 출석한 동대표 3명의 전원일치로 의결(1차 결의)했고, 그에 따라 B사에 ‘B사의 관련 법령 및 관리계약상 의무위반을 원인으로 해 관리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증명우편을 보냈다.

이후 1차 결의에 따라 관리방법 변경 의견 수렴을 위한 투표가 진행됐는데, 투표 결과 입주자 과반수가 관리방법을 위탁관리에서 자치관리로 변경한다는 데 의견을 표시했다.

대표회의는 지난해 1월 B사와의 관리계약을 해지하고 관리방법을 자치관리로 변경하는 내용의 안건을 회의에 출석한 동대표 4명의 전원일치로 의결(2차 결의)했으며, 이에 따라 B사에게 ‘B사의 귀책사유로 인한 관리계약 해지’ 취지의 내용증명우편을 보냈다.

이에 B사는 “B사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및 위·수탁 관리계약에서 정한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없고 각 해지통보는 공동주택관리법 및 동법 시행령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해 해지통보는 효력이 없다”며 대표회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대표회의는 “법령위반 내지 채무불이행을 근거로 관리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공동주택관리법령에서 정한 요건을 갖출 필요가 없고, 관리계약이 관리방법 변경으로 직결되는 것이 아닌 이상 해지통보가 공동주택관리법령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해지통보는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소장 임면은 업체 권한
관리계약, 민법상 해지 자유 없어

재판부는 우선 대표회의가 “관리업무 인계 과정에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에서 정한 대표회장과 1명 이상 감사의 참관이 이뤄지지 않았고, 대표회의 구성 이후에도 사업주체 C사로부터 관리업무 인계가 적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며 관리업무 인계절차상 의무위반을 주장한 것에 대해 “공동주택관리법 및 시행령의 관리업무 규정은 사업주체에서 관리주체로, 또는 관리주체에서 다른 관리주체로 관리업무가 인계되는 경우를 전제로 한 규정인데 피고 대표회의가 주장하는 관리업무 인계는 시공사에 불과한 D사에 의해 이뤄졌으므로 C사로부터 관리업무 인계가 이뤄졌다는 전제에 선 피고 대표회의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또한 “비록 원고 B사가 사업주체 C사와 선행계약을 체결하고 관리업무를 수행했다고 하더라도 피고 대표회의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C사의 관리업무 인계과정에서의 위법행위를 원고 B사가 인식하고 가담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피고 대표회의는 구성 직후 C사와 하자보수 분쟁을 겪고 있었는데, C사로부터의 관리업무 인계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C사와의 선행계약에 따라 A아파트를 관리하던 B사와 관리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여 관리업무 인계절차 과정에서 대표회장 및 1명 이상 감사의 참관이 없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대표회의는 B사가 대표회의와 협의 없이 관리소장을 다른 아파트로 인사발령하는 등 관리계약에 따른 관리직원 인사협의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일반 관리직원과 달리 관리소장은 관리업체의 관리업무에 관해 포괄적인 권한을 갖고 있고 위탁관리의 경우 관리소장 임면은 주택관리업자의 권한인 점 등을 고려해 원고 B사가 관리계약에 위반하는 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표회의가 위임계약의 당사자의 경우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 민법에 따라 B사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에는 “공동주택 위·수탁 관리계약은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른 해지의 자유가 제한돼 대표회의가 주택관리업자의 법령위반이나 계약위반 사유 없이 관리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는 대표회의 의결 또는 전체 입주자등 10분의 1 이상의 제안과 전체 입주자등의 과반수 찬성을 갖춰야 한다”고 일축했다.

B사의 ‘해지통보의 절차상 하자’ 주장에는 “관리규약으로 동대표를 6인으로 정하고 있고 4명이 선출돼 대표회의가 구성됐으나 동대표 2명이 사임한 상황에서 동대표 2명과 사임한 동대표 1명의 찬성으로 1차 해지통보를 했다”며 “피고 대표회의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관리계약 해지 및 관리방법 변경이 사임한 동대표가 필요 범위 내에서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는 경우인 민법 제691조에서 정한 ‘급박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해 의결성립조건을 구비하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2차 해지통보도 2차 결의를 기초로 한 입주자등 과반수 찬성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해 무효”라고 밝혔다.

한편, 대표회의는 이 같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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