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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도 칼럼] 아파트 단지의 ‘강정 만들기 강좌’
승인 2019.03.07 15:43|(1234호)
중앙대학교 부동산관리투자전략최고경영자과정 곽도 교수

지난 설 명절을 앞두고 필자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에서 강정 만들기 강좌가 있었다. 강사는 우리 아파트에 거주하는 분으로 자진해 재능기부를 해줬고 처음 하는 강좌라 참가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재료비는 5000원으로 정했다. 자기가 만든 강정은 본인들이 갖고 가도록 했다. 한 번에 10명씩 3회로 나눠 강정 만들기 실습 강좌를 열었는데 정원이 모두 차게 됐다. 연세가 지긋한 강사가 열심히 해준 덕분에 참가자 모두가 대 만족이었다. 실습을 위해 여러 도구와 재료가 되는 튀긴 쌀, 참깨, 물엿, 설탕 등도 미리 준비를 했다.

강사가 설명을 한 후 한 단계씩 시범을 보이고 참가자들이 따라 만들면서 만족해하는 모습들이 보기에도 참 좋았고 이러한 실습과정을 통해 서로가 마음을 열면서 친해지는 것이 바로 아파트 공동체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시간 정도 강정 만들기 실습이 끝난 후 각자 만든 강정을 들고 행사장을 나가면서 모두가 흐뭇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러한 주민참여 행사가 자주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우리나라 전통 한과인 강정 만들기가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우리 어머니들 마음속에 먼 옛날 어린 시절 고향의 추억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필자도 어린 시절 설 명절이 다가오면 손가락을 세면서 설날을 기다린 적이 있었다. 당시 시골에서는 요즘처럼 특별히 간식을 먹을 수가 없었고 대부분 삼시 세끼 밥 먹기도 어려운 시절이라 과자나 간식은 감히 생각도 하기 어려웠던 시기였다.

그나마 설날에는 고기와 떡국도 맛보게 되고 어머니가 만들어 준 새 옷도 입게 되고 평소 맛보지 못한 엿과 강정 그리고 우리 집 최고급 한과인 유과와 약과도 맛볼 수 있기 때문에 설은 언제나 최고의 명절로 머릿속에 자리 잡게 됐다.

음력 정월 초하루가 지나면 할아버지에게 세배를 드리려고 가까운 이웃마을은 물론 멀리서 오는 손님들이 많았으며 찾아오는 손님들에게는 꼭 다과상을 차려 대접을 했다.

손님이 많았던 이유는 할아버지가 문필도 했고 우리지역에서 널리 알려진 도동서원의 원장 직을 역임했기 때문에 아닌가 생각된다.

어머니는 매년 구정 때 찾아오는 손님들을 접대하기 위해 엿, 유과, 약과 강정과 술안주 등을 미리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밤늦게까지 늘 바쁘게 일을 하셨다.

어머니는 엿과 유과, 약과, 강정 등을 잘 만드셨는데 당시에는 설탕이 귀해 설탕 대신 조청(물엿)으로 한과를 만드셨다.

엿은 맵쌀을 씻어 고두밥(아주 되게 지어져 고들고들한 밥)을 쪄서 안방 아랫목 장독에 넣고 물과 엿기름을 함께 넣어 발효를 시키면 감주가 되고 그 감주 물을 가마솥에 넣어서 오랫동안 끓이면 조청이 되고 또 더 끓이면 엿이 만들어 지게 된다.

강정은 기름을 불에 달궈 그 속에 쌀을 넣어 튀기고 튀긴 쌀을 조청(물엿)에 버무린 후 밀대로 펴서 작게 자르면 된다.

유과는 찹쌀을 곱게 빻아 반죽을 해 밀대(홍두께)로 넓게 펴서 치즈 규격 정도로 사각으로 잘라서 수분이 없게 잘 말린 후 기름에 튀긴 후 조청(물엿)을 약간 바르고 튀긴 쌀가루를 입혀서 차고 차곡 상자에 보관하게 된다. 약과는 밀가루 반죽을 한 후 각종 문양이 있는 다식판(약과틀)에 넣어 모양을 만든 후 기름에 튀겨서 만드는데 그 맛이 참으로 고소하고 누구나 좋아하는 한과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연약한 여성의 몸으로 설 명정에 그 많은 손님을 접대하고 추운 겨울 난로도 없이 밤늦게까지 한과를 손수 만들고 길쌈을 해 베틀로 천을 짜서 시어른과 남편, 6남매 자녀의 설빔까지 만들었는지, 참으로 훌륭하고 장한 한국의 어머니상인 것 같다. 생전 살아계실 때 어머니의 노고에 대해 제대로 살펴드리지 못해 가슴 한구석에 죄스런 마음이 늘 떠나지 않고 있다.

어린 시절 맛있게 먹었던 유과는 요즘 구경하기가 어렵고 약과와 강정은 전통한과로 이어져 오고 있다. 모처럼 아파트 단지에서 강정 만들기를 하면서 어머니들의 정성이 들어있는 맛있는 강정을 맛보게 됐다. 아파트 단지에서도 잊혀져 가는 우리나라 고유의 한과 만들기가 널리 확산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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