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 베란다를 통과하는 우수관의 역류로 인해 세대 내 침수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입주자대표회의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우수관은 공용부분으로서, 관리주체인 대표회의가 이를 제대로 관리했어야 했지만 소홀한 점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판사 최연미)은 서울 서대문구 A아파트 입주민 B씨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침수 사고로 인한 재산상 손해 1238만원 및 위자료 2000만원 합계 3238만원을 지급하라”며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최근 대표회의에 331만원의 지급을 명하고 B씨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하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에 따르면 2014년 11월 3일 A아파트 각 세대의 베란다를 통과해 설치된 우수관의 물이 지하 연결 배수관으로 배수되지 못한 채 역류해 아파트 가장 아래층 세대인 B씨 소유의 C호 베란다 우수관을 통해 물과 오물 등이 유입, C호 거실 등 실내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먼저 “이 사건 우수관은 원래 옥상의 빗물을 지하 배수관으로 배수하기 위한 것으로, 집합건물의 구조적 측면의 필요에 의해 각 세대 베란다 부분을 통과해 설치된 것이므로, 설령 부수적으로 세대 내 베란다에서 물을 배출하는 경우 그에 관한 배수기능을 더불어 수행하더라도 각 세대의 전용부분이 아니라 공용부분에 해당한다”고 강조, 이에 따라 “피고 대표회의는 아파트 관리규약 및 관련법령에 따라 공용부분에 대한 관리주체로서 공용부분에 해당하는 우수관 및 연결된 지하 배수관에 대한 관리의무가 있다”고 인정했다.

또한 재판부는 “이 사건 우수관이 막힌 원인이 된 이물질 유입경로나 그 유입시기가 불명확한 사정이 있기는 하나, 이를 고려하더라도 아파트 관리주체로서는 평소 우수관 및 연결 배수관의 원활한 배수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해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 B씨가 이 사건 침수 사고 발생 이전인 2014년 8월~9월경부터 이미 C호 베란다에 설치된 우수관 배수기능에 문제가 있어 우수관을 통과한 물이 지하로 연결된 배수관으로 제대로 배수되지 않는 현상이 있다는 사정을 관리소장에게 알린 사실 ▲피고 대표회의는 위와 같은 고지를 받게 된 경우 지체 없이 우수관 및 연결 배수관의 배수기능을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함에도 2014년 11월까지 별다른 조치 없이 이를 방치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피고 대표회의가 평소 공용부분에 대한 관리의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입주민 B씨의 고지에 대응 즉시 우수관 점검, 이물질 제거 등 필요한 공사나 조치를 시행했다면 이 사건 침수 사고를 예방하거나 피해 확대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 대표회의의 위와 같은 공용부분 관리의무 위반과 이 사건 침수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피고 대표회의는 원고 B씨에게 이 사건 침수 사고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아파트 건축 이후 시일경과에 따라 우수관, 배수관 등에 노화현상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침수 사고 발생의 직접적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모든 책임을 대표회의에만 전가하기 어려운 점 ▲피고 대표회의의 관리 소홀과 더불어 불상의 세대들이 배출한 이물질이 오랜 시간 동안 누적돼 온 사정 또한 침수 사고의 하나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경우 결국 그 부담은 세대별 관리비 등을 통해 최종적으로 아파트 입주자에게 전가될 것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평의 관점에서 대표회의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B씨의 손해액 산정에서 베란다 등 공사비 160만원, 임시 거처로 B씨 소유 오피스텔을 이용함에 따른 오피스텔 임대수익 상실 손해 120만원(60만원×2개월), 의류 및 가재도구 등 침수 피해 50만원을 인정했다. 침수 사고 이후 다른 곳으로 이사하면서 발생한 이전 비용에 대해서는 침수 사고 발생 후 약 10개월이 지나 이전했다는 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손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침수 사고로 인해 B씨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점을 인정하면서도, 침수 사고가 관리주체의 관리소홀이라는 소극적, 부작위적 측면에서 비롯됐을 뿐 적극적인 행위에 따른 것은 아닌 점 등을 고려해 B씨에 대한 위자료를 100만원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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