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립(而立).
30세 나이를 일컫는 한자어다. 마음이 확고하게 도덕 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으로, 공자가 자신의 체험에 바탕을 두고 한 말이다. 공자는 논어 ‘위정편’에서 자신의 학문 수양 발전 과정을 설명하며 ‘30세가 돼서 학문의 기초가 확립됐다(三十而立)’고 했다. 30세란 나이는 그런 나이다.

한국주택관리협회가 올해로 창립된 지 30년이 됐다. 공동주택 관리의 전문화와 선진화를 모토로 한 주택관리협회의 전신인 ‘한국공동주택전문관리협회’가 모습을 드러낸 게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89년이다.

주택관리협회의 올해 나이가 사람으로 치면 학문의 기초가 확립되는 나이인 30세다. 외형적으로는 틀을 갖추고 있다지만 기초가 확실하게 서 흔들리지 않는지 실제 협회의 운용상황을 들여다 보면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다.

어느 직역 단체든 양태는 다르겠지만 크고 작은 고민이 있다. 다양한 관리 회사들의 모임인 주택관리협회도 그렇다. 큰 회사, 작은 회사 등 회사 규모별 차이와, 수도권·비수도권 등 지역적 소재지 차이로도 의견이 다르고 대응 방식과 입장에도 차이가 있다. 이들을 하나의 울타리로 감싸고 하나의 의견으로 모으는 것이 협회의 능력이고 몫이다.

‘30세’의 주택관리협회가 지난달 27일 정기총회를 열고 제14대 회장에 조만현 협회 수석부회장을 선출했다. 1차 투표 때 후보자들 득표수가 같아, 2차 투표까지 가는 치열한 경선 끝의 결과다. 새 집행부의 고민이 짐작된다.

지난번 제13대 회장을 선출하면서 처음으로 직선제를 도입한 주택관리협회는 이번에는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 한 단계 진전된 모습을 보였다.

새로 선출된 제14대 집행부는 ‘장년’으로 거듭나는 주택관리협회를 야심차게 이끌 막중한 임무를 이어 받았다.

지난 3년간 전임 노병용 회장 집행부는 공동주택 관리의 전문화·선진화를 위해 불합리한 관련 법규와 제도의 개선, 대외 홍보 강화, 협회 법정단체 설립 추진 등 여러 방면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시도했다. 이룬 것도 적지 않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법·제도 개선 등 다하지 못 한 성과의 기대는 차기집행부로 바통을 넘기게 됐다.

전임 집행부에서도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항이 협회의 오랜 숙원인 법정단체화 좌절이다.

관리분야를 둘러싼 협회 바깥의 몰이해와 거친 환경도 큰 요인이었지만 일치단결해 추진할 협회 내부의 동력 부족도 문제였다는 게 안팎의 시각이다.

공동주택 관리업계가 함께 풀어가야 할 분야는 적지 않다. 공동으로 맞서 풀어야 할 난제를 마주하고 협회의 내부 소통이 보다 적극적이어야 할 이유다. 협회의 운용은 회장과 회장사 혼자 하는 게 아니다. 회장사를 중심으로 집행부에 참여하는 회원사, 그리고 그 외곽을 감싸고 지원하는 회원사들 모두가 함께 만들어야 한다.

조만현 회장의 새 집행부가 풀어야 할 ‘발등의 불’은 중소형 관리용역 부가세 문제, 남발하는 과태료 문제 등 단기적 과제만이 아니다. 전임 집행부들이 계속 고민했던 협회의 법정단체화 등 공동주택관리법 개정과 사업자 선정지침 개선 등 어려운 문제들 투성이다. 아울러 회원사의 화합과 단합이라는 결코 쉽지 않은 숙제도 풀어야 한다.
조만현 회장의 새 집행부가 어떤 솜씨를 발휘할지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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