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관리소장이 단지 게시판에 ‘전임 입주자대표회장이 경비용역업체 계약 및 재계약과 관련해 입주자에게 손해를 주고 부당하게 수의 재계약을 체결했다’는 글을 게시한 것은 공공의 이익이 있어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동부지방법원 제4형사부(재판장 정창근 부장판사)는 아파트 게시판에 전임 입주자대표회장에 관한 사실 및 허위사실의 글을 게재한 혐의로 기소된 서울 송파구 A아파트 관리소장 B씨에 대한 명예훼손 항소심에서 “피고인 B씨는 무죄”라는 1심 판결을 인정,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B씨의 공소사실은 2016년 8월 A아파트 게시판에 ‘경비용역 입찰에 대한 소명’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게시해 전 대표회장 C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이 게시물에는 C씨가 ‘경비용역업체입찰과 관련해 관리소장, 현 대표회장 등이 입주민들에게 약 2억여원의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해명과 함께 ‘C씨가 2013년 경비용역업체 입찰에서 아파트에 1650만원 이상의 피해를 입혔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게시물 게시행위는 아파트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B씨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으나, 검사는 “B씨가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게시물을 게시했다고 할 수 없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2심 재판부의 판단도 1심과 같았다. 재판부는 사실 적시 명예훼손 부분에 대해 판결문에서 “게시물의 전반적인 문언과 맥락 등에 비춰보면 게시물의 핵심 취지는 ‘C씨가 대표회장일 당시 경비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 산재보험요율을 경비업 표준 산재보험요율인 10/1000이 아닌 21/1000로 적용한 이유 등을 아파트 입주자들과 동대표들에게 소명하라’는 것”이라며 “과거 대표회장이었던 사람에게 입주자 전체 이익과 연관된 사항을 소명하도록 촉구하는 과정에서 C씨를 다소 비난하거나 단정적으로 매도하는 듯한 표현이 일부 사용됐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게시물 게시행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게시물이 각 동 내부에 게시되는 과정에서 배달원이나 방문객 등 불특정 제3자가 일시적인 방문으로 우연히 게시물을 보게 된다고 하더라도 동 내부를 주로 출입하는 사람들이 입주자들인 이상 게시행위가 입주자들 공공의 이익을 위한 범주를 크게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B씨가 ‘C씨는 관리규약상 경비용역업체를 수의 재계약할 수 없음에도 수의계약을 했다’고 게시함으로써 허위사실을 적시해 C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부분에는 “피고인 B씨에게 ‘아파트 경비용역 재계약 과정에서 수의계약을 할 수 없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게시물 게시행위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서 무죄”라는 1심의 판단을 받아들였다.

재판부에 따르면 A아파트 관리규약은 ‘공동주택 관리에 필요한 물품구매, 공사, 용역 등의 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경우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하나, 평상시 200만원 이하나 천재지변, 안전사고 및 인명재산피해 발생 우려 등으로 업무상 긴급을 요하는 사안에 한해 불가피한 경우 수의계약에 의할 수 있다. 이 경우 관리주체는 정상처리를 포함해 선 집행 후 차기 대표회의에 보고 또는 추인을 받을 수 있다’는 등의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다른 공동주택에서 ‘관리주체가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기존사업자의 사업수행실적을 평가한 뒤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을 받아 기존사업자와 재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취지의 규정을 관리규약에 명시한 경우가 존재하는 반면, A아파트는 ‘대표회의의 사업수행실적 평가 및 의결 등을 거쳐 수의계약 방식으로 재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지 않았다.

A아파트 관리규약은 ‘관리주체는 경비 등의 사업자 선정 시는 영 제55조의4(구 주택법 시행령)에 따라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규정을 뒀고 구 주택법 시행령 제55조의4는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에 명시된 경우에 경쟁입찰이 아닌 방법으로 사업자를 선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으며, 사업자 선정지침은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기존사업자의 사업수행실적으로 평가해 다시 계약이 필요하다고 대표회의에서 의결한 경우’를 수의계약이 가능한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아파트 관리규약 및 다른 공동주택 관리규약의 각 문언과 체계 등을 종합해보면 피고인 B씨로서는 ‘아파트 관리규약이 다른 공동주택의 관리규약과는 다른 형태로 규정돼 있으므로 관리규약 및 국토교통부장관 고시 등에도 불구하고 A아파트는 대표회의의 사업수행실적 평가 및 의결 등을 거치는 것만으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경비용역업체와 재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반드시 공개입찰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할 만한 충분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일축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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