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확정 판결

서울행정법원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에서 나무 가지치기를 하다 발을 헛디뎌 떨어진 경비원이 이 사고로 인한 사지마비로 장기간 침상치료를 받던 중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근로복지공단은 경비원이 고혈압, 신부전 등 기존질환으로 인해 사망했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내렸으나, 법원은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라며 이 처분을 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유진현 부장판사)는 최근 서울 강남구 A아파트에서 나무 가지치기 작업 중 실족해 요양을 하다 사망한 경비원의 아내 B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피고 근로복지공단이 원고 B씨에 대해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경비원 C씨는 2010년 4월 A아파트에서 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하다 실족하는 사고를 당했고, 이로 인해 뇌좌상, 급성뇌경막상혈종, 가슴뼈골절 및 혈흉, 두개골 함몰골절 등의 진단을 받았다.

C씨는 이를 업무상 질병으로 승인받고 요양하던 중 2017년 6월 사망했는데, 사망진단서에는 직접사인 급성심근경색증, 중간선행사인 다장기부전, 선행사인 사지마비 후 장기와병으로 기재돼 있다.

C씨의 아내 B씨는 근로복지공단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청구를 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고혈압, 혈액투석, 나이, 당뇨, 신부전 등의 상병이 있는 분으로 사망진단서상의 급성심근경색증 발생 소인이 다분하며, 급성심근경색 발생 위험인자들을 기왕력으로 갖고 있는 것으로 봐 자연경과에 따른 발병 및 사망으로 봄이 타당하다는 의학적 소견에 따라 망인의 사망원인은 업무상 재해 및 기승인 상병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했다.

이에 B씨는 “C씨의 사망은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후유증 내지는 합병증과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봐야 하므로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C씨의 사망원인인 급성심근경색의 발병은 C씨의 기존질환과 업무상 질병인 이 사건 상병의 후유증인 전신마비로 인한 장기간의 침상생활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C씨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C씨는 업무 중 사고로 인해 7년 이상을 침상에 고정된 상태에서 요양할 수밖에 없었는데, 감정의의 의학적 소견에 따르면 장기간의 침상생활은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을 크게 증가시키고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위험도 크게 증가시킨다”며 “C씨가 사지마비로 인해 장기간 와병상태에 있었다는 사정 또한 급성심근경색 발생에 기여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법원의 사실조회에 대해 재활의학과 의사는 당뇨, 혈압 등 C씨의 기존 질환과 사고로 입은 뇌손상 및 척수손상으로 인한 사지마비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다장기부전을 일으켰고, C씨가 그로 인한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고 봤으며 C씨의 사망과 사고 사이에 25%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했다. 또 C씨가 입원하고 있던 요양병원에서도 장기간 침상와상 상태에 따른 합병증인 심부정맥 혈전증으로 인한 급성심근경색증이 직접적인 사망원인으로 사료된다고 봤고 C씨는 기존질병에 외상이 더해져 전반적인 신체기능의 저하로 조기 사망한다고 보여 사고와 사망 사이에 50%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이와 같은 사실조회 결과는 C씨의 진료기록을 토대로 해 전문적 지식을 갖춘 의사가 사실조회사항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변한 것이므로 매우 신빙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C씨의 진료기록을 감정한 감정의도 ‘C씨는 기존질환만으로도 급성심근경색이 발생해 사망에 이를 위험이 매우 높기는 했지만, 장기간 와병상태에 있었던 것 또한 기여했다고 봐야 하고 C씨의 사망은 7년 전 발생한 사고와 부분적으로 인과관계가 있다’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했다”며 “감정촉탁결과는 달리 감정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다는 등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돼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이 판결은 근로복지공단이 항소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1월 10일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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