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보급 5만대 시대에 접어들었다. 전기차는 해마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아직은 내연기관차 중심이고 보급대수도 상대적으로 많지는 않지만 전기차의 역할은 점차 커지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의 차량 제조회사들로부터 시작해서 각국의 정부들이 적극적으로 지원 육성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전기차는 트렌드가 돼가고 있다.

전기차는 대표적인 친환경차다. 가스 배출구가 없다. 엔진이 없어 조용하고 진동도 없다. 배터리의 전력을 이용해 모터를 돌리고 바퀴를 돌린다. 그래서 외부 전력 공급을 통한 충전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충전기가 필수다.

차량증가 속도에 맞춰 충전인프라도 확충돼야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도 전기차를 사용하는 입주민들이 늘었지만 거주공간에서의 충전 인프라는 크게 부족한 상태다.

전기차 충전기는 충전 속도에 따라 급속, 완속 두 종류로 나뉜다. 급속충전기는 완전방전 상태에서 30~40분만에 신속히 충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설치비용이 많이 들어 고속도로 휴게소나 공공기관, 대형마트 등에서 설치·운용하고 있다. 반면, 완속충전기는 완전방전에서 완전충전까지 약 4~6시간이 걸린다. 주로 아파트 등 가정용으로 설치·이용된다.

대도시 중심에 아파트 등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주거 특성을 감안하면 공동주택 거주지의 ‘야간 공공용 완속 충전기 해결’이 핵심 과제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충전 시설 문제를 놓고 입주민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고, 많이 불편하다. 심각한 후유증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전기차 충전기 설치 건의가 거부당한 데 불만을 품고 아파트 출입구를 자신의 차량으로 막은 입주민 A씨의 기사가 보도돼 관심을 끌었다. A씨는 입주자대표회의에 ‘전기차 완속 충전기를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불만을 품고 행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차공간이 부족해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엄두조차 내지 못 하는 아파트가 적지 않다. 충전기 설치와 이용을 시도하는 아파트에서는 갈등이 잦다. 충전기 설치로 주차 공간이 좁아진다거나, 충전기 관리 자체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공개적으로 충전기 설치를 반대하는 사례도 있다. 전기차를 사용하는 입주민들과 갈등의 양상이 심해지자 애꿎은 전기차만 ‘눈칫밥’을 먹는 신세가 됐다.

아파트의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는 입주자대표회의에 결정 권한이 있다. 입주민들 다수의 의사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아파트 관계자들에게 충전시설 설치는 ‘골칫거리’다. 설치되는 과정도 의견을 모으기 어렵지만, 설치됐다 하더라도 충전기가 고장날 경우 그 비용을 전 주민에게 다 부담을 시킬 것인지, 전기차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시킬 것인지 복잡하다.

그렇지만 전기차의 유용성, 효용성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인정하고 있다. 환경 문제에 민감한 국민들의 인식도 개선·반영됐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노후경유차를 대신할 전기차의 보급에 관심과 이해도 높다. 공동주택 입주민들도 당장의 주차면수가 줄어들고, 내가 이용할 일이 없을 지라도 큰 방향성을 인식하고 긴 시각으로 봐야할 듯싶다.

당국의 역할도 보조금 중심의 정책보다는 충전시설 설치, 이동형 충전기 보급 등 불편함 없이 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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