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서부지원 확정 판결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취업규칙에 직원 징계 시 인사위원회의 심의 및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규정돼 있음에도 입주자대표회의 의결로만 관리소장을 해고한 것은 부당해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제1민사부(재판장 서보민 부장판사)는 최근 대구 달서구 A아파트 관리소장 B씨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피고 대표회의가 원고 B씨에게 한 징계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며 “피고 대표회의는 원고 B씨에게 2017년 3월 21일부터 원고 B씨가 복직할 때까지 월 325만여원의 비율로 계산된 돈을 지급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2015년 12월 두 차례 징계위원회를 구성해 관리소장 B씨에 대해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등의 사유로 정직 3개월 및 감봉 6개월의 징계처분을 했다.

B씨는 징계처분에 대해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 구제신청을 했고 노동위원회는 ‘징계사유 및 절차의 정당성은 인정되나 양정은 부당하다’며 징계를 취소했다.

대표회의는 2016년 7월 인사위원회를 구성해 B씨에 대해 업무태만의 심각성을 사유로 해고를 결의했으나 추후 인사위원회 구성원 중 일부가 결의 전 동대표를 사퇴한 사실이 밝혀져 해고 결의는 의결정족수 미달로 무효인 것으로 판명됐다.

대표회의는 2017년 2월 회의에서 B씨에게 2017년 예산안 심의·의결을 위한 산출 근거가 부족하다며 다시 자료를 제출해주기를 요구했으나 B씨는 그 다음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등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대표회의는 B씨의 거취문제를 다음 회의 안건으로 상정키로 하고 이 내용을 공고했다.

며칠 뒤 대표회의는 회의에서 B씨에게 권고사직을 요청했으나 B씨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B씨를 해고하고 B씨에게 해고 예고통보를 하기로 하는 내용의 결의를 하고 해고 예고통보를 했다. B씨는 2017년 3월까지 근무하고 그 때까지의 급여를 받았다.

이에 대해 대표회의는 “B씨는 대표회의로부터 관리 집행업무를 위임받은 수임인이므로,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라 언제든지 B씨와의 위임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법 제689조 제1항은 위임계약의 경우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 형식이 고용계약, 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인지 여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원고 B씨에게는 기본급 및 수당 등 고정된 급여가 지급됐고 그 급여에서 근로소득세 및 4대 보험료 등이 원천징수됐던 점, 원고 B씨는 피고 대표회의로부터 업무에 관한 지휘·감독을 받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을 알 수 있다”며 “피고 대표회의는 원고 B씨와 사이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음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원고 B씨는 피고 대표회의의 수임인이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관리사무소가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해 취업규칙에 관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으므로, 이 사건 해고에 관해 취업규칙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대표회의의 주장에는 “관리사무소에는 취업규칙이 존재하고 취업규칙에 따르면 인사위원회가 관리소장을 심의할 경우 간사를 따로 지명한다고 하는 등 관리소장에 대해서도 취업규칙이 적용됨을 전제로 규정하고 있고, 해고 이전 원고 B씨에 대한 징계절차에서 인사위원회가 개최되는 등 원고 B씨에 대한 징계가 취업규칙을 적용해 이뤄졌다”며 “원고 B씨와 피고 대표회의 사이의 근로계약에서는 취업규칙을 적용하기로 정했다고 판단되고, 해고에 대해서는 취업규칙을 적용해 정당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사건 해고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인사위원회의 심의 및 의결을 거치지 않고 피고 대표회의의 회의에서 하나의 안건으로 의결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위법해 무효하다”고 못 박았다.

대표회의는 ‘자신들이 2017년 1월 새로 구성돼 취업규칙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고 취업규칙을 B씨가 은닉해 입수할 수 없어 관리규약 및 구 주택법 시행령에 따라 인사위원회와 동일한 구성인 대표회의를 개최해 해고를 결의했으며 B씨는 충분히 소명의 기회를 부여받았으므로, 사실상 징계절차를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대표회의가 취업규칙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입수하지 못했고 구 주택법 시행령은 ‘대표회의가 과반수 찬성으로 자치관리기구 직원의 임면에 관한 사항을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증거들만으로 원고 B씨가 취업규칙을 고의로 은닉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피고 대표회의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징계절차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거나 완화해 적용해도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또 “취업규칙이 정한 인사위원회는 구성, 심의 및 의결 방식 등에서 입주자대표회의와 다르므로, 이 사건 해고가 취업규칙에 따라 구성된 인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았음은 명백하다”며 “B씨에 대한 해고 이전에 징계사유가 무엇인지 사전에 고지됐다는 증거가 없어 원고 B씨가 소명의 기회를 충분히 보장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 대표회의의 원고 B씨에 대한 해고가 무효인 이상 피고 대표회의는 원고 B씨가 계속 근무했다면 받을 수 있는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피고 대표회의는 원고 B씨에게 해고에 따라 원고 B씨가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2017년 3월부터 원고 B씨의 복직 시까지 월 325만여원의 비율로 계산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 판결은 대표회의가 항소를 제기하지 않아 지난 8일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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