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법 판결

대표회의 의결 없이 장충금 사용 못 해
관리소장 조치명령 이행 노력‧불이행 정당 사유 인정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소방서장으로부터 소방시설 점검결과 지적사항에 대한 조치명령을 통보받았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아파트의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회장이 기소됐지만 각각 무죄와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전주지방법원(판사 노종찬)은 최근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북 전주시 완산구 A아파트 관리소장 B씨와 대표회장 C씨에 대한 선고심에서 “피고인 B씨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피고인 C씨에 대한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B씨와 C씨는 전주완선소방서장으로부터 2017년 9월 12일경 아파트의 특정소방대상물 소방시설 점검결과 지적사항에 대한 일부 불이행 사항에 대해 2017년 11월 3일까지 조치하라는 명령을 받았고, 수신자 변경으로 인해 2017년 9월 27일경 조치 명령을 재통지받았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위 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관리소장 B씨에 대해 “공소사실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단에 앞서 “공동주택관리법령에 따르면 위탁관리에 따른 관리업자에 소속된 관리소장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의결하는 공동주택의 운영‧관리‧유지‧보수‧교체‧개량의 업무를 수행해야 하고, 장기수선계획에 따른 공동주택 공용부분의 보수‧교체 및 개량에 관한 사항은 대표회의의 의결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 법원이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 관리소장 B씨는 ▲이 사건 각 조치명령 이행을 위해 장기수선계획 조정안의 제출, 대표회의 개최 요구, 장기수선충당금 사용 없이 할 수 있는 수선과 수리를 통한 조치명령 일부 이행 등을 한 사실 ▲이 사건 각 조치명령에 따른 보수공사는 당해 연도의 사업계획 및 예산에 반영돼 있지 않았고 장기수선계획 조정에 따라 장충금을 사용하는 공사였던 사실 ▲장충금을 사용하는 공사는 대표회의가 선정하는 사업자가 시행해야 하는데, 대표회의는 이 사건 각 조치명령 이행을 위한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인 B씨는 이 사건 각 조치명령 이행을 위해 자신의 권한 내지 책임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고, 관리소장인 피고인이 대표회의 의결 없이 장충금을 사용해 조치명령을 이행할 수는 없는 것이며, 이 사건 각 조치명령에 따른 보수공사가 이 사건 아파트 장기수선계획 총론의 ‘장기수선 긴급보수의 기준’에 정한 관리주체가 선집행할 수 있는 ‘화재 등으로 보수하지 않을 경우 거주가 불가능한 경우’ 해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피고인 B씨에게는 이 사건 각 조치명령의 불이행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대표회장 C씨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피고인 C씨가 초범인 점, 조치명령 불이행 경위에 참작할 부분이 있는 점 등의 정상을 참작했다”며 벌금 200만원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을 내렸다.

C씨는 아파트를 관리업자에 위탁관리하고 있어 자신이 아파트 관리자가 아니므로 조치명령 대상이 되는 ‘특정소방대상물의 관계인‘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관리주체인 관리업자뿐만 아니라 입주자대표회의를 대표하는 회장도 공동주택의 관리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표회의의 아파트 관리 관련 주요사항 의결 기능 등이 주요 근거가 됐다.

또한 재판부는 C씨가 “소방시설 유지관리업무를 맡긴 D사의 2017년 1월 종합정밀점검과 같은 해 7월 작동기능점검 결과는 매월 점검에서 나타나지 않은 소방시설 결함이 대거 존재해 허위 가능성이 높고, 그러한 자체점검 결과를 기초로 한 이 사건 각 조치명령도 위법하다”고 주장한 것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D사의 자체점검에 허위 지적 사항이 있음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고, 나아가 ▲자체점검의 속성상 과다 지적보다 과소 지적의 우려가 더 큰 점 ▲실제와 달리 화재안전기준에 미흡한 부분으로 지적된 부분에 관한 수리 등의 조치명령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실제 그러한 결함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면 조치명령에 따른 실질적 불이익도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관할 관청이 자체점검 결과를 보고받고 그 결과를 신뢰해 조치명령의 처분을 한 것 자체를 두고 이를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C씨의 조치명령 불이행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와 관련해, 재판부는 “피고인 C씨가 이 사건 각 조치명령 중 종합정밀점검 지적사항에서 여전히 이행되지 않고 있는 부분의 재이행을 명한 2017년 9월 12일자 조치명령에 관해서는 장기수선계획의 조정 대표회의의 부결에 다라 결과적으로 시정기간 내에 이행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면서도 여전히 C씨의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장충금을 사용한 공사의 의결과 공사업체 선정에 앞서 장기수선계획의 조정이 필요함을 간과한 것에 피고인 C씨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고, 그 절차를 밟지 않은 탓에 발생한 대표회의 구성원 간의 이견에 따라 적시에 보수공사를 실시하지 못한 것이 조치명령 불이행에 정당한 사유가 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재판부는 “2017년 9월 7일자 대표회의에서 작동기능점검에 다른 지적사항에 관한 보수공사를 의결한 이상, 이 사건 각 조치명령 중 작동기능점검 지적사항의 보수 등을 명한 조치명령의 불이행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도 볼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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