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및 감사 선거 개표와 관련해 분쟁이 있는 사이에 개표를 강행하기 위해 일부 선거관리위원과 공모해 관리소장의 동의 없이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의 자물쇠를 부수고 들어간 입주민들에게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8형사부(재판장 임성철 부장판사)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및 감사 선거에서 입후보자 및 선거관리위원 사이의 개표 관련 분쟁에도 개표를 강행하기 위해 잠겨있던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의 자물쇠를 부수고 들어간 혐의로 기소된 A아파트 입주민 B씨와 C씨에 대한 재물손괴, 방실침입 항소심에서 “피고인들을 각 벌금 50만원에 처한다”는 1심 판결을 인정, B씨와 C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A아파트는 2016년 1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및 감사 선거에 대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그 후 선거 과정에서 불법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개표와 관련해 입후보자 및 선거관리위원들 사이에 분쟁이 생겼고, 선거관리위원회는 통상적인 의결절차 없이 의혹 규명 시까지 개표를 보류하기로 했다. 선거관리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선거관리위원들은 선거과정에 불법선거가 없음이 확인됐다면서 개표를 진행하려고 했다. 선관위원장은 관리소장 측에 개표절차 진행을 위해 투표함 열쇠 반환 및 개표요원 배치 요청 등의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냈으나, 관리소장은 이에 불응해 사무실을 자물쇠로 잠가 놓고 열어주지 않았다.

개표를 강행하려고 한 선거관리위원 D씨는 입주민 C씨에게 개표요원을 대신할 아르바이트생을 섭외할 것을 미리 부탁했고 C씨는 4명의 아르바이트생을 직접 섭외해 사무실 현장으로 데리고 왔다.

입주민 B씨는 불법선거운동 의혹이 제기된 후보자 E씨를 지지하는 자로서 E씨의 참관인 자격을 내세우며 개표 강행에 동참했다. B씨와 C씨는 자신들을 말리는 다른 입주민들을 의도적으로 가로막았고 그 사이 아르바이트생들이 절단기로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 자물쇠를 절단하고 유리창을 깨뜨린 후 사무실로 들어갔다. B씨는 투표함을 열어 투표용지를 직접 만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범행 경위와 과정, 당시 선거관리위원들 사이의 의견 불일치 등의 분쟁 상황, 손괴 행위 내용과 범행 방법 등에 비춰 타인의 재물을 손괴하는 행위가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로서 형법상 정당행위로 평가될 만큼 수단의 상당성이나 긴급성 및 보충성의 요건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선거관리위원장의 양해 하에 사무실에 들어간 것이므로 침입이 아니고 선거관리위원장에게 사무실에 관한 정당한 권한이 없더라도 양해가 존재하는 것으로 착오했으므로 침입의 고의가 없다’는 B씨와 C씨의 주장에는 “관리규약상 관리사무소에 대한 관리권한은 관리소장에게 있고 관리소장의 동의가 없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사무실에 들어가기 위해 물리적이고 파괴적인 방법을 동원한 점 등에 비춰, 미필적이나마 관리소장의 동의 없이 사무실에 들어간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충분히 인정되고 관리소장의 양해 또는 승낙이 존재한다고 오인했다거나 오인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B씨와 C씨가 범행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은 점, 손괴된 부분은 피해 회복이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점, 당시 아파트의 분쟁 상황 등 여러 양형요소를 고려해 벌금 50만원의 형을 선고했다.

B씨와 C씨는 이 같은 1심 판결에 불복, “선거관리위원들과 공모하지 않았고 선거관리위원장의 양해 하에 사무실에 들어갔으므로 침입이 아니다”라며 항소를 제기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B씨와 C씨의 항소를 기각하며 1심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은 거짓된 변명과 핑계를 대면서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고, 원심이 피고인들의 유리한 정상을 이미 충분히 참작해 약식명령의 벌금액인 100만원보다 감액해 형을 정한 것으로 보이고 당심에서 새롭게 양형을 고려할 만한 특별한 사정도 찾을 수 없다”며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보이지는 않으므로 피고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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