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부산 아파트 경비원 집단 사직 논란' 관리업계 시각은?

최저임금 상승 따른 주민 부담
‧외부차량 인한 위험 등 이유로
통합경비시스템 도입 결정

근무시간 단축, 임금 대폭 줄어
“110만원으로 살 수 없다”며
110명 중 98명이 사직 결정

경비원 집단 사직으로 논란이 된 부산 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통합경비시스템을 위한 차량통행 차단기 설치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독자 서수찬 씨>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지난달 부산 남구의 한 대단지 아파트에서 통합경비시스템 도입으로 경비원들이 집단 사직을 결정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아파트는 최근 경비체계를 CCTV와 차량통행 차단기 중심으로 개편하기로 결정, 이에 따라 올해부터 경비원 근무시간을 기존 무급 휴게시간 8시간 30분 포함 24시간 격일 근무제에서 무급 휴게시간 3시간 30분 포함 14시간(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격일 근무제로 바꾸게 됐다.

앞으로 경비원들은 택배 보관, 재활용 분리수거, 단순 민원 처리 등 관리 보조 업무를 맡고, 경비원 공백이 발생하는 야간 시간대에는 CCTV 감시‧순찰만을 전담하는 경비인력 10명을 투입하겠다는 것이 아파트 측의 계획이다.

그런데 근무체계가 바뀌면 경비원들의 월급(실수령액 기준)은 기존 185만원에서 110만원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경비원들이 “이 돈을 갖고 생활하기가 힘들다”며 총 110명 중 98명이 이달 31일에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입주민들의 관리비 인상 부담과 함께 외부 차량 진입에 따른 불법 주‧정차, 사고 위험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통합경비시스템 도입을 결정하게 됐다.

아파트 위치가 부산의 대표적 관광지인 광안리, 이기대와 인접해 있고 왕복 4차로로 이뤄져, 관광버스 등이 지나가거나 잠시 정차하기도 하고, 외부 차량이 함부로 드나들어 입주민들이 범죄 및 사고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이었다.

아파트 측은 이미 전문경비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단지 내 도로 진입 구간 9곳에 차량 차단기 설치 공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 입주민과 상가 관계자들은 경비원 공백에 따른 불안감과 상가 관련 차량들의 단지 출입 어려움 등을 호소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비체계 변경 반대 서명을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주차차단기 설치 후에도 분산상가 이용객들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거는 등 입주민과 상가 점포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 상승을 이유로 통합경비시스템에 경비원들을 사직으로 내몰리게 한 것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적지 않다. 공용 전기에너지 사용량 감축 등 관리비 절감으로 경비원 전원 고용 유지를 결정한 아파트 등 상생이 돋보이는 단지들과 비교된다는 지적이다.

경비원 집단 사직으로 논란이 된 부산 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 걸린 차량통행차단기 설치 관련 안내 현수막. <사진제공=독자 서수찬 씨>
아파트 상가의 한 점포에 차량통행 차단기 설치를 반대하는 글이 걸려 있다. <사진제공=독자 서수찬 씨>

이 아파트 상가에 입점해 있는 A씨는 “기계가 다 하니까 월급 나가는 경비원은 필요 없다는 것이냐”며 “효율성도 좋지만 상생하는 것도 중요한데 갈수록 살기가 힘들어지는 세상이 되는 것 같아 보기 안타깝다”고 말했다.

매년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경비원 인원을 줄이거나 무급 휴게시간을 늘려 임금 상승을 최대한 억제하려는 아파트들이 적지 않다. 때문에 경비원 해고 논란이 해마다 되풀이 되고, 경비원들의 고용불안도 커져만 가고 있다.

이와 함께 통합경비시스템의 도입과 확산으로 경비원들의 설 자리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도 계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기계가 사람을 대신할 수 없는 부분이 있고, 주차 관리나 택배 관련 업무 등을 해주던 경비원들이 줄어들면 입주민들의 불편이 커지며 야간 휴게시간으로 경비 공백이 발생하면 범죄위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율산개발 김경렬 사장은 “통합경비시스템은 인건비가 들지 않지만 설치비와 함께 시설물 유지관리비가 들기 때문에 비용 효과를 따져 보면 경비원 인원이 15명 이상인 아파트일 경우에만 경비 인력을 대체한 통합경비시스템 도입이 경제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사장은 “아파트 경비원 근무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아파트들이 택배 업무, 분리수거, 외곽청소, 조경관리, 야간경비원 등 업무를 각 분리해 그 업무만 전문으로 맡는 ‘파트타이머’를 고용함으로써 필요한 시간과 필요한 업무에 필요한 인력만 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새로운 방안을 제시했다.

이것이 이뤄지면 지금과 반대로 오히려 최저임금이 상승할수록 그 분야에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좋고, 쓸데없는 휴게시간 없이 필요한 시간만 일하며 투잡, 쓰리잡 등이 가능하게 돼 근로조건이 더 나아진다는 설명이다. 또 김 사장은 “업무 분야별로 나눠 인력을 고용하면 심야근로만을 목적으로 한 야간경비원은 일반적인 근로의 심야근로가 아니라 연장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김 사장은 “‘이탈의 자유’를 보장하지 못하는 휴게시간이라면 임금을 주는 것이 맞고, 경비원처럼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 되는 일자리에는 최저임금을 강제하지 않거나 업종별, 연령별로 차이를 두는 것이 옳다”고도 지적했다.

한편, ‘주52시간제로 경비원들의 대량 실직사태를 초래하고, 임금이 대폭 감소됐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고용노동부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지난달 20일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는 “사용자가 아파트 경비원 등 감시적 근로자에 대해 고용노동부로부터 근로시간, 휴게 등에 관한 규정의 적용제외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근로시간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근로기준법 제63조)”며 “기사에서 언급된 아파트는 노동부로부터 근로시간 등의 규정 적용제외 승인을 받아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규정이 적용이 되지 않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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