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황금돼지의 해, ‘기해년(己亥年)’이다.
돼지에게는 다양한 속설이 있다. ‘재물과 복의 상징’이 가장 대표적이다.  돼지를 뜻하는 한자 ‘돈(豚)’이 우리 말의 ‘돈(錢)’과 음이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돼지를 ‘횡재’의 상징으로 여긴다. 돼지꿈은 대표적인 길몽으로 친다.

돼지는 체질이 강해 기후 변화에 잘 적응하고 자손이 번창해 다산의 상징이기도 하다. 우리 조상들은 먹성 좋은 돼지가 풍요를 가져다 준다고 보고 각별한 애정을 가졌다. 아무쪼록 돼지의 해를 맞아 공동주택 관리 분야에도 풍성한 복이 넘치기를 학수고대한다.

돼지는 또한 신을 위한 제물로도 많이 쓰였다. 고구려에서는 ‘교시(郊豕)’라 해서 특별대접을 받았다. 삼국사기 등에는 하늘과 땅에 제사를 지낼 때 쓰는 희생으로 쓰는 돼지인 ‘교시’에 관한 기록이 여러 번 나온다. 돼지는 또한 드물게나마 신통력을 지닌 존재로 여겨졌으며 부여에는 돼지가 벼슬이름으로 올라있기도 했다.

돼지는 또한 많은 속담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렇지만 속담에서는 대체로 긍정적이지 않다. 탐욕스런 성정의 사람, 게으른 사람, 미련한 짓거리를 하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돼지 같은 욕심’ ‘돼지는 우리 더러운 줄 모른다’ ‘돼지 멱따는 소리’ 등의 속담에서는 미련하고 게으르고, 지저분하며, 먹을 것이나 탐내는 동물로 묘사하고 있다.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라는 속담도 있다. 어리석고 나쁜 것과 좋은 것을 구별하지 못하고 지혜가 없음을 말하는 데 인용되는 말이다.

의인화된 것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아마도 ‘서유기’의 저팔계가 아닐까 싶다. 소설에서는 요물로, 그러다 귀여운 캐릭터로 바뀌기도 했다. ‘날아라 슈퍼보드’ 등 만화영화에서도 인기 캐릭터였다.

돼지에 대한 서양에서의 평가도 전반적으로 박하다. 성경의 마태복음에는 ‘돼지에게 진주’라는 말이 나온다. 소중한 물건의 가치를 잘 모르는 상대방을 꼬집는 말로 쓰이고 있는 말이다. “거룩한 것을 개들에게 주지 말고, 진주를 돼지들에게 던지지 말라. 그것들이 발로 그것을 짓밟고 되돌아서 너희를 물어뜯을지도 모른다.”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귀한 것을 줘봤자, 함부로 여길 테니 주지말라는 뜻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을 ‘돼지’에 비유했을까.

유대인들은 아주 옛날부터 돼지를 깨끗하지 못한 짐승으로 여겨 먹지 못하게 했단다. 돼지고기는 쇠고기나 양고기보다 훨씬 잘 상하기 때문에 잘못 먹으면 식중독에 걸릴 수 있었기 때문으로 추측한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돼지고기는 잘못 먹었다가 큰 병이 걸릴 수 있는 위험한 음식이었다. 그래서 아예 돼지를 깨끗하지 못한 짐승이라고 하며 먹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힌두교인들에게도 돼지는 가장 더러운 동물로 여겨졌다.

이처럼 동서양의 속담, 성어, 민속 등에서 돼지는 극과 극을 오가며 다양하게 묘사되고 있다. 좋건 그렇지 않건 돼지는 재촉하는 동물로 묘사되지는 않는다. 게으를지언정 느긋하다. 차분하기까지 하다.

빨리 빨리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 모두 ‘돼지의 느긋함’을 배우는 한 해가 되면 어떨까. 공자의 ‘삼인행(三人行)이면 필유아사(必有我師)’란 말처럼 돼지의 해를 맞아 공동주택 관리 분야에서도 돼지의 좋은 점은 본받고, 그렇지 못한 점이 있다면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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