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 류정 처장

류정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 처장

공동주택의 하자로 인한 분쟁은 사용검사일을 약 1개월 앞두고 ‘입주예정자 사전방문’을 실시할 때부터 시작된다. 이때 주택내부의 ‘도장공사, 도배공사, 가구공사, 타일공사, 주방용구공사 및 위생기구공사의 상태를 확인’하고, 공사가 미흡한 부위를 체크해 입주지원센터에 제출하게 된다. 이는 완성된 주택을 미리 보여 줌으로써 입주를 준비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잔손보기 등이 미흡한 하자부위를 입주예정자가 직접 확인하고 지적함으로써 주택의 품질을 제고하는 의미도 있다.

그런데 입주예정자가 사전방문 시점에서 건축물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잔손보기 등이 미흡해 하자로 인한 집단민원까지 발생하기도 한다. 분쟁사례를 보면, 지하주차장 누수 등의 하자로 사용검사를 거부하는 곳도 있고, 중대한 하자를 이유로 분양계약 해제를 요구하거나 하자에 갈음하는 보상을 요구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신규 아파트에 하자가 발생하면 사업주체에 하자보수를 청구하고 보수를 지체하면 하자보수보증금을 청구하는 절차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입주자의 목소리가 달라지고 있다. 하자보수보다는 민사소송, 아니면 소송대체적인 조정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일부의 입주자 카페모임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하면 가장 먼저 하자로 인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의견이 표출되기도 한다.

이런 배경에는 사업주체가 공동주택을 설계도면대로 짓지 않아 미시공 및 임의로 변경시공하거나, 관련법규를 준수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시공해 균열·누수·탈락 및 들뜸 등의 다양한 시공하자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일부 사업주체가 하자보수를 게을리하거나 하자를 부인 또는 보수자체를 거부하는 도덕불감증도 문제라 할 것이다.

이와 관련,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도 입주자뿐만 아니라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에서 입주초기부터 하자보수 및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 등과 관련한 질의를 자주하는 편이다. 하자보수를 안 해주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자심사 또는 분쟁조정을 어떻게 신청하는지, 아니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나은지 자주 묻는다. 어떤 사람은 무조건 소송을 제기할 것이란 거침없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법원 소송은 어떤 형식으로 청구하느냐에 따라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입주자가 입주자대표회의 또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에게 ‘하자보수청구권,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 및 분양계약상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 등의 권리 일체를 채권양도’한 후가 역기능의 대표적인 사례다. 채권양도 후에는 더 이상 사업주체를 상대로 하자보수를 청구할 수 없는 문제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는 채권을 양도한 입주자에 대해 하자담보책임기간이 남아 있더라도 사업주체는 당사자 부적격을 이유로 보수를 거부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특히, 10년차 내력구조부의 하자를 2~5년차 내에 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는 소송 제기 후에 발생한 하자와 중복청구라는 이유를 들어 보수를 거부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또한, 입주자가 하자담보책임기간이 남아 있는 주택을 매매한 경우, 매수인이 입주해 하자보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사업주체는 보수를 거부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매도인이 이미 하자보수청구권과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 등의 권리 일체를 채권양도했기에 매수인은 하자보수를 청구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든다. 이런 점에서 보면 채권양도로 인한 위험부담은 고스란히 입주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업주체의 불성실한 시공행위와 보수행위는 철퇴를 가해야겠지만, 소송이 궁극적으로 입주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인지, 사업주체를 항복시키는 것인지 다시 한 번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하자보수를 청구하는 관리주체와 입주자대표회의의 하자발견·하자판단·보수비용 산출 등의 전문성 부족이 오히려 일부 변호사와 안전진단기관 등과 결탁한 기획소송을 부추기는 원인이 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권으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채권양도를 통한 기획소송이란, 여러 사람이 극히 저렴한 비용으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는 반면에 입주자 개개인의 특별한 사실관계나 주택별로 발생한 하자의 정도와 사정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두성규 박사는 ‘공동주택 하자 기획 소송의 최근 동향 및 대응 방안’ 연구보고서에서 입주자들은 사실상 기획소송에 들러리를 설 뿐이고 정신적·물질적 피해까지 고스란히 입주자가 떠안게 될 수 있다고 주장한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입주자가 하자로 인한 권리를 구제받기 위해서는 유의할 점이 있다. 첫째, 하자담보책임기간 내에는 하자보수를 서면으로 청구해 근거를 남긴다. 둘째, 하자담보책임기간 내에 하자보수를 안 해주면 하자보수보증금을 청구한다. 셋째, 하자보수를 청구해도 정당한 사유 없이 보수를 안 해주면 시장·군수·구청장이 시정명령(위반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하도록 신고한다. 넷째, 하자심사(하자판정 결과 위반시 1000만원 과태료) 또는 분쟁조정(조정신청 시 소멸시효 중단, 확정판결 효력)을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신청해 권리를 구제받는다.

이런 절차를 모두 거치고도 분쟁해결이 안 되거나, 하자담보책임기간이 지나도록 보수가 안 될 경우에는 그때 가서는 소송을 검토하더라도 늦지 않다. 하자담보책임기간이 지난 후에도 이미 청구한 하자에 대해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권리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입주자들은 하자보수에 관한 비전문가다.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소장이 이끄는 대로 따라갈 뿐이다. 주택관리사는 하자의 발견 및 하자보수청구권을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대행할 있는 전문 자격자다. 따라서 선량한 관리자로서 전문가다운 판단으로 하자담보책임기간 중에는 하자보수 청구권 등의 채권양도를 지양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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