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결정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부적법하게 선출된 입주자대표회장이 회의를 개최해 대표회의 이사를 선출했어도 회의에 동대표 전원이 참석해 전원 찬성으로 이사를 선출하는 등 결의 내용을 무효라고 볼 정도의 사유라고 할 수 없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25민사부(재판장 이태종 부장판사)는 최근 서울 구로구 A아파트 입주민 B씨와 C씨가 이 아파트 동대표 D씨 등 5명을 상대로 제기한 임원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사건에서 “입주민 B씨 등의 동대표 D씨 등에 대한 신청을 모두 기각한다”는 1심 결정을 인정, B씨 등의 항고를 기각했다.

A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월 제10기 동대표 선거를 실시해 I씨를 포함한 14명의 동대표가 선출됐고 입후보자가 없어 동대표가 선출되지 않은 선거구에 대해 2차 선거를 실시해 6명의 동대표가 추가 선출됐다.

선관위는 2차 선거에 앞서 임원 선거절차에 관해 ‘후보자 등록자격: 제10기 동대표로 선출된 자, 후보자 등록기간: 2017년 1월 26일부터 2월 2일까지, 투표일시: 2017년 2월 8일’로 정해 공고한 후 회장 선거를 실시, I씨가 회장으로 당선됐다.

그해 3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동대표들은 D, E, F, G, H씨를 이사로 선임하는 결의를 했고 회의 결과를 공고했다.

입주민 B, C씨는 I씨의 동대표 및 대표회장 직무집행정지를 구하는 신청을 제기, 법원은 2차 동대표 선거 실시 전 회장 선거 후보자 등록기간이 도과해 2차 동대표 선거에서 당선된 동대표의 피선거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6월 J의 회장으로서의 직무집행을 정지하는 결정을 했다. I씨는 이에 이의했으나 가처분 결정이 인가됐고 I씨의 항고가 지난 2월 기각됐으며, I씨가 재항고했으나 인지대와 송달료를 보정하지 않아 재항고장이 각하돼 가처분 결정이 확정됐다.

이에 B, C씨는 “D씨 등 5명의 동대표는 ▲제10기 대표회의 임기가 개시되기 전 I씨에 의해 임의로 이사로 지정된 점 ▲지난해 3월 회의록에는 대표회의 임원 선출 안건에 대해 찬성하거나 반대한 동대표의 수가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지 않고 ‘가결/부결’란에 ‘가결’이라고만 기재돼 있어 관리규약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심의가 이뤄졌는지도 의심스러워 대표회의 이사로 적법하게 선출됐다고 볼 수 없다”며 “D씨는 관리규약에 위반해 소집권한 없는 선관위원장이 의장이 된 지난해 6월 회의에서 회장 직무대행자로 선출됐으므로 적법하게 선출됐다고 볼 수 없다”며 가처분 신청을 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B씨 등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D씨 등이 I씨에 의해 임의로 대표회의 이사로 지정됐다는 사실을 소명하기 부족하다”며 “오히려 대표회의는 동대표 전원이 참석한 지난해 3월 회의에서 D씨 등을 이사로 선임하기로 적법하게 결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지난해 2월 실시된 회장선거는 2차 동대표 선거에서 선출된 동대표 6명의 피선거권을 침해한 중대한 하자가 있어 I씨는 회장으로 적법하게 선출됐다고 볼 수 없고 I씨는 회의를 직접 소집하거나 관리소장에게 소집절차를 위임할 권한이 없는 등 지난해 3월 회의는 소집권한이 없는 자에 의해 소집된 하자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이것이 대표회의 결의 내용을 무효로 할 정도로 중대한 사유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그 이유로 1심 재판부는 ▲지난해 3월 회의에 적법하게 선출된 동대표 전원이 참석했고 회의 개최에 이의 없이 개의해 전원 찬성으로 D씨 등을 이사로 선출하는 의결을 한 점 ▲관리규약에 의해 회의를 소집할 수 있는 연장자 이사도 회의에 참석해 회의 소집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점 등을 들었다.

이밖에도 ▲D씨 등을 이사로 선출하는 안건에 구체적인 심의가 있었던 점 ▲관리규약이 B씨 등의 주장과 같이 대표회의 회의록에 반드시 안건별로 찬성, 반대 또는 기권 동대표 인원수를 구체적으로 기재할 것을 요구한다고 볼 수 없는 점을 이유로 회의록에 하자가 없다고 판단하는 한편, 회의록에 하자가 존재하더라도 대표회의 결의 효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못 박았다.

또한 D씨에 대한 회장 직무대행자 직무집행정지신청에 대해서도 “관리규약은 ‘회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이사 중 연장자 순으로 직무를 대행해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이사들 중 가장 연장자인 D씨는 관리규약 규정에 의해 직무대행자가 돼 대표회의가 D씨를 직무대행자로 선출하는 결의를 했더라도 이는 지위 확인 의미에 불과하다”며 “지난해 6월 회의를 소집권한 없는 선관위원장이 소집했더라도 직무대행자 지위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B씨 등은 이 같은 1심 결정에 불복해 항고를 제기했으나 2심 재판부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이사 직무집행정지신청 부분에 추가적으로 “대표회의 이사가 동대표 중에서 간선제로 선출되는 이상 동대표들이 의사진행의 효율성 등을 목적으로 임기 개시 전 미리 이사 선출자를 내정해 둔다 해 절차에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며 “회장 당선이 무효지만 동대표 지위는 유지되는 I씨가 개입해 그의 의견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하더라도 다른 동대표들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침해했다는 사정에 대한 소명이 없는 이상 사전 절차에 위법을 초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사 선출은 동대표가 아닌 일반 입주자들의 선거권과 직접적 관련성이 없는 점, 동대표들은 사전절차 등을 통해 이미 이사 선출 안건을 인식하고 회의에 참석한 점 등에 비춰 대표회의 임시 개시 후 첫 회의 소집 공고에 이사 선출 안건 기재가 누락됐다는 점이 이사 선출 결과에 영향을 미칠 중대한 하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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