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입주민들은 ‘안전하고 살기 좋은 아파트’에서 지내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더불어 사는 따뜻한 공동체’를 꿈꾼다. 그렇지만 그런 공동체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파트는 고립되기 쉽다. 사실 아파트 내에서의 관계 단절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아파트의 벽처럼 많은 이들이 이웃과 커다란 마음의 벽을 쌓고 살고 있다. 입주민들은 10~20년이 지나도 서로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안다고 하더라도 같이 식사하는 자리는 정말 드물다. 지나가다 목례하고 인사하는 정도만 돼도 그나마 나은 상황이다.

아파트 내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노년층과 전업주부들의 경우는 또래의 친구나 친목그룹을 형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생각처럼 ‘아파트 공동체 활성화’가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함께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은 필요하다.

공동체 문화는 아주 작은 구체적인 것에서 시작된다. 처음 시작하는 동기는 사소할 수도 있다. 함께 운동하며 소통할 기회를 찾고,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자연스런 만남이 시작되는 시설과 환경이 갖춰졌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시작하는 것이 소중하다.

아파트 관리가 잘 되는 곳들을 보면 대체로 입주자대표회의의 적극적인 봉사정신과 입주민들의 공동체 문화가 매우 활성화돼 있다. 그리고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있다. 그러나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입주민의 관심과 참여다. 입주민들이 얼마나 열의를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가가 관건이다.

그래도 주위를 둘러보면 전과 달리 많은 아파트들에서 관리비 인하를 위해 함께 고민하고, 에너지 절감을 이야기하고, 문화행사를 열고, 이웃과 정을 깊게 하는 공동의 공간을 가꾸며 그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아파트 문화가 점점 이렇게 변하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시청에서는 ‘2018 서울시 공동주택 한마당’ 행사의 일환으로 ‘공동체 활성화 사업 우수사례 발표회’와 시상식이 있었다. 아파트 단지별로 운영 중인 특색 있는 공동체 프로그램을 한 자리에서 소개하는 행사다.

주민들이 제안하고 참여하는 ‘공동체 활성화 사업’에는 올해 251개 단지가 참여함으로써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배 이상이 참여하게 됐다. 이들 단지 가운데 우수사례로 선정된 아파트들이 사례를 발표했다. 이들 아파트들에서는 이웃이 서로 얼굴을 자주 보며 자연스럽게 공동체 의식이 심어질 수 있도록 함께 하는 교육, 모임, 체험 등을 활성화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상을 받은 단지는 전통고추장, 새우젓을 함께 담그고 천연비누를 만들며, 아나바다 행사와 사랑방 운영을 하는 등 더불어 함께 하는 활동이 많았다. 금상을 받은 아파트에서도 체험행사가 많았다. 이웃단지와 함께 나눔 장터를 개설하고, 복날 음식나눔, 어린이 간식나눔 등 함께 만들고 공유하며 공동체를 키웠다.

행사를 주관한 서울시 책임자의 말처럼 공동주택 이웃 간 소통부족으로 인한 층간소음, 고독사 등의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의 하나로 ‘공동체 가치 회복’이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곱씹어보게 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현실에 발을 딛고 함께 보조를 맞추면서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공동체 문화는 굳게 다져 있을 것이다.

연말이 되면서 바깥의 매서운 날씨와 다르게 훈훈한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연탄을 배달하고, 김치를 담궈 보내주고, 온정을 나눈다. 아파트 공동체가 더 따뜻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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