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법 판결..."휴게 중 업무상 주의의무 없어"

관리비 이유로 적은 인원 배치
입대의·관리업체에 책임 있어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경비원이 휴게시간 동안 주차타워 출입문을 열어둔 사이 주차시설 내부에서 추락사고가 발생, 법원은 경비원이 주차타워 안전교육을 받지 못한 점에 더해 휴게시간에도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특히 관리비 경감을 위해 적은 인원의 관리인을 둔 점도 꼬집었다.

인천지방법원(판사 이동기)은 최근 휴게시간 동안 주차타워 출입문을 열어놔 이용자를 추락사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인천 남동구 A건물 기계식 주차타워 주차관리원이자 경비원인 B씨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 선고심에서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에 따르면 이 사건의 공소사실은 B씨가 휴게시간 동안 출입자의 통제를 위한 아무런 조치 없이 주차타워 출입문을 계속 열어둬 2016년 11월 주차시설 내부에서 잠을 자던 E씨를 발견하지 못한 이용자가 기계장치를 그대로 작동시켜 E씨가 추락사하게 한 점이다.

A주차타워 주차시설은 아파트 입주민과 상가 방문객들이 이용하는 시설로, 차량 입·출고 시 리프트판이 작동되는 시간에만 출입문이 닫히고 그 외 시간에는 항상 개방돼 있는 원리로 운영돼 왔다. 평소 주차시설 안으로 사람이 접근하는 것을 제한하는 설비나 경고표시 등이 없었고 주차시설 내부에도 추락사고를 막기 위해 안전난간과 같은 차단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또 B씨가 여러 차례 야간에 주차시설 사용방법을 문의하는 이용자들을 도와줬다.

한편, A건물(아파트, 상가) 관리는 관리소장 D씨, 경비원 B씨 외 1명, 청소부 1명 총 4명이 담당했고 B씨는 격일제로 근무, 주차시설 관리 외에 상가주변 청소나 순찰업무도 담당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 B씨에게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점에 대해 업무상 과실이 있다거나 결과 발생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이 발생한 시간은 피고인 B씨의 휴게시간에 속해 피고인 B씨에게 근로의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고 피고인 B씨가 휴게시간에도 이용자들의 문의가 있으면 주차시설 이용을 도와준 것은 호의 또는 관행에 의해 이뤄진 것을 뿐 이로 인해 피고인 B씨의 업무상 주의의무가 휴게시간까지 확장된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B씨는 관리소장 D씨로부터 주차시설에 관한 특별한 안전교육을 받은 사실이 없고 평소 아파트 입주민들은 자율적으로 주차시설을 이용했다.

A주차타워의 주차시설은 아파트 입주민들과 상가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24시간 개방된 채 10년 넘게 운영됐고 출입문을 닫으려면 계기판에 열쇠를 꽂고 돌려 기계를 끄고 수동으로 닫힘 버튼으로 눌러야 했다.

이에 재판부는 “주차시설 관리회사의 대표이사가 프로그램 설정을 ‘닫힘대기’ 상태로 수정하면 출입문을 닫아 놓은 상태로 주차타워를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진술하기는 했으나 피고인 B씨 및 관리소장 D씨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리소장의 형사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관리비를 경감하기 위해 관리인원을 충분히 배치하지 않은 입주자대표회의와 피고인 B씨를 고용한 관리회사가 피고인 B씨보다 더 무거운 윤리적, 법률적 책임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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