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사각지대인 경비원 안전’ 대책 없나

경비원에 “개가 짖는다” 막말
잇따른 경비원 대상 범죄
‘해고’ 협박 사례도

갑질 금지 캠페인·고용유지 등
‘상생’ 아파트 귀감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지난 6일 수원지방검찰청은 아파트 차단기를 빨리 열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비원에게 “개가 주인에게 짖는다”며 폭언을 하고 폭행한 입주민을 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특히 이 입주민의 ‘개’ 발언은 국민들에게 사회적 충격을 줬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아파트관리신문DB>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 층간소음 민원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며 만취 상태로 경비원을 폭행한 입주민이 경찰에 구속됐다. 이 경비원은 입주민의 폭행으로 의식을 잃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또 지난 9월에는 술에 취한 20대 입주민이 경비원을 폭행, 도망가는 경비원을 쫓아가 무차별 폭행을 해 경찰에 붙잡혔다.

이렇듯 아파트 경비원을 대상으로 한 입주민 등의 폭언·폭행이 예삿일처럼 되고 있다.

또 동대표가 경비원을 해고하겠다며 협박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청주지방법원 형사2단독(재판장 류연중 부장판사)은 11일 아파트 경비원을 해고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동대표 A씨에 대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재건축을 반대하고 있었는데, 경비원 B씨가 재건축조합 사무실을 출입하자 이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B씨가 조합 측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의심한 A씨는 지난 1월 B씨에게 “내가 당신 자른다. 죄 없어도 내가 죄짓게 해서 자를 거야”라고 협박했다.

이러한 혐의에 A씨는 “본인은 B씨를 해고할 권한이 없어 협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 A씨에게 해고 권한은 없더라도 B씨의 근무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지위에 있는 만큼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며 “B씨는 자신이 해고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꼈다고 진술하고 있어 협박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경비업계 관계자는 “갑을관계로 인해 경비원이 입주민으로부터 폭언, 폭행을 당해도 가만히 있으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한 이전부터 경비업계에서는 고령인 경비원들의 안전을 위한 장비가 없어 범죄에 쉽게 노출되므로 긴밀한 방범체계 마련 등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내 왔다.

“입대의 나서 경비원 근무여건 개선”
경비원의 안전사각지대 이슈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 아파트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도 경비원을 증원하고 “경비원에게 모욕적인 언행을 하지 말라”며 캠페인을 벌여 귀감이 되고 있다.

서울 구로구 천왕연지타운2단지아파트는 최근 주차단속을 문제 삼아 경비원을 위협하거나 폭언을 하지 말라는 취지의 안내문을 게시했다.

이 아파트에서 주차단속 스티커 부착을 이유로 입주민들이 경비원에게 찾아가 멱살을 잡거나 욕설을 하며 분풀이를 하는 사례가 이어지자 이를 접한 입주자대표회장이 나서 이 같은 캠페인을 진행하게 됐다.

안내문에는 “주차단속 스티커 때문에 상습적으로 모욕적인 언행을 하는데, 이로 인해 선량한 입주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며 “힘없는 경비원에게 욕하지 말고 주차단속을 지시한 대표회의에 참석해 욕을 하라”고 적혀 있다.

또 경비원에게 ‘개가 짖는다’고 막말한 사건을 꼬집으며 “경비원은 아파트를 지키는 개가 아니라 우리의 이웃이자 한 가정의 아버지”라고 적시했다.

뿐만 아니라 이 아파트는 내년도 최저임금 10.9% 인상에도 경비원 고용유지는 물론 2명을 추가 고용키로 하는 등 경비원의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이 아파트 관계자는 “동대표들이 경비원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봐 캠페인이 이뤄질 수 있었다”며 “대표회의는 입주민의 의식 개선과 함께 범죄로부터 경비원을 보호하기 위한 방범체계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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