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자대표 '관리 참여 경험담' (4) : A아파트 맹성호 입주자대표회장

우연히 사무실로 배달된 우편물 중 ‘○○아파트연합회’라는 지역 모임에 가입하라는 내용이 있었다.

공동주택관리법을 잘 모르는 입주자대표회장들의 모임을 만들어 관리주체의 잘못을 견제하며 입주민을 위한 정보 교환으로 좀 더 나은 공동생활의 밑거름이 돼 보자는 뜻이기에 대표회장들이 기꺼이 가입을 했다.

새롭게 만난 이웃단지 회장들이 10여명에서 50여명으로 늘어났다. 봄·가을로 워크숍도 다니고 회원 간의 정보도 나누며 몰랐거나 실수했던 아파트 관리에 관한 사건들을 경청하며 공동주택관리법을 그나마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라 여겨 열심히 그리고 아주 깊숙이 개입하게 됐다.

그러나 이곳 역시 회원들이 모임의 리더를 믿고 서로 협조하는 과정에 인간의 욕심(?)이  나타나며 순수하게 모였던 회원들 간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기게 됐다.

“회장님!” 하고 옆 단지 회장이 날 부른다.
“왜요.”
“전 그만둬야겠습니다.”
“왜 그래요.”
“글쎄, 이 모임 회장이 저희 아파트 경비업체를 1년 더 연장시켜줬으면 좋겠다 부탁하기에 1년 더 연장해 줬는데 며칠 지나 다시 회장이 제게 연락이 와서 왜 그러냐 했더니 그 업체 바꾸라 그러더라구요. 왜 그러냐 했더니 그냥 자기 말대로 하라고 하더라구요.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 그 업체 사장과 통화해보니 모임의 회장이 자기 덕에 1년 연장됐으니 인사치레를 요구하기에 작년에도 인사했건만 또 달라고 하느냐며 욕을 했노라고 하네요.”

그 얘기를 들으니 아주 개운치 않았다. 이름 그대로 공동주택에는 공동으로 모여지는 ‘돈’이 있어, 이 돈을 나누자고 여기저기서 벌떼처럼 공격해오는 것 같다.

각 단지의 회장들이 모이는 모임이라 그런지 아파트에 관련한 각종 업체들이 기웃거린다.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 지역의 아파트 단지 회장들이 모이는 곳이니 모임의 회장에 잘 보여 회장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모임 회장은 회비로 치러야 할 식사비용을 절약하니 목돈으로 남을 테고, 어느 단지에서 계약이 성사되면 ‘수수료(?)’를 챙길 수 있어 일거양득인 셈이다. 모임을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심지어 업체와 결탁 후 입찰방식까지 의논한다. 이 모두 불법임을 모르지 않을 텐데 말이다.

언젠가 회의날에 모 업체 사장이 회의장 입구 의자에 앉아 있기에 “사장님, 어떻게 여길 오셨나요?” 물으니 “회사 홍보도 하고 회의 후 식사 대접하러 왔습니다” 하는 것이었다. 40~50명분 식사 값으로 보통 40만~50만원은 넘는데도, 그들은 식대를 ‘부담 없이’ 낸다. 허나 이 금액은 어느 아파트가 될지 모르지만 고스란히 입주민의 관리비에 더해질 것이다.

물론 영업을 하는 그들에게는 이 방법이 어쩌면 최선일 것이다. 그래서 그들을 뭐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을 이용하려 끌어들이는 쪽이 문제라는 얘기다. 이렇게 식사비를 치르더라도 회의 후 설명할 수 있는 몇 분의 시간만을 줄 뿐 아무런 보장도 받지 못하는데도 업체들은 이렇게 한다.

이 ‘덕’으로 우리 모임에는 목돈이 쌓이게 됐다. 모임은 금고가 쌓여가며 서서히 분쟁이 생기기 시작했다. 급기야 2, 3차분쟁으로 이어지고 회장은 2, 3번 경찰조사도 받고, 초창기 회원들과는 의견 충돌로 갈라서게 됐다. 많은 회원들이 모임에서 탈퇴했다.

요즘 들리는 풍문으로는 여전한 듯해 걱정이다. 오히려 한 수 더 뜬다니 가관이다. 모 업체와는 MOU를 맺고, 같은 사무실에 또다른 법인 사업자 등록을 했단다.

우리나라 주거 형태 중 80%에 육박하는 공동주택인 아파트를 관리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나라의 높은 분들은 얼마나 아실려나. 지난 대선, 후보자 15명의 공약 가운데 공동주택 관리에 대한 공약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리고 새로운 정부가 시작됐다. 

한 가지 제언을 하고 싶다. 대학에 ‘주택관리학과’를 두고 현재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도 직장(관리소장)을 구하지 못한 주택관리사들을 주민자치센터에 배치해 1인이 몇 개의 단지를 관할해 공동주택을 관리하게 한다면 많은 인원의 공무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잖아도 여유 있어 보이는 공무원을 더 뽑아 어디에 쓰려 하느냐는 국민의 걱정도 해결될 거라 생각한다.

오늘도 ‘아파트’라는 제목 속에서 사는 나는 그저 우리의 삶속의 아파트를 오늘도 종착역처럼 무거운 짐 내려놓으러 들어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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