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확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일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주말에 산행을 하던 중 관리소장이 쓰러져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관리소장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인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유진현 부장판사)는 지난 2015년 사망한 아파트 관리소장 B씨의 아내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A씨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 송파구 C아파트에서 관리소장으로 근무한 B씨는 2015년 10월 관리직원 일부와 함께 설악산을 등반하다가 쓰러졌고, 의료원으로 긴급 후송돼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사망했다.

B씨의 아내 A씨는 B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와 B씨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결과에 따라 부지급 처분을 했다.

A씨는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 청구를 했으나, 위원회는 재심사 청구를 기각하는 재결을 했다.

이에 A씨는 “B씨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수많은 민원에 시달렸던 점, 근로계약 재계약 여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던 점 등에 비춰보면 B씨의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급성 심근경색을 유발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B씨의 사인은 분명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B씨의 사인을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급성 심근경색이라 보더라도 B씨의 업무 수행과정에서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곧바로 급성 심근경색을 유발해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의 것에 해당된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B씨의 사망진단서에 직접사인이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기재돼 있으나 이는 부검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망 직전 짧은 시간 관찰된 상태에 기반을 두고 추정해 기재된 것으로 보이고, 달리 B씨의 사망원인에 관해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없어 사망원인이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대로 급성 심근경색인지 명확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B씨는 관리소장으로서 책임감과 광범위한 업무, 민원 등으로 인해 업무적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받았을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 사건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도 관리소장으로서 계속 동일한 업무를 수행해 왔으므로 업무에 충분히 적응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B씨의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근무시간을 기준으로 할 때 B씨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40시간이고 피고 근로복지공단의 재해조사서에 기재된 근무시간을 기준으로 할 때 B씨의 사망 전 1주, 4주, 12주 동안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각 40시간, 39시간 15분, 38시간 40분이다.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은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의 일차적인 기준으로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발병 전 4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라고 정하고 있다. 또 ‘단기간 동안 업무상 부담’의 일차적 기준으로 ‘발병 전 1주일 이내의 업무의 양이나 시간이 일상 업무보다 30% 이상 증가된 경우’라고 정하고 있다.

이에 재판부는 “B씨의 근무시간은 고용부의 고시에서 정하는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 또는 단기간 동안 업무상 부담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입주자대표회의 회의로 인해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훨씬 많았다는 주장에도 “회의 등으로 인한 야근시간이 피고 근로복지공단의 재해조사서에 기재된 근무시간에 이미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사고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산재에 해당하는 사업주가 주관하거나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참여한 행사나 행사준비 중에 발생한 사고인지 여부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단합대회는 휴무인 토요일에 있었고 참석 직원들이 총 직원 수의 1/3도 되지 않았던 점, 회사의 지원 없이 직원들이 월 일정 금액을 직원 계좌로 입금해 사용하는 등의 형태로 행사비용 등을 마련한 점, 행사에 참여한 한 직원은 ‘직원들끼리 설악산 등반을 결정해 특별히 주최자를 특정할 수 없으며 여건이 되는 사람만 참석키로 했다’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단합대회를 사업주가 주관하거나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참여한 행사로 볼 수 없다”며 “단합대회 중 B씨가 쓰러져 사망한 사고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1호 라목이 적용되는 행사 중의 사고로 보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B씨가 업무로 인해 사망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같은 취지의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봤다.

한편, 이 판결은 A씨가 항소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지난달 2일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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