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자대표 '관리 참여 경험담' (3) : A아파트 맹성호 입주자대표회장

“오늘 오후 6시에 대표회의입니다.”

관리사무실의 연락을 받고 회의 자료를 검토하니 승강기 관리업체 선정 건이었다. 그러나 검토결과 뭔가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입찰방식에 의문이 들었다.

“소장! 왜 점수 간격이 이래요?” 의문을 제기하자 미리 다른 동대표들과 약속을 한 것인지, 아니면 이 내용에 숙지를 못한 건지. 다른 대표 왈 “에이 그냥 합시다!” 그 순간 다른 대표도 “그냥 합시다.” 그런다.

결국은 과반 이상 찬성으로 소장의 의견대로 하기로 했으나 못내 찝찝했다. 입찰은 그렇다 치고 나름 이것저것 공동주택관리법에 관심을 갖고 있던 나는 본건 계약방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발견한 즉시 입찰에 대한 모든 것을 중지시키고 구청 주택과에 협조 요청했다.

승강기의 경우 업체와의 관리 계약에 있어 현재 계약하려는 종합관리계약 방식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단순관리계약 방식이 옳은 것인지를 문의한 결과 종합계약 방법은 위법이라는 것을 통보받게 된다.

종합관리 계약방식은 흡사 보험과도 같이 고장이 없어도 고장에 대비해 무조건 부품비 포함 금액을 월별 지급하는 방식이고, 단순관리 계약방식은 고장이 발생할 시엔 부품값은 따로 지불하는 방식 즉 우리 아파트 승강기 경우 총 61대의 승강기에 대해 종합관리를 할 시엔 월 671만원을 지불해야 하고 단순관리를 할 시엔 월 71만원 정도 드는 것이다.

“소장! 이게 무슨 짓이요? 법을 알고 있는 당신들이 잘못하는 바람에 그동안 우리가 지불한 돈이 얼만가요?”

그러나 주택관리사인 소장이 이 경우 잘 몰랐던 것인지, 업체의 농간에 속은 것인지 아직도 궁금하다. 물론 그간 소소한 고장으로 적은 돈으로 수리한 경우도 있으리라. 어쨌든 종합관리 계약은 위법이다.

입찰방식도 문제였지만 승강기 관리업체 지정방식에도 큰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고 승강기 관리방식의 변경으로 큰 금액을 절약하게 됐다. 이 사건 후 소장은 교체됐다.

이걸 쓰는 오늘도 TV뉴스에 ‘아파트 관리비리 문제점’이라는 자막이 뜬다.

“회장님! 결재 부탁합니다.”

관리사무소 지하에 있는 기계 중 ‘컨트롤 시스템’의 계측기 LED액정 패널이 먹통돼 새로 부품 교체를 해야 하는데 시설 시공했던 업체에서 170만원이란 견적서가 첨부됐다.

“소장! 전기과장과 함께 잠깐 나갑시다. 내 점심 살게요.”

점심식사 후 성남에 있는 공단을 방문해 조그만 전자 부품 수리업체를 찾았다.

업체 사장은 “잠시 기다리세요”라는 말을 한 후 30~40분 지나 “LED액정 패널만 바꿨습니다. 자, 됐지요?”라며 전원을 연결해 테스트까지 해 준다.

“얼마입니까?” “네, 10만원만 주세요.”

우리나라 아파트 주택관리 문제가 정말 큰일이라고 어찌 생각 안 할 수 있겠나.

문제는 또 있었다.

“회장님! 이번에 냉·온수 고층으로 보내는 기계 중 일부 파트인 ‘E’라는 회사 제품인데요. 완전 교환해야 한답니다.”

이 제품은 내가 알기로도 굴지의 미국 회사의 한국지사가 설치해 주는 제품이다.

“그래 얼마랍디까?”

“회장님, 견적서 그 뒷장에 있습니다.”

이건 또 뭔가. 1700만원이란다.

“공급업체가 낸 견적이라지만 그래도 조금은 ‘디스카운트’하자고 물어보시오.”

“10원도 할인 안 된답니다.”

“알았으니 좀 기다려 봅시다.”

그 후 며칠 동안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미국에 있는 그 회사 본사와 연결할 수 있는 길을 찾았다. 똑같은 모델의 제품 2대를 300만원에 36만원의 통관비를 물며 수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주 큰 문제에 봉착했다.

한국지사가 교체 작업을 해줄 수 없다는 ‘폭거’를 쓴 것이다. 새 제품이 있다고 그냥 장착해서  사용하는 게 아니라 호환시켜주는 프로그램을 연결해 줄 수 없단다. 다시 말해 군소리 말고 자기네가 견적한대로 돈을 내라는 것이다.

입주민들이 하루하루 이용해야 하는 기계라 급할 수밖에 없기에, 수입해 온 우리를 비웃으며 버티는 것이었다.

“프로그램은 자사 제품에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니, 같은 회사 같은 모델이 아닙니까?”

“기계는 그렇지만 우리가 수입한 것이 아니라 저희 제품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

어이가 없었다. 그렇지만 결국 잘난 체(?)한 나만 통관비를 개인적으로 손해보고 그들이 요구한대로 전액 결제한 후, 그들 제품으로 장착하고 수입했던 물품은 미국으로 되돌려 보내야 했다.

법정 싸움을 하려다 주민 동의가 있어야 재판 비용도 사용할 수 있다기에 포기하고 만 것이 지금도 후회된다.

아파트라는 곳이 그렇다. 정말 동의받기도 어려운 곳이다. 그렇다고 또 그렇게 잘한다 해도 주민들이 알아주지 않는다. 입주자대표가 무급 봉사직인 것도 문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어쩌다 재미(?)를 본 입주자대표가 갑질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들은 아파트 관리사무소 주변을 맴돌며 온갖 관리 업무에 관여하고 싶어 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해야 할 건을 찾아 이미 이사한 주민의 성명을 스스로 작성해 싸인을 하면서까지 동의를 받은 것처럼 위조하기도 한다. 이렇게 엉성하다 보니 우후죽순 여러단체도 생겨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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