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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갑질’에 시달리는 아파트 경비원수필가 김학록
승인 2018.10.24 23:39|(1217호)
김학록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의 모욕적인 언행을 견디지 못하고 분신자살을 기도하다가 끝내는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참기 힘든 것이 무시를 당하거나 천대를 받을 때다. 이렇게 인간으로서 차별을 받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는 너무도 많다. 그중에서도 아파트 경비원들의 근무조건은 너무나도 열악하다. 매주 돌아오는 분리수거, 주차단속, 야간순찰에 청소까지. 거기에다 빈집에서 맡겨 놓은 택배까지 그야말로 쉴 틈이 없다.

경비원도 엄연히 아파트 공동체의 구성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이기주의 만능에 정까지 메말라 가고 있다. 수고한다는 격려는 커녕 주인 행세를 해가며 그들을 괴롭힌다. 우리 사회가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일부 주민은 아파트 경비원과 입주민과의 관계를 마치 주종(主從) 관계처럼 잘못 인식하고 있다. 경비원들을 괴롭히는 대표적인 것이 밤늦게 술에 취해 귀가한 입주민의 시비걸기다. 반말은 예사다.

그들의 업무인 주차단속이나 분리수거 시에도 어려움이 크다. 제대로 단속을 했다가는 십중팔구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초소에 있으면 초소에만 앉아 있다고 하고, 순찰 때문에 잠깐 초소를 비우면 비웠다고 호통이다. 어떤 경비원은 주민이 안고 다니는 개의 인상이 안 좋다고 했다가 관리사무소에 호출돼 시말서를 썼고, 어떤 이는 나이가 지긋한 아주머니가 어린애를 안고 놀이터를 거니는 것을 보고 꼬마가 딸인 줄 모르고 손녀가 귀엽게 생겼다고 했다가 역시 관리사무소에 가서 사표를 쓰고 퇴직했다.

내가 만난 경비원은 너무도 황당한 일을 당해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무척 괴롭다고 했다. 수년 전 추운 겨울, 초등학교 여학생(3학년)이 집 문이 잠겨 집에 들어오지 못 하고 밖에서 떨고 있는 것을 보고, 그 학생을 초소로 불러 추위를 녹이고 엄마가 오거든 가라고 했다가 뒤늦게 귀가한 그 학생 어머니로부터 참기 힘든 모멸과 치욕을 당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그 어머니는 대뜸 늙은이가 곱게 늙으라며 자기 딸에게 성희롱을 한 것이 아니냐며 턱밑까지 삿대질을 하더라는 것이다. 이처럼 직업에 귀천이 없다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가 약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귀한 사람’, ‘천한 것들’로 구분해 대한다. 경비원은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다. 그들 중 한때는 화려한 경력을 가졌거나 경제적으로 여유를 가졌던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경비원들은 자녀교육이나 어려운 살림에 빈털터리가 된다. 그들은 지금도 가족부양을 위해, 아니면 자녀들에게 폐가 될까봐 스스로 일을 한다. 그런 경비원들에게 따뜻한 위로는 못 할 망정 멸시는 하지 말아야 한다.

인간 존엄의 가치와 인권을 말하지만, 아파트 경비원에 대해서는 아무도 거론하지 않는다. 그들도 가정에서는 소중한 남편이고 아버지다. 사람은 누구나 한 치 앞도 모르고 산다. 나 자신이 언제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나. 인간의 존엄은 소중한 것이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이 조롱거리가 돼서는 안 된다. 나라가 어렵고 가정이 어려울 때 그 중심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존심을 지켜온 우리들의 아버지, 경비원들의 인격도 높이 평가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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