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암 칼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수암 선임연구위원

두 달쯤 전에 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대한 전면적인 재도장이 실시됐다. 거의 입주 15년 만에 처음 하는 도장으로 기억한다. 그동안 여러 차례 작은 외벽 보수 등을 거쳤지만 외벽의 오손으로 인해 페인트 분말가루 제거와 콘크리트 표면에 대한 크랙보수 등의 사전작업 이후 페인트 작업이 이뤄졌다. 아파트 단지의 주거동 내·외부 공용부분뿐만이 아니라 지하주차장도 동시에 이뤄졌다.

이 과정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결정해 시행한 일이고, 전혀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3자의 입장에서 진행과정을 지켜봤다. 소규모 영세업체에서 진행하는 일이라 계획적인 진행은 이뤄지지 않았고, 기간도 한 달여 넘게 소요됐다. 재료도 친환경 페인트가 아니다 보니 공사를 하는 동안에 근처에서는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심한 냄새에 힘들었다. 외벽 도장은 외줄을 타고 1인이 일부는 롤러로 일부는 페인트 분사식으로 진행됐다. 페인트분사식으로 칠한 부분은 확실히 롤러보다 빨리 끝나는 것은 틀림없었다. 생각한 만큼 깔끔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공사자의 기능 탓으로 돌렸다.

주변 주차차량에는 간단한 비닐덮개를 덮었으나 바람이 불면 펄럭여 깔끔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냄새와 더불어 비산먼지는 있었으나 육안으로는 정밀하게는 알 수 없는 상태였다. 색깔과 부위에 따라 시공기간이 달랐기 때문에 1동을 칠하는 데에도 몇 번으로 나눠 진행됐다. 세대의 앞면과 뒷면을 공사할 때 집안의 내부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공사기간 중에는 방의 커튼과 블라인드를 내리는 일도 공사 회수와 일치하는 귀찮음이 있었다. 지하 주차장에 칠하는 데에서 기둥부위는 색깔이 다른 디자인으로 인해 몇 번씩 나눠 칠하는 공정이 반복됐고, 그동안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복합적인 냄새로 숨을 쉬지 못할 정도가 3~4일은 지속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1000세대가 넘는 대규모 아파트에서 진행된 공사 치고는 계획적이지도 않았고, 수준도 그저 그런 정도로 생각됐고, 끝마무리 수준도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이것은 특수한 사례일지는 모르겠으나 일반적으로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기도 한다. 우리단지의 경우는 주변이 녹지로 둘러싸여 있어 가까운 인접 주민에 대한 사항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페인트 도장 공사를 보면서 비용과 공사의 질을 차치하고라도 공사에 대한 적절한 준비작업, 공사자에 대한 안전, 거주자에 대한 공사기간 동안의 불편함과 집 내부에 대한 시선 차단, 냄새문제, 단지 내 타 거주자에 대한 비산 먼지 대책의 부족함, 배려 등 그리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최근 환경부에서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날림먼지를 관리하는 방안을 9월 13일부터 40일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건설공사장, 발전소 등의 날림(비산)먼지 발생 사업장을 대상으로 2019년부터 적용하며, 민원을 유발해 온 사업장을 중심으로 발생요인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날림먼지 발생 사업의 관리 대상 확대(41개 업종에서 45개 업종으로 확대)와 화력발전소 야외저탄장의 옥내화, 건설공사장에서 사용하는 노후 건설기계의 저공해 조치 완료와 더불어 도장(페인트칠)작업 시 날림먼지 억제시설 관련 기준강화가 있다.

이 가운데 아파트 등 건축과 관련된 것이 공동주택에서 시행하는 외벽 도장공사(재도장공사)와 대수선(리모델링)공사가 이번 입법예고안에 포함된 것이다. 이것은 기존의 건축공사에서 발생하는 날림먼지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민원발생을 고려해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도장공사에서 발생하는 날림먼지(폐인트 잔여물) 관리도 강화로 재도장공사에서 페인트 분사(뿜칠)시 방진막을 설치해야 하며, 병원, 학교 등 취약계층을 생활시설 부지 경계선으로부터 50m 이내에서 도장작업을 할 때에는 반드시 붓이나 롤러방식으로만 작업할 수 있도록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른 규칙의 장기수선계획의 수립기준(제7조 제1항 및 제9조 관련)에서는 외부 수성페인트 칠은 5년마다 전면 수선하고 이와 관련한 장기수선충당금을 적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국민들의 민원 해결과 건강을 위해 국민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의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현재는 공동주택 재도장공사에서 페인트분사방식이 롤러방식에 비해 공사용이성으로 인해 공기단축과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친환경 페인트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 발생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 포름알데히드, 톨루엔 등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는 문제점도 있다. 업계에서는 공사비 증가에 대한 우려와 장기수선충당금의 부족 등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공사비 증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공동주택은 거의 대부분이 콘크리트 외벽에 페인트 도장 마감이고 보면 법대로 하자면 5년마다 재도장공사를 해야 한다. 이 때 페인트분사방식과 방진막을 설치해 공기를 단축할 것인가 롤러나 붓을 사용하고 공사기간을 더 연장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필요성이 발생한다. 결국 최종적인 선택은 아파트별로 결정해야 할 것이나, 어쨌든 현재보다는 비용증가의 요인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들어와서 대부분의 아파트들이 25~30층은 일반화되고 있으며, 50층까지도 심심찮게 건설되는 것을 보면 외벽이 페인트 칠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 향후의 재도장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국민의 건강이 최우선이기는 하지만, 결코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건축가의 입장에서도 아파트 외벽마감에 대한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며, 디자인이나 재료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건설업체에서는 분양 후에 상황에 대해서는 그리 고민하지 않으니 고민할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이번의 조치는 국민(거주자 및 이웃 주민)의 건강증진과 민원해결이라는 측면에서 날림먼지에 대한 관리강화에서 시작돼 많은 검토가 이뤄졌겠지만, 공사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측면, 공사자의 건강과 안전이라는 측면, 새로운 도장 장비의 개발 및 적용 측면, 장기수선적립금과 관련한 거주자의 비용부담 증가 측면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검토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남아 있다. 필자가 겪은 것은 특수한 사례일지도 모르겠지만, 생각해야 할 사항은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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