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불안 없는 상생의 공동체’.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종사자들, 특히 경비원들의 바람이다. 공동주택 관리업계 일자리가 장노년층 고용시장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경비원 등 임금이 오르게 되자 개별 단지에서는 선제적으로 인력 감축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렇지만 일자리 안정자금 등 정부 지원으로 상당 부분 보전됐고, 휴게시간 연장 등으로 큰 탈 없이 넘어갔다.

저임금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최저임금의 인상이 필요하지만 장노년층이 많은 관리업계에서 우려가 큰 게 사실이다. 그런데 2년 연속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그 불똥이 다시  관리업계에 튀지 않을까 걱정이다.

사실 많은 경비원들이 24시간 격일 근무 속에 휴식 같지 않은 휴식을 하고 있다. 이 부분은 법적 다툼 등 갈등의 소지가 큰 대목이기도 하다.

법원은 실질적인 휴게시간을 보장하지 않은 업체는 휴게시간 근무에 대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하고 있다. 얼마 전 대법원은 입주자대표회의가 경비원들에게 야간 휴게시간에 경비초소에서 ‘의자에 앉아 가면상태를 취하면서 급한 일이 발생할 시 즉각 반응하도록 지시했다면 이는 휴식시간이 아닌 근로시간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물론 휴게시간 중 근무사실을 인정받지 못해 기각된 판결도 있었다. 근무 조건, 상황, 환경 등에 따라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휴게시간 연장 등의 편법 대책에 한계가 있는 만큼 장기적이고 세밀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힘을 얻고 있다. 경비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한 장기적인 방안으로 교대제 개편 등을 주문하기도 한다.

마침 서울 성북구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 경비원 처우 개선을 위해 근무형태 변경을 추진키로 했다. 휴게 연장의 편법을 하지 않고 당일 퇴근하는 시범사업을 시행키로 한 것이다. 매일 퇴근은 아니지만 ‘아파트에 있는’ 시간이 크게 줄었다. 이런 근무형태 변경에 대해 감원 대신 일자리 나누기가 가능해졌다고 전문가들은 긍정적이다. 고용이 안정되고 완전한 휴식 보장으로 건강 보호 등 삶의 질이 향상된다고 설명한다. 입주민들의 관리비 증가 부담도 줄어든다고 덧붙인다.

성북구는 다음 달에는 이번 시범운영의 결과를 놓고 토론회를 열겠다는 내용도 밝혔다.

성북구 관계자 말처럼 최저임금 인상 후 전국 대부분의 아파트에서 경비원 임금은 올리지 않고 휴게시간만 늘리는 편법을 쓰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현재의 근무형태가 경비원 삶의 질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 시기에 나온 시도이기에 주목된다. 여러 문제점도 지적될 텐데 새로운 ‘공존의 실험’이 어떤 결과를 보일지 자못 궁금하다. 심야 휴게시간이라는 이유로 경비실에서 무작정 대기하는 사례가 그칠지 기대된다.

그렇지만 이런 변화에 대해 입주민들의 진짜 속내가 어떨지는 확실치 않다. 아파트 단지는 많은 수만큼이나 사정이 제각각이다. 단지 형편에 맞는 제도 등 탄력적이고 융통성 있는 도입이 필요하다.

아무쪼록 성북구의 이번 근무형태 변화 실험이 성공적이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아울러 경비업무를 하지 않는 경비원 제도 개선 등을 포함해 경비원들의 감시·단속적 업무 한정에서 벗어나 법·제도 정비 및 개선에 대한 전향적인 논의도 진전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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