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 판결

“계약서에 준공검사 통과 후로
잔금채권 변제기·지체상금 종기 명시
이유도 상세히 기재해야”

[아파트관리신문=이인영 기자] 아파트에서 공사 후 공사잔금 지급시기와 관련해 분쟁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계약서상에 명시한 입주자대표회의의 준공검사를 받은 날을 공사대금 잔금채권의 변제기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려 주목된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오성우 부장판사)는 최근 서울 강서구 A아파트와 승강기 교체공사 계약을 체결하고 공사를 시행한 B사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공사대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B사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B사는 2016년 11월 28일 이 아파트 33대에 대한 승강기 교체공사를 계약금액 9억7647만원, 공사기간 2016년 11월 29일부터 2017년 5월 31일까지, 준공기한은 2017년 6월 30일, 지체상금은 총 계약금액의 1일당 1000분의 3으로 정해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B사는 공사를 시작해 2017년 5월 21일까지 33대의 승강기를 교체한 후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의 수시검사에서 조건부 합격을 받았고 이후 2017년 7월 6일부터 8월 11일까지 조건 후 합격이 이뤄졌다.

B사는 “공사는 준공기한 이전에 모두 완료했고 대표회의는 공사에 따라 교체한 승강기에 대한 조건부합격 통지가 이뤄진 시점에 공사대금의 잔금을 지급할 의무가 발생했음에도 미지급 공사대금 5억8588만2000원을 지급하지 않다가 지난 2월 19일 5억3581만5720원을 공탁해 공탁금 및 이자 5억3584만4293원을 이의를 유보하고 수령했다”며 “대표회의가 공탁한 5억3581만5720원을 미지급 공사대금 5억8588만2000원에 대한 이 사건 지급명령정본 송달일 다음 날부터 위 공탁일까지의 이자 2528만1200원 및 공사대금에 충당하면 대표회의의 미지급 공사대금은 7534만7480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미지급 공사대금의 변제기를 계약서상 명시된 입주자대표회의의 준공검사를 통과한 시점으로 봤다.

재판부는 “피고 대표회의의 원고 B사에 대한 미지급 공사대금의 변제기는 피고 대표회의가 준공검사를 종료한 2017년 12월 12일부터 30일이 경과한 2018년 1월 11일 도래했다”며 “피고 대표회의가 공탁한 5억3581만5720원을 미지급 공사대금 5억8588만2000원에 대한 변제기 다음날부터 공탁일인 2018년 2월 19일까지 민법이 정한 연 5%의 비율에 의한 이자 313만54원 및 미지급 공사대금 원금에 순차로 충당하면 2018년 2월 19일 기준 피고 대표회의의 원고 B사에 대한 미지급 공사대금은 5319만6334만원이므로 피고 대표회의는 원고 B사에 미지급 공사대금 5319만6334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B사는 “계약서상 공사대금 잔금 지급시기를 한국승강기안전공단 검사 완료 후 발주자, 관리주체, 감리업체 검사 종료 후 30일 이내로 정한 것은 형식적인 기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합의된 계약서의 명시적인 문구에 반해 원고 B사의 주장과 같이 승강기에 대한 조건부 합격 통지가 이뤄진 시점으로 보기에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재판부는 대표회의의 공사 지연으로 인한 지체상금 공제 주장에 대해 “이 사건 계약에서는 공사대금 잔금의 지급기일을 ‘한국승강기안전공단 검사 완료 후 발주자, 관리주체, 감리업체 검사가 종료하고 모든 절차가 종료된 후 30일 이내’로 정하고 있으며, 지체상금과 관련해 ‘원고 B사는 준공일에 공사를 완성하지 않을 때는 차수별 준공일로부터 매 지체일수마다 계약서상의 지체상금률을 계약금액에 곱해 산출한 금액을 대표회의는 공제한다’고 정해 준공일에 ‘공사를 완성하지 않은 때’는 준공기한까지 피고 대표회의의 준공검사에 합격하지 못한 때‘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 B사는 공사기간 내에 공사를 완료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2017년 7월 11일 피고 대표회의에 공사에 관한 준공서류를 제출하면서 준공서류 승인일까지 준공기한의 연기를 요청했다”며 “원고 B사와 피고 대표회의는 공사에 관해 피고 대표회의의 준공검사 통과를 대금지급의 요건으로 삼음과 동시에 하자에 대한 보수공사 후 다시 합격을 받을 때까지 지체상금까지 부담하게 함으로써 공사의 완전한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지체상금의 종기를 피고 대표회의의 준공검사 통과일로 정했다고 봐야 하므로 원고 B사는 계약에서 정한 준공기한 다음날인 2017년 7월 1일부터 피고 대표회의의 준공검사를 통과한 2017년 12월 12일까지 지체상금을 부담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고 B사의 공사지연으로 인한 지체상금은 4억8335만2650원(총 계약금액 9억7647만원 × 지체상금률 0.003 × 165일)”이라며 “다만 이 계약에서 정하고 있는 지체상금률은 통상의 도급계약에서 정하는 1000분의 1에 비해 3배나 높고 공사에 관해 특별히 지체상금률을 높게 정할만한 특별한 사정도 없어 보이는 점 등 제반사정에 비춰 볼 때 이 사건에서 손해배상의 예정액에 해당하는 지체상금은 과다하므로 원고 B사의 지체상금을 6000만원으로 감액, 2018년 1월 11일 변제기가 도래한 미지급 공사대금 5억8588만2000만원에서 인정된 지체상금 6000만원을 공제하면 5억2588만2000원이 남게 되고 피고 대표회의가 공탁한 5억3581만5720원으로 미지급 공사대금에 대한 2018년 1월 12일부터 2018년 2월 19일까지의 이자 280만9506원(5억2588만2000원 × 0.05 × 39일/365, 원 미만 버림) 및 원금 5억2588만2000원에 순차로 충당하면 피고 대표회의가 원고 B사에 지급해야 할 미지급 공사대금은 남아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그동안 입주자대표회의가 공사업체와 계약을 체결할 때 ‘입주자대표회의의 준공검사를 통과한 시점’을 공사대금 잔금채권의 변제기 또는 지체상금의 종기로 정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2009년 판결을 통해 도급인과 수급인이 계약서에 공사대금 잔금채권의 변제기를 ‘도급인의 준공검사를 통과한 시점’이라고 명기했더라도 잔금채권의 변제기를 ‘도급인의 준공검사를 통과한 시점’이라고 명기한 특별한 사정이 입증되지 않는 한 공사의 주된 부분이 완성됐다는 것만 입증하면 공사대금 잔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로 인해 도급의 준공검사는 사실상 법적으로 큰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됐으며 공사업체는 수급인의 준공검사를 통과하지 않더라도 공사대금 잔금을 지급받을 있게 돼, 이 대법원 판결은 수급인에게 상당히 불리한 판결이었다는 것이 관계 법률전문가의 설명이다.

이 사건 입주자대표회의 측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산하 장정훈 변호사는 “이 사건은 도급인인 입주자대표회의와 공사업체가 공사대금 잔금채권 변제기를 ‘입주자대표회의의 준공검사를 통과한 시점’으로 계약서에 명기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것을 주장, 입증해 재판부로부터 입주자대표회의의 준공검사를 받은 날은 공사대금 잔금채권의 변제기로 인정받은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법원은 계약서에 공사대금 잔금채권의 변제기를 ‘도급인의 준공검사를 통과한 시점’이라고 명기했더라도 잔금채권의 변제기를 ‘도급인의 준공검사를 통과한 시점’이라고 명기한 특별한 사정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수급인은 도급인의 준공검사를 통과하지 않았어도 공사의 주된 부분이 완성됐다는 것만 입증하면 공사대금 잔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공사대금 잔금 또는 지체상금과 관련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입대의가 공사업체와 계약서를 작성할 때 단순히 ‘입주자대표회의의 준공검사를 통과한 시점’을 잔금채권의 변제기 또는 지체상금의 종기로 명기하는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명기한 특별한 이유를 상세히 기재함으로써, 공사업체가 입대의의 준공검사도 거치지 않고 공사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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