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오페라를 종합예술의 결정체라 한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종합예술이라는 개념은 19세기 유명 작곡가 바그너가 처음 내놨다. 바그너는 미래의 이상적 무대예술로서 악극을 제창하고, 그것이 음악, 무용과 혼연일체가 되는 것을 떠올렸다. 그 속에는 연극도 있고 문학도 있고 건축도 있다. 말 그대로 종합적이다.

집합건물, 공동주택 관리는 ‘종합적 관리’라는 점에서 이 개념과 비슷하다. 우리나라의 주택 유형 가운데 75% 이상이 아파트·연립·다세대주택 등의 공동주택이다. 이 가운데 80% 이상이 아파트다. 강조하지 않더라도 이미 공동주택 관리는 국민적 관심사다.

최근 한 매체가 보도한 ‘주택관리사와 주택관리업자는 무슨 차이?’라는 기사를 봤다. 아마도 ‘전문가인 주택관리사면 족하지 옥상옥처럼 주택관리업자가 왜 필요한가’라는 인식이 깔린 기사 같아 보는 내내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아파트 등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에 국한하자면, 공동주택 관리는 크게 자치관리와 위탁관리로 나뉜다. 자치관리는 말 그대로 입주자대표회의가 자치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자체적으로 관리소장을 선임하고, 직원들을 선발하는 등 운영 전반에 대해 책임을 진다. 반면, 위탁관리는 공동주택 관리의 전문성을 가진 관리회사에 관리를 위탁하고, 관리회사는 주택관리사 등을 고용해 관리소장과 관리직원들을 파견해서 관리하는 것이다.

자치관리든 위탁관리든 본질은 시설관리(Facility Management)다. 여기에는 특정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많은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주택관리사인 관리소장을 중심으로 건축, 전기, 기계, 조경, 방재 등에 관한 다양한 전문가들이 역할을 나눠 맡고 있다. 여기에 법무, 노무, 회계 전문가들의 도움까지도 필요하다.

주택관리업은 여기에 더해 경영에 대한 전문성까지 필요로 하는 분야다. 그렇기에 주택관리업은 특정 직역만이 할 수 있는, 또는 해야 하는 ‘업(業)’이 아닌 종합적인 업무라고 할 수 있다. 건설업이 많은 다양한 종류의 기술자를 포용하고 있지만 ‘특정 자격자가 하는 업’이라고 주장하지 않는 것과 비교해서도 위 기사 주장의 부당함을 잘 알 수 있다. 갈수록 전문적이고 세분화, 복잡화, 분업화되는 상황을 감안해 많은 아파트 등에서 위탁관리를 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역사적으로 봐도 우리나라 공동주택 관리는 관리회사들에 의해 시작됐다. 1960~70년대 아파트가 건설되고 관리회사들이 관리를 전담하게 되고, 회사들이 늘어나면서 주택관리업협회가 만들어졌다. 이후 주택관리사 제도가 채택되고, 관련 단체들이 결성됐다. 그리고 2016년에는 공동주택관리법이 제정됐다.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그새 우리나라의 공동주택 규모는 엄청나게 커졌다. 그리고 이제 주택관리업도 산업의 한 부분으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현 관리체계의 큰 문제점으로 관리전문 업체의 전문기술 부족을 든다. 단순히 주택관리사들의 숫자가 적다든가, 관리회사들의 부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관리 역량의 부족을 지적한 말이다. 전문기술을 보유한 총합의 증가, 그것이 관리업계를 더 전문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점을 직시하고, ‘종합적 관리’의 전문성 강화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관리업계 안팎에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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