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주의의무는 ‘입주자’에 대해 부담

서울동부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관리소장이 입찰공고 시 관계법령을 지키지 않았다며 지자체가 관리회사에 과태료 처분을 내린 것과 관련해 관리소장의 고의·중과실이 아니라면 회사는 피용자인 관리소장에게 손해배상을 구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또 법원은 같이 과태료 처분을 받은 입주자대표회의는 이의신청을 해 수용된 반면, 회사는 아무런 불복절차를 거치지 않아 처분이 확정된 점을 사유로 들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소액32단독(판사 위지현)은 최근 관리소장이 입찰공고를 하면서 관계법령을 지키지 않아 회사가 과태료를 받았다며 경기 양주시 A아파트 관리업체 B사가 관리소장 C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B사는 “C씨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그 직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 해 입찰공고를 하면서 개찰 일시·장소를 공고하지 않고 입찰을 진행하는 등의 행위로 사용자인 B사가 법원으로부터 200만원의 과태료 부과처분을 받게 해 손해를 입게 했으므로,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우선 “피용자의 업무수행과 관련해 행해진 불법행위로 인해 사용자가 직접 손해를 입었거나 그 피해자가 사용자로서의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 결과로 손해를 입게 된 경우에 있어서 사용자는 사업의 성격과 규모, 시설의 현황, 피용자의 업무내용 등에 비춰 손해의 공평한 분산이라는 견지에서 신의칙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피용자에 대해 그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는 법리를 서술했다.

이에 재판부는 “위 법리와 사용자인 회사가 아무런 제한 없이 피용자의 업무수행과 관련해 손해배상 내지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한다면 피용자에게 지나치게 무거운 책임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어서 부당할 뿐만 아니라 업무의 원활한 수행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피용자인 피고 C씨의 업무수행에 있어서 고의 또는 이와 동일하게 볼 만한 중과실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용자인 원고 B사는 피고 C씨에게 손해배상 내지 구상금을 청구할 수 없고, 이러한 경우 일반원칙에 따라 손해배상 내지 구상을 구하는 원고 B사가 피고 C씨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구 주택법(2015년 12월 29일 개정되기 전)에서 정한 관리소장의 직무상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는 ‘입주자’에 대해 부담하는 것이지 관리주체인 원고 B사에 대해 부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원고 B사의 직원인 피고 관리소장 C씨는 관리소장의 업무로서 입찰과정에서 관련 법령을 준수할 주의의무가 있음은 인정된다”면서도 “피고 C씨가 관리소장 지위에서 통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고의 또는 중과실로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이유로 ▲전자입찰로 진행돼 개찰일시 및 장소 미공고로 인해 입찰 투명성이 저해될 염려가 낮아 현실적으로 공고 필요성이 적었던 점 ▲B사가 ‘개찰 일시·장소 미공고 등’을 이유로 과태료 처분사전통지를 받자 C씨는 관련 청문에 출석해 전자입찰 사실 등을 기재한 의견서를 지자체에 제출한 점 ▲같은 위반사항 등을 이유로 과태료가 부과된 B아파트 대표회의는 해당 과태료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을 했고 법원으로부터 이것이 받아들여져 과태료에 처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받은 점 ▲반면 B사는 과태료 부과처분을 받은 뒤 아무런 법적 불복절차를 밟지 않아 과태료 처분이 그대로 확정된 점 등을 들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 관리소장 C씨에게 중과실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 B사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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