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도로 싱크홀로 아파트 기울어···재입주 승인에도 입주민들 ‘불안’ 안 가셔

원인은 아파트 인근 공사현장 흙막이 붕괴
피해 아파트 지질조사서도 없어 ‘안전 사각지대’ 논란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지난달 31일 서울 금천구 도로에 대형 싱크홀 현상이 나타나 아파트 1개동이 5도 정도 기울면서 76세대 입주민 200여명이 대피했다.

서울 구로소방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전 4시 38분경 금천구 가산동 아파트 인근 공사장 근처 도로에서 가로 30m, 세로 10m, 깊이 6m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아파트 인근 건설 공사현장 흙막이 시설이 붕괴되면서 발생, 인근 도로와 아파트 주차장이 함께 붕괴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서울 금천구는 이 아파트에 대해 계측을 실시, 2일 주민설명회를 열어 건물과 지반이 안정화돼 아파트 입주민의 자택 입주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금천구는 “2일 오후까지 계측을 계속한 결과 1㎜ 이내 측정 오차에 해당하는 침하만 계측돼 더 이상 지반 침하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전문가들에 의해 지반도 안정화된 것으로 확인돼 자택으로 입주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금천구는 한국지반공학회에 의뢰해 내달 말까지 정밀안전진단을 실시, 진단 과정에서 주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주민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전자계측기를 추가로 설치할 방침이다.

또한 금천구와 소방서는 건설사에 즉시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고 응급 복구 작업을 지시했다. 이에 건설사는 사고 발생 직후부터 붕괴된 흙막이 시설에서 토사 되메우기 및 다짐 작업을 진행했다.

사고 직후부터는 국토교통부, 서울시, 금천구 합동으로 구조·지반 전문 자문단이 투입돼 이 아파트 113동에 설치된 계측기 측정값을 분석한 결과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고 계측을 거듭한 결과 측량 오차에 해당하는 침하만 나타났고 자문단은 더 이상 지반 침하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금천구의 재입주 승인에도 여전히 입주민들은 불안에 떨었고 승인일인 2일 이후 6세대만이 재입주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내린 폭우도 입주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데 한몫했다.

이 가운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철호 의원(자유한국당)이 4일 이 아파트에 이미 5년 전부터 다수의 균열이 발생한 바 있으나 각종 토질시험, 지내력, 지하수위면 등에 대한 아파트의 지질조사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홍철호 의원실이 최근 입수한 해당 아파트의 2013년도 정밀안전점검보고서에 따르면 지하층의 벽체와 천장슬라브에서 0.1~0.2㎜에 해당하는 다수의 균열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누수 등도 발견됐다. 지하층뿐만 아니라 옥탑, 외벽, 계단실 등에도 다수의 균열과 누수흔적이 조사됐다. 기둥과 함께 건물의 무게를 지탱하도록 설계된 벽을 뜻하는 내력벽체에서도 0.1~0.2㎜의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를 살펴보면 해당 균열폭은 ‘미세 균열(0.1㎜미만)’, ‘중간 균열(0.1이상~0.7㎜미만)’, ‘대형 균열(0.7㎜이상)’ 중 중간 균열에 해당한다.

해당 보고서는 “콘크리트 구조물에서의 ‘미세 균열’은 구조물의 성능에 별 영향이 없으나 중간 및 대형 균열은 중요하기 때문에 기록으로 남겨 추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했다.

뿐만 아니라 2016년도 정밀안전점검보고서에서도 동일한 내용을 지적받은 것으로 확인, 그러나 정밀안전점검을 실시한 기관은 정작 해당 아파트의 지질조사서를 확보하지 못해 이를 참고하지도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달 21일 “도로와 주차장에 균열이 나타나 침하가 우려되니 오피스텔 공사를 중단해 달라”는 내용의 민원을 금천구청에 서면으로 제출한 바 있다.

홍 의원은 “대형건물의 경우 건축시 지질조사 등의 건축물 안전영향평가를 강제하도록 지난해 건축법이 개정됐지만 그 이전의 건축물들은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시공사가 아파트 주민들에게 지질조사서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동시에 정기 정밀안전점검 항목상 지질, 지반 및 지내력 평가 사항을 포함시키도록 법률 개정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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