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 판결

우편함 안내문 투입,
허가 필요 없고
투입 후엔 입주자 점유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 통합보안시스템 추진사업에 반대하는 입주민이 우편함을 통해 배포한 안내문을 마음대로 가져가고 입주민들이 게시한 현수막을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입주자대표회장에게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판사 김영아)은 절도 및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서울 강서구 A아파트 전 대표회장 B씨에 대해 최근 벌금 100만원형에 처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에 따르면 B씨는 2015년 3월 11일 아파트 입주민인 C씨가 각 동 우편함에 배포한 ‘통합보안시스템 설치에 따른 주민투표 전 숙고해야 될 사항’이라는 제목의 시가불상 안내문을 그달 12~14일 사이 임의로 꺼내가 절취했다.

해당 안내문에는 통합보안시스템 설치에 대한 내용과 아파트 홍보 플래카드 제작건, 홈페이지 설치문제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B씨는 C씨가 통합보안시스템 추진사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이 안내문을 마음대로 가져갔다.

또한 B씨는 같은 이유로 2016년 2월 7일 통합보안시스템 반대 입주민 30여명과 주민 100여 세대가 기금을 마련해 아파트 정문과 후문에 게시한 ‘아파트 고치라고 모아둔 장기수선충담금이 동대표회장 쌈지돈입니까?’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칼 등을 사용해 절단했다. 이에 입주민들 소유의 시가 합계 10만여원 상당의 현수막 2개를 손괴했다.

이와 관련해 B씨 측은 “안내문이 재산적 가치가 있는 재물이 아니어서 절도죄의 객체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증거기록의 재발행 영수증에 비춰 안내문에 재산적 가치가 없다고 할 수 없을 뿐더러, 절도죄의 객체인 재물은 반드시 객관적인 금전적 교환가치를 가질 필요는 없고 소유자‧점유자가 주관적인 가치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대표회장으로서의 권한에 기한 정당행위이므로 절취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아파트 입주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담은 문서를 다른 입주자의 우편함에 넣을 경우 반드시 관리소장의 허가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령 허가나 동의가 필요하더라도 이미 우편함에 투입돼 해당 세대 입주자의 점유 아래에 있다고 보이는 안내문을 대표회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를 임의로 수거할 권한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일축했다.

아울러 “불법영득의 의사가 없었다”는 B씨 측 주장에 대해 “절도죄의 성립에 필요한 불법영득의 의사는 권리자를 배제하고 타인의 물건을 자기 소유물과 같이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처분할 의사를 말하는 것으로, 영구적으로 그 물건의 경제적 이익을 보유할 의사일 필요는 없다”며 “피고인 B씨는 안내문을 우편함에서 임의로 수거해 권리자를 배제했고, 이후 이를 반환하지 않아 자기 소유물과 같이 처분했으므로 불법영득 의사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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