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부족한 변압기 수전용량

경기도 한 아파트에 게시된 정전대비 절전 협조 안내문. <서지영 기자>

변압기 용량, 필요용량에
턱없이 모자란 경우 많아

가전제품 사용 느는데
기준은 여전히 20년 전 수준

“한전 등 수전용량 증설
공사비용 지원도 필요” 주장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서울 송파구 A아파트는 최근 기록적인 폭염으로 입주민들의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차단기 과열로 인한 정전이 수시로 발생해 불편을 겪고 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전기사용 자제 요청을 안내하는 방송을 수시로 하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아 차단기를 다시 올려도 과열로 다시 전력이 차단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처럼 올 여름 재난 수준의 폭염이 이어지며 전력수요 증가로 정전사고가 발생하는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름철 아파트에서 종종 발생하는 갑작스런 정전사고는 전기 사용량 증가에 따른 과부하로 인한 변압기 폭발 등이 주요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달 아파트 정전 건수는 전년 동기 43건 대비 112% 증가한 91건이며, 주요원인은 구내 차단기류(48건, 54%), 변압기(21건, 23%), 개폐기류(6건, 7%) 순이다. 특히 아파트 건축연한이 오래된 곳일수록 정전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한전에서는 수전변압기를 설치한 지 15년이 경과한 아파트들을 대상으로 노후변압기 교체비용의 일부(변압기 가격의 약 50% 수준)를 지원하는 등 아파트 정전 예방에 나서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98개 단지의 노후변압기 교체비용 11억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아파트 관리현장에서는 정전 문제의 원인이 단순히 노후변압기뿐만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기 안양시 B아파트 최호몽 관리소장은 “아파트마다 변압기 수전용량이 필요용량에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변압기를 교체하는 것보다 수전용량을 증가하는 것이 더 중요한데 이 부분이 잘 추진되지 않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1998년 8월 27일 개정된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제28211호)’ 제40조 제1항에 따르면 주택에 설치하는 전기시설의 용량은 각 가구별로 3㎾(가구당 전용면적이 60㎡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3㎾에 60㎡를 초과하는 10㎡마다 0.5㎾를 더한 값)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채 건축된 아파트가 적지 않으며, 이 마저도 규정 개정 전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변압기의 가구당 공급 전력량이 1㎾에 불과해 다양한 가전제품 사용이 증가한 현재의 전기 사용량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가전제품의 소비전력은 에너지효율과 사용시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1시간 기준으로 에어컨은 1.8㎾, 전기밥솥(취사) 1㎾, 전자레인지 1㎾, 냉장고는 하루 기준 2.4㎾ 등이다. 세대마다 사용하는 가전제품 수는 갈수록 늘고 전력소비가 큰 에어컨을 사용하는 세대도 증가하고 있는데, 변압기 용량 기준은 여전히 20년 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호몽 관리소장은 “1980년대에 지어진 이 아파트 수전용량은 1500㎾로, 900여 세대의 필요용량에 못 미치는데 여름철 전력사용 피크 때에는 수전용량의 80%까지 미친다”며 “정전사고가 걱정돼 수시로 전기사용 자제 안내방송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구로구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도 “400세대 가까운 단지임에도 750㎾인 변압기를 쓰고 있는데 공용부분을 100㎾ 정도로 생각하면 수전용량이 더욱 모자라고, 피크 시 전력사용량이 520㎾ 가까이 올라가는데 이를 넘어가면 버티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최 관리소장은 “변압기 수전용량 증설 시 선 교체공사 등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데 이에 대한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입주민 부담이 크다”며 “아파트에 대해서도 일반 주택들과 마찬가지로 변압기 교체뿐만 아니라 수전용량 증설과 그에 따른 부수적인 비용에 대한 한전과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변압기 교체 및 수전용량 증설 필요성과 교체공사 대비 적정한 장기수선충당금 적립의 필요성에 대한 입주민의 관심과 이해 제고도 당부된다. 대부분 관리사무소의 안내에도 별 생각 없이 전기를 사용하다가 막상 정전사고가 발생하면 관리주체의 잘못만을 탓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전이나 변압기 폭발로 인한 화재 및 인명사고 등 더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대비에 충분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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