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transformer).
변압기다. 원래는 ‘일렉트릭 트랜스포머(electric transformer)’지만 줄여서 트랜스포머라 한다. 더 줄여서 트랜스, 도란스(トランス)라고 하기도 한다. 변압기는 전압을 높이거나 낮추는 장치다. 콘센트가 하나밖에 없는 소형부터, 전신주 위에 원통의 물건처럼 달려 있는 것까지 가정용, 산업용 등 종류가 다양하다. 아파트를 포함한 일정 규모 이상 건물에는 꼭 있다.

영화 트랜스포머(Transformers)를 ‘변압기들’이라고 우스개로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영화 속 로봇들은 승용차가 됐다가 대형 트럭으로 변했다가 헬리콥터가 되기도 한다. 그야말로 만능이다. 영화 트랜스포머처럼 변압기도 만능의 통로다. 변압기가 없으면 전기를 사용하는 현대인들은 정말 난감해진다. 아무 것도 사용할 수 없다. 그야말로 먹통이 된다.

기록적 폭염으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정전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폭염이 길어질수록 에어컨 등 냉방기기 사용이 늘어나 전기 사용량 증가로 과부하가 걸려 정전이 일어나게 된다. 원인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이 변압기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달 아파트 정전 건수가 지난해 대비 112% 증가했다고 한다. 아파트 건축연한이 오래된 곳일수록 정전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주 원인이 노후변압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런 문제 인식 속에 한전에서는 수전변압기를 설치한 지 15년이 경과한 아파트들을 대상으로 노후변압기 교체를 위해 변압기 가격의 절반 정도를 지원하는 등 정전 예방에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올 하반기 임대아파트 등을 대상으로 노후변압기 교체사업을 위한 예산을 추가 지원할 것을 요청했다.

그렇지만 공동주택 관리 현장에서는 정전 문제가 단순히 노후변압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반론이다. 근본적으로 아파트의 변압기 수전용량(受電容量) 자체가 너무 적다고 강조한다. 필요용량에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수전용량을 증가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얘기다. 여름철 전력사용 피크 때는 수전용량의 80%까지 이른다고 관리전문가들은 토로한다. 아슬아슬하다. 그러다보니 정전사고가 걱정돼 수시로 전기사용 자제 안내방송을 하고 있다.

사실 변압기 용량 기준은 20년 전에 머물고 있다. 1998년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정하면서 규모에 따라 전기시설 용량을 각 가구별로 3㎾ 이상으로 건축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도 부족한데 이를 지키지 않은 채 건축된 아파트가 적지 않으며, 이마저도 규정 개정 전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가구당 공급 전력량이 1㎾에 불과해 가전제품 사용이 증가한 현재의 전기 사용량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특히 소형 면적의 아파트들에는 상대적으로 더 적은 용량의 변압기가 설치돼 있어 큰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걱정한다.

관건은 돈이다. 변압기 증설 및 교체에는 큰 비용이 들고 입주민 동의가 필요하다. 공동주택관리법상 ‘장기수선계획의 수립기준’에 규정된 변압기의 전면교체 주기는 25년, 수전반과 배전반은 20년이다. 교체에 대한 입주민 사이의 이견이 진전된 논의를 막기도 한다. 어려운 선택이지만 방치해서는 안 된다. 수전용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노후화까지 겹치면 사고발생 위험은 훨씬 더 커진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우리는 매년 더 뜨거운 여름을 맞게 될 것이다. 관리주체들의 수전설비 관리에 대한 관심과 함께 용량 부족 변압기 증설 및 교체 등에 대한 입주민들의 적극적인 의지, 그리고 관계 당국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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