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이전부터 빈혈 등 질환을 앓아 온 관리소장이 입주자대표회의 회의를 마치고 동대표들과 술을 마신 후 퇴근하던 중 쓰러져 골절을 입은 것은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판사 심홍걸)은 최근 A아파트 관리소장 B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B씨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B씨는 2016년 11월 입주자대표회의 정기회의를 마치고 동대표들과 함께 음주를 겸한 저녁식사 후 귀가하던 중 지하철 승강장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B씨는 이 사고로 골절 등의 진단을 받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B씨는 이 사고 이전에도 의식소실 이력이 여러 차례 있었던 점 ▲2007년부터 지속적으로 비타민B12 결핍 빈혈, 말초신경계통 장애, 특발성 말초성 자율신경병증으로 치료를 받은 점 ▲사고 발생 시점 B씨의 혈중알콜농도는 심신의 변화가 거의 없는 0.023%로 확인되는 점 ▲근로복지공단 자문의는 이 사고가 기존 질환에 의한 상해로 판단된다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는 점 등을 종합해 “이 사고는 B씨가 음주와 무관한 개인적 소인에 의한 의식소실로 판단되므로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요양불승인 결정을 했다.

B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심사청구를 했으나 공단으로부터 심사청구 기각 결정을, 다시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 청구를 했으나 위원회로부터 재심사 청구 기각 재결을 받았다.

이에 B씨는 “회의를 준비하면서 심한 정신적 압박감을 받은 상태에서 저녁식사를 하지 않고 약 2시간 30분 동안 회의에 참석해 극도로 피곤한 상태에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상병은 회의를 마치고 동대표들과 마셨던 술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법원의 감정촉탁의는 이 사고의 원인인 의식소실의 주된 원인은 원고 B씨의 기존질환으로 보이는 미주신경성 실신으로 보이고 음주와 스트레스는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 보조적으로 다소 영향을 준 정도라는 소견을 제시했다”며 “피고 근로복지공단 자문의 중 대다수도 이 법원의 감정촉탁의와 같은 내용의 소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또한 “원고 B씨는 상병 발병일 이전부터 병원에서 미주신경성 실신과 관련이 있는 특발성 말초성 자율신경병증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받아왔고, 원고 B씨가 정기회의를 마치고 동대표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마신 술의 양은 막걸리 반 병 남짓으로 원고 B씨의 평소 주량에 미치지 못하는 정도였다”며 “여기에 원고 B씨가 음주 후 스스로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던 상황이었음을 더해 보면 사고 당시 의식소실이 초래될 정도로 원고 B씨가 과음한 상태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고 B씨가 동대표들과 저녁식사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발생한 사고로 상병이 발병했다는 사정과 원고 B씨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 B씨의 업무로 상병이 발병 내지 악화됐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이와 같은 전제에서 이뤄진 피고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은 적법하다”고 못 박았다.

한편, 이 판결은 관리소장 B씨가 항소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지난달 13일 확정됐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