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 아파트 등 공동주택 관리비 구성에 대한 오해로 빚어진 문제를 지적했다. 관리비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숫자로 확인한 바, 역시 ‘인건비’였다. 사실 일반 입주민들은 관리비 구성항목 중 어느 항목이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 잘 모른다. 매달 관리비 고지서가 집으로 배달되고, 관리비 내역이 별도 책자 등으로 고지돼도 시큰둥하다. 어떤 항목을 절감하기 위해 관리주체의 노력이 얼마큼 필요한지, 어떤 비용이 얼마나 많이 부과되는지 큰 관심이 없다.

한국감정원의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는 관리비의 각 항목이 세분화돼 공개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평균 관리비는 ㎡당 2114원이다. 그중 일반관리비의 92.5%가 인건비다. 청소비, 경비비도 대부분 용역비라고 했을 때 공용관리비 중 인건비는 86%나 된다. K-apt 분류상 공동 에너지 비용은 공용관리비에 포함되지 않고 개별사용료에 포함됐지만 그걸 감안해도 압도적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최근 6년 평균 소비자물가의 상승률은 1.4%, 관리비 상승률은 4.48%였다. 이 둘의 상승률만 비교해 보면 공동주택 관리비 상승률이 총 소비자물가 상승률 대비 평균 3배 이상으로 높다. 숫자만 보면 ‘문제’라고 의심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관리비를 구성하는 내용을 잘 살펴보면 이 둘의 단순비교가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관리업계에서는 “통계청의 총 소비자물가 자료는 공산품 등 전체 품목에 대한 평균치를 나타낸 것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직접 영향을 받고 있는 공동주택 관리비를 이와 단순비교 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고 항변한다. 매우 타당한 지적이다. 잘못된 비교는 바로 입주민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한 일각에서 공동주택 관리비 상승과 관련해 입찰담합 등 왜곡된 경쟁 구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공정위는 매년 경쟁제한 행위 발생 우려가 큰 분야를 선정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 마련을 하고 있다. 올해는 ‘보증보험, 항공여객 운송, 아파트 관리비 분야의 독과점 등 왜곡된 경쟁 구조에 대한 개선안을 마련 중’이라고 지난달 말 밝혔다.

공정위의 독과점 및 불공정 경쟁 제재는 매섭다. 공정위가 판단하는 독과점의 기준은 시장점유율이 1개사가 50% 이상이거나, 상위 3개사의 합계가 75% 이상이다. 보증보험은 서울보증보험이 오랜 기간 50% 이상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분야이며, 항공여객 운송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점유율이 2015년 기준 90%에 달하는 독과점이 굳어진 사업이다.

공동주택 관리업계의 상위 5개 업체를 합쳐도 20% 언저리에 그치다보니 독과점 문제는 아닐 것이고, 아마도 ‘공정한 경쟁’과 ‘투명한 관리’에 방점이 찍혀있을 것이다.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아야 하며, 잘못된 담합은 근절돼야 한다. 그러나 공정한 경쟁과 투명한 관리를 위해선 제도가 먼저 뒷받침돼야 한다. 그리고 그 제도는 합리적이고 공익적이고, 타당하며,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공동주택 관리의 바탕은 ‘입주민의 행복과 이익’이다. 이를 위해 공정한 경쟁을 통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풍토를 조성하고 우수한 관리업체를 양성하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 시스템을 지원하는 것이 법과 제도이며, 정책 당국의 역할이다. 지금의 제도로는 관리서비스의 질적 하락이 적잖이 우려된다. 그 피해는 관리의 소비자인 입주민들, 대다수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현재 제도로 막고 있는 ‘관리 산업화 족쇄’에, 막연한 추측과 불만으로 재단해 ‘불공정’을 더한다면 그건 정말 퇴행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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