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 관리소장 해고와 관련한 다툼으로 지출된 이행강제금, 소송비용 등에 대해 입주자대표회장이 대표회의에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이주현 부장판사)는 서울 강남구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이 아파트 전(前) 입주자대표회장 B씨를 상대로 “전(前) 관리소장 C씨와의 부당해고 관련 다툼으로 지출된 관리비 7067만여원을 배상하라”며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기각 판결을 내렸다.

대표회의는 이번 소송을 제기하며 “B씨는 C씨의 해고와 관련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 및 구제명령이 있으면 이를 준수해 원직복직을 제대로 시키고 이행강제금을 납부했어야 함에도 위 구제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이행강제금을 부과받도록 했고, 이행강제금 부과처분을 받았으면 일단 납부를 했어야 함에도 이를 납부하지 않아 재차 이행강제금 부과처분을 받아 2000만원 상당의 이행강제금 납부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또한 “C씨의 부당해고 판정이 있었으면 새 관리소장 D씨의 고용을 정리하고 C씨를 복직시켰어야 함에도 이를 고의로 지연시켜 D씨와 C씨 둘 다 인건비를 지급하게 해 C씨에 대한 인건비 4199만여원을 이중 지급하게 하는 손해를 끼쳤다”고 밝혔다.

아울러 “C씨의 해고와 관련해 승소 가능성도 없는 소송을 17회에 걸쳐 진행하면서 인지대, 송달료 등 소송비용을 지출하게 하는 등의 손해를 끼쳤다”고도 지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대표회의는 “B씨는 입주민들을 위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갖고 대표자직을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고, 특히 변호사로서 법률문제에 있어 전문가이므로, 대표회의 구성원들을 계도해 입주자들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이끌어야 할 책무가 있음에도 그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잘못이 있으므로 관리규약 제33조에 따라 대표회의가 입은 손해 합계 7067만여원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A아파트 관리규약 제33조는 대표회의 구성원의 선관주의 의무와 대표회의 구성원이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해 입주자 등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한편 B씨는 전 관리소장 C씨의 해고 관련 각 소송진행 및 이행강제금의 납부 여부 등에 관해 대표회의 임원회의 의결 내지 위임을 받아 소송대리인으로서 각 소송을 대리했다.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판사 정수경)은 대표회의의 청구에 대해 “피고 B씨가 회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적정한 업무수행을 하지 않아 입주자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돼야 할 관리비가 부당하게 지출됨으로써 발생한 손해에 관한 배상청구인바, 설령 원고 대표회의의 주장대로 위와 같은 손해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위 손해는 대표회의의 손해라고 보기 어렵고, 관리규약 제33조의 규정에 의하면, 대표회의 구성원의 손해배상의무 상대방은 ‘입주자’인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대표회의는 공동주택의 관리에 관한 사항을 결정해 시행하는 등 관리권한만 가질 뿐이고, 관리규약 위반이나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 등 금전청구는 각 구분소유자의 공용부분 공유지분에 따라 귀속되는 분할채권으로서 구분소유자 고유의 권리에 해당해 대표회의의 관리권한에 속하지 않는다”며 “원고 대표회의에게 직접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설령 원고 대표회의가 주택법 시행령 등 관련규정에 따라 관리비 관리‧사용에 관련된 손해배상청구권 등을 직접 행사할 수 있다 하더라도, C씨의 해고 관련 구제신청에 응해 다투거나 행정소송 등을 제기해 다투다가 결과적으로 패소하게 됐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 B씨에게 원고 대표회의의 대표자로서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 재판부는 먼저 “선관주의는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행위자가 통상 가져야 할 주의의 정도를 말하는 것으로, 피고 B씨의 직업이 변호사라는 사정에 의해 보다 높은 주의의무가 요구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제기돼진 소송에 응소하는 것 자체는 헌법에 의해 보장된 국민의 권리실현이나 권리보호를 위한 수단으로서 적법하고, 결과적으로 패소했다는 사정만으로 그와 같은 행위가 위법해지거나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표회의가 제기한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에 대한 법원 판결은 C씨에 대한 해고가 일부 비위사실은 인정되나 징계재량권을 남용해 위법하다는 것인 바, C씨가 제기한 구제신청 등에 대해 응소하거나 해당 구제판정 등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해 다툴 수 있는 여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행강제금 부과처분에 대해서도 실제로 2차 이행강제금 부과처분은 소송을 통해 취소되기도 했는 바, 원고 대표회의의 행정소송 등 소 제기 및 그 위임을 받아 피고 B씨가 관련 소송을 수행한 것이 승소 가능성이 거의 없거나 패소 가능성이 명백한 상황에서 현저하게 상당성을 잃은 소송 수행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도 1심 판결과 결론을 같이 하면서, ▲C씨에 대한 1‧2차 면직처분은 모두 징계위원회를 통해 결정됐고 ▲1‧3차 이행강제금을 납부하지 않은 것은 B씨의 결정이 아니라 대표회의의 결의에 따랐던 것으로 보이며 ▲B씨는 대표회의로부터 별도의 소송 수임료를 받지는 않았다는 등의 근거를 덧붙였다.

2심 재판부는 다만 대표회의의 손해배상 청구권에 대해서만 1심 재판부와 달리 인정하는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고 대표회의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의 예산‧결산 승인 등에 관한 내용을 볼 때 관리비의 징수‧사용 등을 실질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등, 관리비 등을 포함한 공동주택의 관리에 관한 권한을 가지므로 피고 B씨를 상대로 해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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