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영화평론가 임정식 박사 ‘스포츠 영웅의 비밀’ 출간

[아파트관리신문=홍창희 기자] 현대 사회에서 스포츠 스타는 선망의 대상이다. 이들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부와 명예를 거머쥔다. 현실 세계의 스타들과 성격이 조금 다른 스포츠 영웅도 있다. 이들은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실현한다. 이런 부류의 영웅은 스포츠 영화에서 자주 발견된다. 이들 모두에게는 특별한 뭔가가 있다. 현실 세계의 스포츠 영웅들과 스포츠 영화 주인공의 공통점은 뭘까.

‘스포츠 영웅의 비밀’(임정식 지음, 태학사 펴냄)은 현실 세계의 스포츠 영웅과 스크린 속 주인공들의 행적을 영웅 신화의 관점에서 살펴본 책이다. 스포츠 영웅의 행적을 소개하면서 스포츠 영웅만이 갖고 있는 특별한 덕목을 고대 신화의 영웅들과 비교했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됐다.
현실 세계의 스포츠 영웅들을 다룬 1부에서는 현대의 영웅과 함께 고대신화의 영웅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박찬호, 김연아의 행적을 신화학자 조셉 캠벨이 정리한 영웅 신화의 서사구조를 통해 살폈다. 영웅 신화에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출발-입문-귀환’의 이야기 구조를 통해 박찬호, 김연아가 걸어온 길을 정리하며 이들이 왜 스포츠 영웅으로 불리는지를 살폈다. 이와 함께 헤라클래스, 오디세우스, 중국신화 등 신화의 영웅 이야기를 나란히 소개했다. 이어 박지성, 이승엽, 박세리의 선수 시절 활동 내용과 특징을 설명하며 이들이 어떻게 스포츠 영웅이 됐는지도 자세히 추적했다.

2부에서는 스포츠 영화의 주인공들을 다뤘다. 스크린 속 주인공들의 승리보다 값진 감동의 휴먼 드라마를 신화 속 인물과 비교, 설명했다. <말아톤>의 초원과 ‘콩쥐팥쥐’ ‘신데렐라’이야기,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한미숙·김혜경과 무속신화 ‘세경본풀이’의 자청비, <국가대표>의 차헌태와 그리스·로마신화의 테세우스·고구려 유리왕, <킹콩을 들다>의 박영자와 단군신화의 웅녀 등을 서로 비교하며 각각 인물들의 특징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5세 지능을 가진 20세 자폐 청년 초원과 핸드볼, 스키점프, 역도 등 비인기종목의 선수들이 시련을 헤쳐 나가는 모습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딸, 아버지 없이 성장하는 아들, 계모의 구박을 받는 소녀가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꿈을 향해서 당당하게 걸어가는 발걸음을 연상시킨다.

3부에서는 과거, 현재, 미래에 걸쳐 국내외 영웅들의 여러 면모를 다뤘다. 21세기 이전의 인물, 우리나라와 해외 선수, 영웅에서 추락한 인물들을 망라했다. 민족혼을 일깨운 불멸의 마라토너 손기정, 해외진출 성공 1호 차범근, 평창동계올림픽의 컬링 여자국가대표팀과 남자 아이스하키팀 백지선 감독 등 영웅들의 다양한 면모를 담았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인종차별의 벽을 허문 재키 로빈슨의 위대한 도전정신도 포함됐다. 영웅에서 범죄자로 추락한 인물도 있다. 미식축구 스타 O. J. 심슨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가 그들이다. 탁월한 업적과 명예를 얻었지만 그 명성이 한 순간에 물거품 됐다. 젊은 운동선수들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추락한 영웅들'이다.

저자는 영웅 신화를 통해 이 시대 스포츠 영웅들의 위대한 도전과 모험의 여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몇몇 선수들은 스타의 차원을 뛰어넘어 국민적 추앙의 대상이 되고, 스포츠 영웅의 반열에 올라 우리 사회의 역할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그렇지만 스크린 속의 주인공들 모습은 현실 세계 스포츠 영웅과 성격이 조금 다르다. 내세울 만한 능력이나 업적이 없고, 대중적 인기와도 거리가 멀다. 하지만 그들은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내면의 성장을 이루고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실현한다.

이 책은 여러 영웅들을 다뤘지만 특정 선수의 일대기나 헌사가 아니다. 이 점에서 이 책의 차별성이 돋보인다. 저자는 “어느 경우든, 스포츠 영웅에게는 그들만의 특별한 무엇이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유명 선수와 영화 속 인물들의 행적을 통해 스포츠 영웅의 비밀을 다양한 관점에서 탐색했다. 그러면서 고대신화의 영웅을 길잡이로 삼아 한층 더 들어갔다.

저자의 말대로 그들의 공통점을 구체적으로 정리해보면, 스포츠 영웅에게 필요한 덕목과 조건이 분명히 드러난다. 이 책이 스포츠 영웅과 관련해 특별히 강조하는 덕목은 탁월한 능력과 업적이 아니다. 오히려 도전과 모험정신, 고난과 시련의 극복, 도덕성의 확보, 공익성의 구현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모든 사람이 영웅이 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럴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저자는 “스포츠 영웅이 지니고 있는 여러 덕목은 우리 시대의 어두운 골짜기를 비추는 등불이 돼줄 것”이라며 “우리가 내일의 영웅들을 기다리는 이유”라고 강조한다.

저자 임정식 박사는 고려대 국문학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20여년의 스포츠·영화전문기자를 거쳐 현재 영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고려대·백석대·한경대에서 글쓰기와 영화 등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재무이사도 맡고 있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