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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암 칼럼] 택배논란에서 아파트 단지를 생각한다
승인 2018.06.15 09:10|(1200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수암 선임연구위원

최근 사회발전에 따른 주거생활의 변화는 아파트의 물리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상에 거주자용 주차구획을 설치하지 않고 지하 주차장을 만드는 아파트 단지가 늘고 있다. 소위 ‘지상에 차가 없는 공원형 아파트 단지 설계’라는 내용이 분양광고나 신문을 장식하고 있는 추세다. 공공에서 도시공간을 공원이나 녹지, 수변시설 등의 시설이 충분하면 아파트 단지에서 현재만큼 공원형 아파트단지의 설계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어느 정도 충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도시공간이 이를 수용하지 못하는 관계로 개별아파트 단지에서 다른 단지와 차별화를 위해 수변이나 녹지, 산책로 등을 최대화해 공원과 같은 쾌적성이 높은 이미지의 아파트를 표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지상에 차가 없으면 차량에 대한 안전이라는 측면도 높아질 수 있다는 인식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은 지상에 차가 없는 단지라고 지상에 차가 들어오지 않을 수는 없다. 현재와 같은 시스템에서는 공적이든 사적이든 서비스를 위해 단지에 차량이 전혀 다니지 않을 수는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지상에 차가 없는 공원형 아파트란 기실은 지하에 100% 거주자용 주차장을 만들고, 엘리베이터가 지하주차장에 연결돼 있는 형태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한다.

필자가 최근 사정을 잘 모르기 때문일지 몰라도 현재 우리나라 아파트 단지의 일반적인 시스템을 보면, 지상에 서비스차량이 다니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즉, 화재에 대응한 소방차 구역, 각 세대별 이사에 대응한 이사짐을 나르기 위해 사용하는 공간, 쓰레기 수거를 위한 쓰레기 차량, 우편물이나 택배 등 단지의 공용이든 개별용이든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차량 동선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기본적인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서비스 차량은 특별한 시설이 설치되지 않는 한 거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화재대응을 위한 기능은 지상 건축물인 이상 필수적인 상황이다. 개별 세대나 공용부분에 스프링클러 설비 등의 소화설비가 있어도 필요하다. 음식물 쓰레기나 재활용 쓰레기 수거는 기계적인 시스템을 설치하지 않는 한 이 또한 필수적이다. 이사도 엘리베이터를 활용하면 필요 없을 수도 있으나 지하에서 이를 운송할 수 있는 구역과 시설과 지하층의 층고와 통로 등이 확보돼야 한다. 우편물은 세대별 우편함이 주동 공용부분에 설치돼 있어 작은 물건은 오토바이 등으로 운송하지만, 부피가 크거나 상할 수도 있는 음식물, 가전제품 등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택배는 구역별로 배달하는 운송차량을 이용한다.

공원형 아파트인 경우에 보행자가 다니는 보도와 차도의 분리가 이뤄지지 않은 채 서비스차량의 통행에 필요한 정도의 일종의 보차공존도로와 같은 형태로 설계돼 있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도 기본적인 공공서비스는 지상에서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비록 차량과 사람의 분리통행을 위한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포장이 된 차도와 그렇지 않은 보도의 분리를 위한 시설이 설치되지 않아도 말이다. 보차분리가 이뤄지지 않은 보차공존도로에서는 일반적인 차량의 속도로 다니지 못하고 서행하도록 다양한 포장방법이나 장치로 시공할 수도 있다.

최근에 일부지역 아파트에서 택배논란이 일어나면서 아파트 단지의 택배방법에 대한 검토가 이뤄진 것으로 보도됐다.

건축적인 측면과 거주자의 사용적인 측면에 대해 살펴보자.

지하주차장을 통해 택배를 배달해야 하는 경우, 단지의 일정한 부분에 택배 구역(Zone)을 설치하고 거주자들이 찾아가거나 세대별로 재배달하는 경우, 아니면 지상에서 기존 시스템처럼 배달하는 경우의 선택지가 있을 수 있다. 첫 번째 지하주차장을 통해 배달하는 경우는 물리적으로 아파트 지하공간의 변화가 필요하다. 변화는 층고 상승, 진입램프 길이 증가(지형에 따라 차이가 있음), 차량크기에 따른 회전반경의 차이, 통로 폭 차이, 동선의 고려, 작업을 위한 공간과 경우에 따라서 택배 보관 공간 확보, 이로 인해 감소하는 주차공간 추가 확보 등 기존의 설계에 대해 높이, 폭 등의 치수 증가와 추가 공간이나 설비의 증가 등이 필요하다. 이것은 택배차량의 크기에 따라 변화가 있지만, 일반적인 층고나 폭, 동선 등 기존 지하주차장의 설계보다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져, 아파트 단지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당연히 건축비용부담이 늘어나고 공사기간의 증가도 있을 수 있다. 물론 지하에 일반차량보다 큰 차량이 다님에 따른 사고의 가능성이나 사용상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환기나 채광 등의 공기질이나 환경의 질적인 측면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차량이 커진다고 층고만 2.3m에서 2.7내지 3m 정도로 높이기만 해 해결될 수 있는 단순한 것은 아니다. 이것은 필수적으로 비용증가를 수반한다.

둘째, 단지 내 일정부분에 택배구역을 설치하는 경우는 택배회사에서는 편리할지 모르지만,  설치공간의 위치나 면적 등 기존에 없는 공간과 택배보관 시설을 위한 비용과 더불어 기준도 필요하며, 택배구역에서 개인 집까지 직접 배달할 것인지, 또 다른 배달자가 필요할지 혹은 거주자가 찾아갈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 필요하다. 기존에 집까지 배달에 익숙해져 있는 거주자의 입장에서는 불편하기 그지없을 수도 또 다른 추가비용 발생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택배를 정해진 기간 안에 찾아가지 않으면 적재공간이나 사용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관리사무소나 경비실 등에 택배를 보관하는 경우에도 종종 발생하는 문제와 다르지 않다.

셋째, 기존 시스템의 운용이다. 공원형 단지에서 나타난 택배논란은 단지의 지상공간에 택배차량 통행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과 차량통행에 대한 안전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점에 논란의 핵심이 있는 것 같다. 분양자의 입장에서 서비스 차량을 위한 보차분리나 보차공존 공간으로 설계하더라도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는 포장이나 도로의 안전고려 설계와 더불어 이에 대한 충분한 정보의 전달 등이 필요하고, 안전성 측면에서 택배 서비스 차량의 속도제어나 안전에 대한 인식과 거주자의 공간사용 인식이 동시에 이뤄질 필요성이 있다.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을 수 있겠지만, 현실적인 단지 설계와 운영·사용 시스템 속에는 결과적으로 이 3가지 선택지 가운데서 하나일 수 있다. 선분양이 일반적인 시스템이 돼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분양 시에 정보를 전달할 필요성도 있다.   

사회변화에 수반한 생활변화가 급격하게 이뤄져 기존 설계방식이나 공간이 거주자의 사용방식과 일반적인 인식에 맞지 않은 경우가 앞으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공간이라는 하드웨어와 사용이라는 소프트웨어, 그리고 사람이라는 휴먼웨어의 조화가 필요한 상황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공간설계와 사용방식과 사용자 인식의 균형과 조화가 중요하다. 생활변화가 있는 곳에서는 공간변화 또는 사용의 변화 혹은 거주자의 인식변화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단지설계라는 하드웨어를 대하는 태도의 변화도 생활의 변화와 다양화의 관점에서 끝없이 변화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른 거주자들도 변화에 따라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이나 서비스 변화에 상응한 비용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동시에 필요하다. 공공적인 서비스는 공공이 부담하지만, 개인적인 서비스는 당연히 개인 부담이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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