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판결

서울행정법원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빌딩의 관리업체가 변경된 후 직원의 고용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기존 근로계약보다 불리한 내용에 관리소장이 근로계약 체결을 거부한 채 근무를 이어갔다면, 새 관리업체는 이를 이유로 징계를 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홍순욱 부장판사)는 최근 서울 서대문구 A빌딩 위탁관리업체 B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출근정지 및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B사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B사는 2016년 8월부터 A빌딩 건물종합관리용역을 3년간 도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B사가 관리하기 이전에 관리소장 C씨는 종전 위탁관리업체 D사에 소속돼 근무했는데, B사가 관리하기 시작한 후 B사와의 근로계약 체결 없이 A빌딩 관리소장으로 계속 근무했다.

B사는 C씨가 근로계약 체결을 거부하자 C씨에게 징계위원회 개최사실을 통보한 후 회의를 열어 30일의 출근정지를 의결했다.

그 사이 C씨가 B사에 연차유급휴가를 구두로 신청한 후 출근하지 않자 이를 무단결근으로 처리했다.

B사는 C씨가 계속해서 근로계약서 작성 및 입사서류 제출을 거부하자 징계위원회를 열어 채용불가를 의결, C씨에게 이를 통보했다.

그러자 C씨가 2016년 11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 지방노동위원회는 이를 기각했으나 C씨는 이에 불복해 지난해 2월 재심을 신청했고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방노동위원회 판정을 뒤집어 “2016년 8월 이후 C씨가 종전과 동일한 근로조건으로 채용됐고 이후 근로계약서 작성·제출을 거부·불이행함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며 C씨의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B사는 “C씨와 종전 관리업체 D사 사이의 근로관계를 승계하지 않았으며, 취업규칙에 따라 시용기간 3개월을 계약기간으로 정해 근로계약 체결을 요구했고 그 과정에서 근로계약서 양식의 일부 내용을 삭제했음에도 불구하고 C씨가 근로계약 체결을 거부했으므로 출근정지 징계사유는 정당하다”며 “출근정지 이후에도 계약 체결을 계속 거부했으므로 채용불가는 이중징계에 해당하지 않아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2016년 8월 C씨는 B사가 송부한 근로계약서 양식 중 ‘고령으로 인한 불이익을 감수하고 그에 관해 B사에 일체의 손해배상 청구, 노동 관련 이의제기, 민·형사상 이의제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내용의 각서 부분 등이 불리하다는 이유로 근로계약서 작성·제출을 거부했다.

B사는 C씨에게 각서 부분을 삭제한 근로계약서 양식을 제시하며 작성 및 제출을 요구했으나 C씨는 다시 이를 거부했다.

‘관리소장은 현장의 지휘책임자로서 시설물 사고 발생 시에는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기로 하며 물탱크의 물이 넘쳐서 일어나는 사고도 마찬가지다. 체납관리비를 회수하지 못해 발생되는 채무는 관리소장이 책임진다’는 내용이 불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사정에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 B사는 도급계약을 체결한 지 한 달이 다 돼서야 C씨에게 근로계약의 체결을 요구했고 원고 B사는 도급계약 시작일부터 C씨로 하여금 약 1개월 동안 여전히 A빌딩에서 기존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나머지 기존 근로자들 역시 기존의 업무를 계속 수행하게 했다”며 “원고 B사가 C씨와의 사이에 근로관계가 존재함을 전제로 C씨에게 징계를 한 점 등을 보면 원고 B사와 C씨 사이에는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까지 기존과 같은 근로조건 하에 묵시적인 근로계약이 체결됐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한 “원고 B사의 취업규칙에는 근로계약서나 입사 시 제출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를 해고사유로 정하고 있으나, C씨가 기존에 체결한 근로계약보다 불리하게 변경된 내용이 포함된 근로계약서의 작성을 거부한 데 정당한 이유가 있어 이를 징계사유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후 원고 B사가 C씨와 근로조건 변경 등을 합의하기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했다는 사정이 보이지 않아 C씨가 2016년 10월까지 근로계약서 작성·제출을 거부한 것을 다시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C씨의 무단결근은 연차휴가 신청을 원고 B사가 무단결근으로 처리한 것에 불과, 설령 무단결근이 인정되더라도 원고 B사의 취업규칙에서는 1개월에 2일 이상 무단결근을 한 경우 징계사유에 해당해 무단결근 1일은 정당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이 사건 각 징계의 징계사유는 정당하지 않아 재심판정의 결론은 적법하다”고 못 박았다.

한편, 관리업체 B사는 이 같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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