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확정 판결

방문투표 여부 엄격하게 해석
관리규약에 근거 규정 없어

수원지방법원

[아파트관리신문=이인영 기자] 동대표 해임투표를 호별 방문투표 방식으로 실시한 것은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방문투표를 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는데 관리규약에서 동대표 해임투표 방법에 대해 정하지 않고 있어 근거 규정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수원지방법원 제13민사부(재판장 김동빈 부장판사)는 최근 경기 수원시 A아파트 동대표에서 해임된 B씨가 이 아파트 임차인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해임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피고 임차인대표회의는 지난해 8월 10일 원고 B씨에게 통보한 동대표 해임이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B씨는 동대표로 선출돼 직무를 수행해오다 지난해 7월 선거관리위원회에 해임절차가 요청됐다. B씨 해임사유는 미화원 급여 인상과 관련한 자신의 제안대로 의결되지 않자 게시판에 개인 의견을 게시하면서 자신의 제안에 반대한 사람들의 이름과 사진 게시, 버스정류장 이전과 관련해 개인의 의견을 게시판에 게시해 공동주택관리법령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B씨에 대한 해임 절차를 진행하면서 선거관리위원회는 B씨가 소명자료를 제출하면서 해임사유에 대해 소명하는 것이 아니라 해임을 요청한 동대표 C씨와 관리소장 D씨의 실명을 들어 비난하며 D씨가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는 내용을 담아 부적절하므로 일부 수정해 달라고 요구했고 B씨는 이를 거부해 직접 소명자료를 게시판에 게시했다.

이어 방문투표 방식으로 B씨에 대한 해임투표가 진행됐고 개표 결과 해당 선거구 임차인 과반수가 투표해 투표자 과반수가 해임을 찬성하면서 B씨의 해임이 이뤄졌다.

B씨는 “선관위가 소명기회를 부여하지 않았고 투표함이 봉인되지 않아 투표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침해됐다”며 “투표가 08:00~20:00까지가 아니라 18:00부터 19:30까지만 진행됐고 호별 방문투표 방식으로 투표한 것은 잘못된 것이며 ‘선거관리위원장’이 아니라 ‘선거관리위원회장’ 명의로 통지해 해임처분은 무효”라고 주장, 해임사유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먼저, “이 아파트 관리규약은 해임 당사자에게 최소 5일간의 소명기회를 부여하고 해임 당사자가 제출한 소명자료를 해당 선거구의 임차인 등에게 선거일 10일 전에 7일 이상 게시판 또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선거관리위원회가 5일 이상의 소명기간을 공고하고 원고 B씨에게 소명자료의 제출을 요청한 이상 관리규약에 정해진 소명기회를 부여했다”고 봤다.

이에 B씨는 규약에서 정한 소명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지만, 재판부는 “선거관리위원회 규정 등에 소명의 방법·절차를 특별히 정하고 있지도 않고, 소명기회를 선관위 회의에 출석해 소명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소명기회라고 좁게 해석하는 것은 무리이며, 소명기간을 주어 소명자료를 제출하게 하는 방법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방문투표는 선거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투표방법이므로 방문투표의 방법으로 투표를 진행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해석은 가능한 엄격하게 해야 한다”며 “이 아파트 관리규약은 동대표 해임투표 방법에 대해 정하지 않고 있고 선거관리규정은 후보자가 1인 또는 선출 정수 이내인 경우 호별방문을 통해 찬반투표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는 있지만 선거관리규정은 동대표 선출에 관한 정차를 정하는 것이어서 동대표 해임절차를 방문투표의 방법으로 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후보자 1인 또는 선출 정수 이내의 동대표 선거와는 달리 동대표 해임절차는 해임을 다투는 동대표와 해임을 주장하는 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관리업무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투표 참여율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므로 방문투표에 관한 규정을 함부로 유추할 수 없다”며 “원고 B씨에 대한 동대표 해임절차를 방문투표의 방법으로 진행한 것은 선거의 공정을 해할 수 있는 중대한 절차상 하자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호별 방문투표 방식으로 해임 투표를 실시한 것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해임사유가 실제로 존재하는지에 관해 따져볼 것 없이 B씨 해임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한편 이 판결은 임차인대표회의가 항소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지난달 26일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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