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서울중앙지방법원(판사 조아라)은 최근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감사 선거 과정에서 선거 불법 개입 여부를 놓고 입후보자 및 선거관리위원들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음에도 개표를 진행하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의 자물쇠를 부수고 침입한 서울 강남구 A아파트 입주민 B, C씨에 대한 재물손괴, 방실침입 선고심에서 “피고인들을 각 벌금 50만원에 처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입주민 B, C씨는 A아파트 선거관리위원장 D씨 등 3명과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 시정장치를 부순 후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기로 공모했다. 2016년 2월 D씨 등 2명은 C씨가 섭외한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절단기를 이용해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의 자물쇠를 절단하고 창문을 깨뜨린 후 사무실 문을 열도록 지시했다. B, C씨는 자물쇠 절단을 말리는 입주민을 가로막았다. B, C씨와 D씨 등은 파손된 사무실 출입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재판부에 따르면 2016년 1월 29일부터 2월 1일까지 이 아파트는 대표회의 회장, 감사 선거에 대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이후 선거 과정에서 불법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개표와 관련해 입후보자 및 선거관리위원들 사이에서 분쟁이 생겨 개표가 지연됐다.

선관위원장인 D씨를 비롯한 일부 선관위원들이 선거과정에 불법 선거가 없음이 확인됐다면서 개표를 진행하려 했고 이에 D씨가 그해 2월 말 관리소장 측에 선관위 사무실에서 개표 절차를 진행하니 투표함 열쇠반환 및 개표요원 배치 요청 등의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관리소장은 이에 불응해 선관위 사무실을 자물쇠로 잠가 놓고 열어주지 않았다.

이에 B, C씨는 “선관위원장 D씨의 적법한 회의개최에 대한 반대세력의 방해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부득이 사무실 자물쇠를 손괴한 것이므로 정당행위에 해당되고, 사무실 관리자인 D씨의 양해 하에 사무실에 들어간 것이므로 침입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타인의 재물을 손괴하는 행위가 현재의 부당한 침입을 방위하기 위한 행위로서 형법상 정당행위로 평가될 만큼 수단의 상당성이나 긴급성 및 보충성 요건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이와 같이 오인한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아파트 선거관리규정에 선관위 사무실은 입주자대표회의실로 하고 관리주체는 선관위가 수행하는 선거사무에 협조해야 한다는 내용이 규정돼 있으나, 관리규약 상 관리사무소에 대한 관리권한은 여전히 관리주체, 즉 자치관리기구의 관리소장에게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선거관리규정만으로 관리권한이 이전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행위가 피해자 관리소장의 승낙 또는 양해가 있는 경우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관리소장의 동의가 없다는 사정을 잘 알면서도 사무실에 들어가기 위해 물리적이고 파괴적인 방법을 동원한 점 등에 비춰 미필적이나마 관리소장 동의 없이 사무실에 들어간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인정되고 관리소장의 양도 또는 승낙이 존재한다고 오인했다거나 오인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다만 “피고인들이 이 사건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은 점, 손괴된 부분에 대해 피해 회복이 이뤄진 점, 이 아파트의 분쟁상황 등의 양형요소를 고려해 각 벌금 50만원에 처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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