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과징금 5억원 회계사회'···관리업계는 어떻게 보나

"관리비 절감 위해 감사비 올린 회계사회
과징금 5억원…당연한 처분"
격년제 감사·별도항목 분류 등 촉구

[아파트관리신문=이인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아파트 외부회계감사 최소감사시간 준수에 대해 가격경쟁 제한이라며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가운데, 공동주택 관리업계는 당연한 처분이라며 과도한 외부회계감사에 대한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4월 30일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구성사업자인 회계법인 등에게 2015년 1월 1일부터 최소감사시간 100시간 기준을 준수해 아파트 외부회계감사 보수를 책정하도록 결정·통지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회계사회 책임자 2명은 형사고발하기로 의결했다.

공정위는 한공회의 행위가 있었던 2015년도에 아파트 단지 외부회계감사 보수수준(평균)은 213만8000원으로 2014년도 96만9000원에 비해 120.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면서 “최소감사시간 설정 등을 통해 외부회계감사 보수에 대해 구성사업자간 경쟁을 제한하는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발표했다.

이 같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에 대해 한국주택관리협회, 대한주택관리사협회 등 공동주택 관리업계는 공동주택 외부회계감사 본연의 취지에서 벗어나 감사비용 증가로 왜곡된데 대한 엄중한 공정위의 당연한 처분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는 16일 “공인회계사회는 최소감사시간 100시간 준수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외부회계감사로 인한 비용의 상승은 크지 않고 공동주택 외부회계감사 결과 관리비가 과다하게 집행된 것처럼 호도했다”며 “2017년 발표된 ‘국무총리실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의 합동발표 내용을 이용해 공동주택이 마치 비리의 온상인양 매도해 자신들의 과도한 최소감사시간 준수 강제를 합리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2017년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척결 추진단에서 발표한 공동주택 외부회계감사 지적사항 중 횡령 및 부당한 자금인출 등 회계범죄로 인한 지적은 전체 지적사항 1177건 중 29건인 2.5%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가장 많은 지적사유는 현금흐름표 미작성(517건, 43.5%)이며, 이어 항목 표시 오류 등 회계처리 부적정(214건, 18.2%), 장기수선충당금 과소적립(186건, 15.8%), 잡수입 관련 납세의무 미이행(71건, 6%), 기타(160건, 13.5%) 등이다.

하지만 이들은 회계교육 등을 통해 개선이 가능한 단순한 회계처리 미숙에 따른 사유로 관리비리 등과는 거리가 있어 이를 근거로 최소감사시간(100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또 국토부는 지난 2016년 8월 30일 공동주택 회계처리기준을 마련, 현금흐름표 작성에 관해 최종 삭제하면서 공동주택 관리현장과 맞지 않다는 점을 인정했고,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27조 회계감사 필수항목에서도 현금흐름표를 제외해 외부회계감사 결과 가장 많이 지적됐던 현금흐름표 미작성을 부적합 사유로 판단한 것이 오류였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것이다.

관리업계는 공동주택 외부회계감사제도가 관리의 투명성 확보라는 취지와 달리 과도한 감사로 비용 부담을 초래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공동주택에서는 대체적으로 세대수에 따라 300세대 미만 1명 이하(관리소장 겸직도 다수), 300~1000세대 1명, 1000세대 이상 1~2명의 회계업무 인력을 두고 있어, 단순 회계처리를 하는 아파트에서 외부회계감사가 과도하다는 설명이다.

한 관리업체 관계자는 “공동주택 회계 업무에 대한 이해 없이 일반기업 회계 잣대로만 보는 것은 문제”라며 이미 법령에서 사업자 선정지침, 관리비·계약서 등 공개의무 및 회계처리 등에 대해 규정하고 벌칙규정을 적용하고 있어 외부회계감사가 불필요한 이중적 규제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공동주택 외부회계감사제도는 2000년경 관리비 부담 등을 이유로 의무감사제가 폐지되고 입주자 등 10분의 1 이상 또는 입주자대표회의 의결로 감사를 받을 수 있는 임의감사제도로 변경됐다. 그러다가 공동주택 관리비리가 다시 사회 문제화 되면서 관리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2015년 1월 1일부터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은 매년 회계감사를 받도록 의무화됐다.

감사공영제 도입에 대해선 의견 갈려
비용절감 위한 제도완화에는 공감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외부회계감사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아파트 외부회계감사에 감사공영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선 공동주택 관리업계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감사공영제는 최소감사시간(100시간)이 없다면 감사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어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아파트를 감사하는 회계사를 직접 선임해 시행하거나 LH가 별도의 감리단을 구성해 직접 감사활동을 실시하는 것을 말한다.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는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이와 관련한 외부회계감사제도 공청회에서 입주자대표회의 내부감사와, 외부회계감사,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감사·기획감사 등을 시행하고 있어 불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기한 바 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도 공적 감사제도는 이미 충분하다는 의견이다. 또 지난달 3일 강훈식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에 따르면 회계감사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입주민 10분의 3 이상이 연서해 지자체에 감사인 선정을 요청하면 이를 따르도록 하고 있어 모든 외부회계감사에 대해 지자체에서 감사인을 선출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공동주택입주자대표연합회 관계자는 “외부회계감사가 실효성이 없으며 보수가 현저히 낮아 실질적인 감사를 할 수 없다면 폐지하는 게 마땅하다”며 “법·제도적 보완에 따라 외부회계감사 무용론 입장에서 정말 입주민을 위한 회계감사라면 공영감사제도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공동주택 관리업계는 비용 절감을 위한 외부회계감사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 제도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A관리업체 관계자는 “전국 300세대 이상 모든 공동주택에 외부회계감사를 의무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입주자 2/3 이상 동의를 받아 회계감사를 면제하는 것으로 요건을 완화하고 실제 회계감사가 필요한 단지만 실시토록 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주택관리사협회는 “공동주택 현실을 고려해 공동주택에 적합한 합리적인 회계처리기준과 회계감사기준을 마련해 공동주택에 특화된 회계감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며 “감사비용 절감을 위한 2년 격년제 외부회계감사 실시, 입주민 10분의 1 이상의 동의에 의해 자율적으로 회계감사비용을 일반관리비와 별도의 항목으로 분류해 회계감사비용의 증감추이를 입주민이 명확히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한국주택관리협회는 “공정위의 결정에 공감한다”며 “300세대 이상 의무관리단지 전체를 천편일률적으로 회계감사를 받도록 하는 것은 입주민의 선택권을 무시한 과도한 규제로서, 이전처럼 입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외부회계감사 실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공인회계사회는 23일 여의도에서 ‘공익성이 큰 아파트 등에 감사공영제 도입이 시급하다’며 최중경 회장을 비롯한 전문가 초빙 특강을 여는 등 기자세미나를 가졌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