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4년째를 맞는 외부회계감사 제도.
외부회계감사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최근 몇 년 간 아파트 관리 비리가 거론될 때마다 빠지지 않고 함께 오르내리는 것이 외부회계감사다. 이번엔 공정거래위원회가 외부회계감사의 행위주체들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 아파트 단지에 대한 회계감사 최소시간을 둠으로써 회계감사 가격의 공정경쟁을 제한했다는 이유였다.

공정위는 이 같은 한국공인회계사회의 행위가 회계법인 간 외부회계감사 보수에 대한 가격경쟁을 제한한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해당된다고 봤다. 사업자단체에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 최대 액수인 5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또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이를 주도한 공인회계사회 임원 2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번 사건은 2014년 12월 말 공인회계사회가 300세대 이상 아파트 외부회계감사 시간을 최소 100시간으로 정하고 구성사업자에게 이를 철저히 준수할 것과 준수여부를 중점 감사할 예정이라고 통지한 것이 발단이 됐다.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하자 같은 해 4월 공인회계사회는 이를 철회하는 공문을 다시 보냈다.

공정위의 발표에 따르면, 공인회계사회가 최소감사시간 100시간을 준수해 감사할 것을 회계법인 등에 통보하면서 감사비용이 늘었다. 통상적으로 아파트 외부회계감사 보수는 감사시간에 시간당 평균 임률을 곱해서 정한다. 최소감사시간을 정함으로써 가격 하한선을 두는 것과 같은 효과를 노린 셈이다. 공정위는 이를 회원 회계사의 외부회계감사 보수 가격경쟁을 제한한 사업자단체 금지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2015년 평균감사시간은 81시간으로 전년 56시간에서 크게 늘었다. 평균보수도 2015년 213만9000원으로 전년 96만9000원보다 120.7% 증가했다.

이 비용은 고스란히 관리비에 전가됐다. 관리비의 투명한 집행을 목적으로 도입한 제도 취지가 무색하게 입주자들이 피해를 안은 셈이다. 입주자대표회의단체 등이 이 제도에 볼멘소리를 하는 이유다.

외부회계감사는 관리비 부과와 집행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나왔다. 그렇지만 도입 시부터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다. 감사인 선정과 관련해 덤핑, 저가 수주 등의 문제가 계속 제기됐으며, 수의계약이 가능해지면서 수임료가 낮아지는 문제도 거론됐다. 계약포기 등 혼란도 있었다.

국토부는 제도 도입으로 관리비리 감소와 투명성 제고에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관리 현장에서는 내부감사와 외부감사 이중 감사로 인한 비용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단체들은 외부회계감사 의무화에 따른 관리비 인상 논란 등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왔다.

관리 전문가들은 실제 회계감사가 필요한 단지만 실시토록 하는 등의 개선 방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현재 회계감사는 회계프로그램을 감사하는 것으로서 실질적인 감사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한다.

어떤 식으로든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입주민들의 부담을 줄이고 비리를 근절할 수 있는 아파트 회계감사 내실화 방안은 뭐가 있을까.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제도 개선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외부회계감사의 정착을 위한 취지라 해도 공정성을 해치는 담합은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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