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법 판결

1심에서 업무방해‧재물손괴 인정해 벌금형 내렸으나 항소심서 파기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의정부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조윤신 부장판사)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찾아가 큰 소리로 고함을 치고, 단지 내 게시판에 붙은 입주자대표회의 명의의 공고문을 임의로 떼어내 업무방해 및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경기 양주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직무대행) B씨에게 벌금형을 내린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B씨가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는 관리직원 C씨의 증언이 신빙성이 떨어지고, B씨가 관리직원 세 명이 있는 관리사무소에 혼자 들어가 합당한 요구를 한 점 등에서 업무방해죄가 인정되지 않고, B씨가 공고문을 떼어낸 것은 대표회장으로서 효용을 상실한 대표회의 소집 공고문을 급박한 사정에 따라 떼어낸 것으로서 손괴죄 또한 인정되지 않는다며 B씨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B씨는 2016년 10월 7일 업무 중인 A아파트 관리사무소를 방문해 평소 관리소장 D씨가 동대표인 자신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시키는 대로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야”, “너”, “~해라”는 등 고함을 지르고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치는 등 위력으로 약 20분 동안 관리사무소 운영 업무를 방해한 혐의, 그해 10월 14일 아파트 게시판 46개소에 관리소장 D씨가 붙여 놓은 대표회의 명의의 ‘입주자대표회의 공고문’을 그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단으로 떼어내 손괴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B씨의 업무방해 및 재물손괴죄를 인정해 B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먼저 B씨의 업무방해죄와 관련해, “증인 C씨의 원심 법정 진술은 ‘피고인 B씨가 화가 많이 나면 책상을 내려치기도 한다’는 취지여서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일시에 피고인이 책상을 주먹으로 내려쳤다는 것을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인지 다른 날과 헷갈린 것인지 불분명해 신빙성이 높지 않고, 원심에서 다른 직원들은 ‘B씨가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치는 것은 보지 못했다’는 취지로 증언했으며, CCTV 영상에도 B씨가 책상을 내리치는 장면이 보이지 않는다”며 “C씨의 원심 법정진술만으로는 B씨가 관리사무소 책상을 주먹으로 내려쳤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B씨가 큰 소리로 고함치듯 말했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와 같은 행위가 업무방해죄에 있어서의 위력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B씨가 당시 관리직원 세 사람이 있는 관리사무소에 혼자 들어가, 민원인이 서서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돼 있는 곳에서 왔다갔다 했을 뿐, 직원들이 일하는 안쪽 공간에까지 들어가려고 하지는 않았던 점 ▲당시 B씨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직무대행자였고, 대표회의 회의록 서명날인란에 대표회장이 아닌 사람이 서명을 했으므로 이를 수정해 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요구 자체가 부당한 것이 아니었던 점 ▲녹음파일을 들어보면 관리직원 E씨가 B씨에게 “인생이 불쌍하다”는 취지의 말을 해 그에 대해 B씨가 언성을 높이며 항의한 것인 점 등을 종합해 이같이 판단했다.

다음으로 손괴죄와 관련해 재판부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과 A아파트 관리규약에 따르면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소집은 그 회장의 권한이므로, 회장인 피고인 B씨가 그의 권한에 의해 변경된 시간에 대표회의를 소집하기로 결정했다면 변경 전의 시간이 기재된 공고문은 이미 그 효용을 상실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며 “따라서 피고인 B씨가 기존의 공고문을 떼어냈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로 인해 기존 공고문의 효용을 해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설령 피고인 B씨의 행위가 손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대표회장으로서 회의 소집 권한이 있는 점, 회의 시간 변경에 관해 적어도 일부 동대표들과는 협의한 점, 관리규약에 의하면 회의 개최 5일 전까지 그 일시, 장소, 안건 등을 게시판 등에 공개해야 하므로 새로운 공고문을 빨리 게시판에 부착할 필요가 있었던 점, 새로운 공고문을 부착하기 위해 관리사무소의 신속한 협조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점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피고인 B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야 함에도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 B씨의 항소 주장은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 피고인 B씨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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