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바야흐로 ‘택배전쟁’이다.
최근 남양주 다산신도시의 한 아파트에서 단지 내 안전을 위해 택배차량 진입을 금지해 논란이 됐다. 길거리에 택배 물건들이 놓여있는 사진으로 유명세를 타고, 논쟁의 한 가운데 섰다.

전국적으로 ‘차 없는 단지’가 늘면서 곳곳에서 택배 관련 크고 작은 분쟁이 있었다. 사실 몇 년 전부터 아동 안전과 친환경 생활여건을 내건 ‘차 없는 단지’는 부동산시장의 큰 관심사였다. 그렇지만 주택·물류업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관련 법규와 제도 등은 그대로였던 까닭에 이런 사단이 생겼다. 낮은 지하층고로 택배차량이 지하주차장에 들어갈 수 없게 됐고 급기야 일이 커졌다. 그렇다고 이미 지어진 아파트를 부술 수도 없고. 이런 갈등은 이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산신도시 아파트 ‘‘택배전쟁’이 주목을 받자 국토교통부가 뒤늦게 발 벗고 나섰다. 최근 ‘폐기물 대란’ 뒷북 행정으로 비판 받고 있는 환경부가 반면교사가 된 듯하다. 환경부가 재활용 폐기물 문제에 늑장대응 했다가 대통령과 총리로부터 질책을 받자 영향을 받은 국토부가 부랴부랴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제2차관 주재로 입주민 대표, 택배업계, 건설업계가 참여하는 ‘택배분쟁 조정 및 제도개선 회의’를 열었다. 그러고는 ‘실버택배’를 활용해 해결하기로 합의안을 마련했다.

실버택배는 택배기사가 아파트 내 지정된 장소에 물품을 배송하면 이 지역 노인들이 각 가구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주로 지역 사업단, 택배회사, 지자체 등이 운영한다. 수 년 전 대기업 택배회사가 시니어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유가치창출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했다. 보건복지부, 지자체들과 협약을 통해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주민의 편리함과 보행권이 적절히 섞여 보장하는 시스템이라고 평가한다.

국토부는 대안으로 제시한 실버택배가 노인 일자리 창출 및 택배 배송 효율화를 위해 2007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라고 강조한다. 문제는 실버택배 사업에 정부와 지자체에서 사업비의 일부를 지원하는 점이다. 배송 비용 절반은 보건복지부와 지자체가 분담하고, 나머지 절반은 택배회사가 부담하는 식이다.

다산신도시 택배 문제를 실버택배로 해결하기로 하자 이번엔 네티즌들이 반발하고 있다. 왜 다른 아파트들은 관리비에서 얼마씩 추렴해서 실버택배를 운영하는데 그곳만 세금을 갖고 운영을 하려고 하냐며 야단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실버택배는 다산신도시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며 “기존의 제도를 다산신도시 택배사와 입주자 간 합의한 것으로 적용한 형태일 뿐, 일각에서 제기하는 다신신도시 아파트에 특혜를 주기 위한 사업이 아니다”라고 설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국토부는 또한 “현재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실버택배 비용 지원을 다산신도시 아파트에만 다르게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의 원칙상 맞지 않다”고도 했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일자리 창출 사업을 위해 나온 대안이 아니기에 국민들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17일 시작된 ‘다산신도시 실버택배 비용은 입주민들의 관리비로 충당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청원은 하루만에 15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이와 유사한 내용의 수많은 청원도 계속 올라오고 있는 중이다.

이번 택배분쟁은 수익자부담의 원칙에 따라 부담한다는 입주민들의 성숙한 인식 변화를 한 번 더 생각케 하는 좋은 사례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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