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새 정부에서 공동주택 관리업계가 나아갈 방향은?

소유·투자 개념 옅어지며
시설·주거 관리 중요성 높아져

관리사무소·입대의 등
역할 확대 필요성도 제기

<아파트관리신문DB>

문재인 정부 들어 주택의 ‘소유’보다 머물며 얻는 안정성과 삶의 질 향상 등 ‘주거’의 중요성이 보다 강조되고 있다. 정부와 학계 등이 취약계층을 위한 주택공급 외 공급정책보다 거주자 중심의 주거정책에 더욱 집중해가고 있다. 그러면서 질 높은 주거서비스, 주거 관리 등의 필요성이 점차 더 대두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는 더 이상 집, 특히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을 부를 부풀리는 자산 개념으로만 생각해 집값 상승 등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와 재건축 연한 연장 가능성 시사 등 단순히 오래 됐다는 이유만으로 재건축이 쉽게 이뤄지지 못 하도록 추진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2월 21일부터 행정예고에 들어가 3월 5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개정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살펴보면, 안전진단 종합판정 기준을 기존의 ‘낡은 것’에서 ‘위험한 것’으로 옮겨가 평가항목별 가중치를 조정했다.

구조안전성 가중치는 이전 20%에서 50%로 상향, 주거환경 가중치는 40%에서 15%, 시설노후도는 30%에서 25%로 하향했다. 또 정부는 조건부 재건축 판정 시 적정성 검토를 의무화해 재건축 필요성 검증을 강화키로 했다.

이렇듯 아파트의 재건축 통과가 더욱 힘들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주택 수명 연장과 쾌적성·안전성 등 유지를 위한 ‘주택 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찍이 공동주택 관리 업계에서는 중요한 자산이자 국민 대다수의 삶의 터전인 공동주택의 시설 유지·관리를 위한 업계의 역할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얼마나 전문성을 지니고 세심하게 잘 관리하느냐에 따라 건축물 및 시설의 수명과 깨끗한 외관유지 기간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아직까지 아파트에 사는 입주민들조차 아파트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이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전문가들은 “주택을 오래 동안 살아갈 삶의 터전이 아닌 금세 팔아 이익을 챙길 자산으로만 생각하고, 재건축에 따른 사회적 비용 낭비를 생각하지 않는 인식들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아 왔다. 자산이라고만 인식하더라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 역시 관리가 중요하다. 잘 유지되고 관리된 단지가 더욱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단순히 관리의 중요성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한국주택관리협회 등은 주택관리업자들의 전문성·투명성·차별성 등 강화와 선진화 및 주택관리업 산업화, 입주민들의 관리비에 대한 이해 제고 및 정부와 언론의 인식 변화를 꾸준히 요구해왔다.

이와 함께 주택관리사·담당공무원·입주자의 관리 전문성 강화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지난해 9월 13일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와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서울시회 주관으로 열린 ‘공동주택 관리 전문성 제고 및 회계 문제점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박은철 서울연구원 도시공간연구실 연구위원은 “관리 전문성 보장을 위해서는 대표회의, 주택관리사, 관리업체뿐만 아니라 공공행정기관의 전문성도 향상시킬 필요가 있고 입주민의 관리참여 확대 및 공동체 관리 강화로 전문성뿐만 아니라 투명성도 강화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박 연구위원은 “주택관리사가 공동주택 관리 전문가인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발제에서는 주택관리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주택관리사의 독립성은 스스로 자산관리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전체 입주민의 이해와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할 때 획득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주거서비스 역할 필요성도 커져

문재인 정부에서는 주거서비스의 중요성도 더욱 대두되고 있다.

청와대가 지난달 20일 공개한 문재인 대통령의 주거 관련 개헌안을 살펴보면, 모든 사회구성원이 각자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면서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국가의 역할 필요성을 명시했으며, 사회보장을 국가의 시혜적 의무에서 국민의 기본적 권리로 변경해 실질화하고,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할 수 있는 주거권과 국민의 건강권을 신설했다.

이러한 기본권을 아우르는 주거복지 정책은 비단 일반 주택 거주자뿐만 아니라 공동주택에도 당연 적용될 것이다.

업계에서는 아파트 입주민들의 주거복지와 주거서비스 제공을 위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이웃 세대들과 관리사무소의 역할 확대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한국주택관리협회 노병용 회장은 여러 주거·부동산 관련 세미나에서 관리사무소 인력을 주거서비스의 적극적인 조력자로 활용해 주거복지정책 역할 분담, 세대 내 서비스, 공유경제 실현 등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해왔다.

지난 2016년 제1회 부동산 산업의 날 컨퍼런스에서는 “일본처럼 종합부동산산업이 활성화되면 유지·관리 분야도 중요한 서비스 분야로서 인정받을 것”이라고 밝힌 뒤, “분양아파트도 단순히 파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질 높은 주거서비스를 보장해주며 종합관리서비스 개념에서 잘 관리를 해줘야 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잘 살아갈 수 있고,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관리직원 인프라를 잘 활용하면 독거노인 문제 해결 등 많은 주거복지 서비스를 보다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부동산 유지·관리 분야에 대한 정부와 업계·학계 등의 적극적인 관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서울 성동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열린 온종일 돌봄정책 발표를 겸한 학부모 간담회 자리에서 공공 지원이 가능한 돌봄시설로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함께 언급하면서, 관리사무소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최근 아파트에 공동육아방, 방학 기간 맞벌이 가정 자녀들을 위한 점심 제공 및 문화 프로그램 등이 실행되는 사례가 많아지는 등 아파트 관계자들의 주거서비스 역할이 점차 더 커져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이슈가 된 충북 증평군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모녀 사망 사건의 경우, 수도요금·전기료가 몇 달 째 연체됐음에도 이에 대한 정부 시스템이 아파트 안까지 미치지 못한 것으로 지적됐는데, 한편으로는 아파트 내에 자체적으로 취약계층 등에 대한 관리·보호 시스템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은난순 가톨릭대학교 주거학과 겸임교수는 “아파트 내 사회적 관계망이 깨진 데 따른 것으로,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현대적인 아파트 문화에 맞는 아파트 입주민들의 사회적인 안정망 구축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주민 간 소통,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주민 리더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주체의 역할, 공공의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정인 주거문화연구소 박사는 “보편적 주거복지의 실현을 위해 관리업무의 거점(관리사무소)이 활용되는 것은 적극적으로 고려할 만하다”면서도, “다만 행정기관의 제도 정착을 목적으로 의무를 부여하는 식이 된다면 주거복지의 적확한 전달체계 확립이 이뤄지기 힘들 뿐더러 주거복지 전문성 결여, 입주자의 부담, 관리종사자의 업무부담 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관리업계도 이러한 사회적요구에 대비해 주거복지의 실현과 주택관리의 수준 확보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을 가지고 전문인력 양성과 활용방안, 관리업무와 오버랩되는 부분을 잘 검토해 행정의 역할을 위임받을 수 있는 부분(행정력 낭비 방지)과 그에 필요한 지원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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