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비닐 수거거부 문제로 수도권의 아파트 등이 혼란에 휩싸였다.
분리 수거 등 실무를 맡은 관리사무소는 수거 거부에 어떻게 해야할 지 난감하다. 중간에 낀 애먼 아파트 경비원들만 더 힘들어졌다. 어느 아파트에선 입주민이 폐비닐을 버리지 말라는 경비원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갈등이 커지면서 입주민들과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폐비닐 대란’이 일어난 다음날, 환경부는 업체들과 협의해 정상적으로 수거하게 됐다고 급히 발표했지만, 현장에서의 혼선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 지자체, 수거업체, 회수·선별업체 등 말이 제각각이다.

대책 발표 후에도 수거업체들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아파트에서는 원래대로 해야 한다고 항의하고, 회수·선별업체는 안 받는다고 하니 일을 할 수가 없다고 하소연까지 쏟는다.

문제의 시작은 일부 지역의 재활용품 회수·선별업체들이 1일부터 폐비닐과 스티로폼 수거를 중단한다고 아파트에 통보하면서부터다. 통보를 받은 일부 아파트에는 ‘4월 1일부터 폐비닐과 스트로폼의 재활용품 분리배출이 중단되므로 종량제 생활쓰레기 봉투에 담아 배출해 달라’는 게시물이 부착됐다.

폐기물 수거는 각 지자체의 업무지만 일반적으로 아파트 단지는 재활용품 수거업체와 개별 계약을 맺고, 재활용품을 처리한다. 아파트 단지의 수익을 위해서다. 대개 종이·의류 재활용업을 겸하는 수거업체는 폐비닐 등이 쓸모가 낮지만 페트병이나 폐지 등 돈 되는 재활용품을 수거해 업체에 팔고, 대신 재활용이 잘 되지 않는 폐비닐 등 처리를 도맡는다. 플라스틱 등에서 나왔던 이윤 중의 일부를 폐비닐 처리에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플라스틱 등이 중국의 재활용 폐기물 수입금지 조치로 제 가격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 화근이 됐다. 중국에서 올 1월부터 고체 폐기물 24종류의 수입을 중단해, 가격이 폭락하자 수도권의 회수·선별업체들이 폐비닐 등 일부 쓰레기 수거를 거부하게 됐다. 수거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이낙연 총리도 3일 국무회의에서 주무 부처인 환경부를 질타했다. 이 총리는 “중국이 재활용폐기물 수입 중단을 결정한 것이 지난해 7월이었고, 실제 수입을 중단한 것이 올해 1월이었다”며 “이렇게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은 지난해 7월부터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고 늑장 대응을 나무랐다.

총리의 질책이 아니라도 환경부는 할 말이 없게 됐다. 일단 환경부는 ‘정상 수거’에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회수·선별업체들로부터 정상 수거를 약속받았다지만, 일부는 ‘깨끗한 비닐’이라는 조건부 수거를 내걸고 있어 완전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깨끗한 비닐만 받겠다는 조건이 분리 수거 현장에서 적용되기엔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수거업체의 수가 워낙 많기도 하지만 그 현황과 요구사항을 제대로 파악 못 하고 있는 것도 걱정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와 지자체는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임시방편이 아닌 중장기적으로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한다. 전문가들 지적처럼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민간 재활용 사업자들이 수거를 하지 않는다면 공공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도 장기적으로 고려해봐야 한다. 이런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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